수천만원 수준의 과태료에 그쳤던 처벌 수준이 수십억 단위 과징금으로 제재 수위가 강화된 상황 속 실제 처벌까지 이뤄진 만큼 증권업계의 불법 공매도 행태가 개선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산하 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는 8일 전체 회의를 열고 불법 공매도 사실이 확인된 금융투자회사(증권사) A사와 B사에 대해 각각 38억7000만원, 21억8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A사는 무상증자로 발행 예정인 ◇◇◇ 주식을 펀드 가치 평가를 위해 내부 시스템에 미리 입고 처리한 게 문제가 됐다. 또한 이를 매도할 수 있는 주식으로 인식해 펀드가 소유하지 않은 251억4000만원 규모의 보통주 21만744주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도 공매도 제한 규제를 위반한 행위로 짚어졌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규제 위반행위에 대한 첫 과징금 부과 사례인 만큼, 증선위 자문 기구인 자본시장조사 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서 수차례에 걸쳐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합리적 제재 수준 등에 대한 논의였다.
고민 끝에 엄정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행위자의 법 위반 경위(동기)와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친 영향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법 중 무차입 공매도(§180①)에 대한 제429조3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 2021년 4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공매도 규제 위반 제재가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강화된 뒤 실제 사례로 이어진 첫 사례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차입 공매도만 인정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 전엔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규제를 어길 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1억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하는 건 제재 실효성이 떨어지고, 근절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2018년 무렵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대표 제프 브로드스키) 등 외국계 증권사가 전체 공매도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매도’ 등 특정 종목에 관한 부정적 의견까지 잇달아 내면서 고의로 주가를 폭락시킨다는 의심이 커졌었다.
이에 당국은 2021년 공매도 규제 위반자에 대해 과징금으로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징역이나 벌금 부과 등 형사처분이 가능하도록 법 내용을 개정했다.
과징금은 위법한 공매도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 부과하고, 형사처분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익이나 회피 손실액의 3배~5배 사이 벌금이 내려지도록 바꾼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관계 기관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공매도 규제 위반행위를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강력한 시장감시 및 적발‧조사 시스템을 운영한다.
증선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전담 조직 등을 통해 강화된 시장감시와 적발 시스템을 운영하는 동시에 공매도 연계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혐의 사항 적발 시 엄격하고 신속한 조사‧수사를 진행하고 법 위반사항에 대해선 부당이득 환수, 범죄수익‧은닉재산 박탈 등 위반행위에 상응하는 제재와 처벌이 실효성 있게 부과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 말했다.
아울러 “공매도 규제 위반행위를 근절해 자본시장 건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며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향한 당부도 전했다.
잔고 관리 미흡, 주문 트레이더(Trader‧금융 매매 담당원)의 부주의·착오, 대차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미흡 등에 기인한 공매도 위반이 지속 발생하고 있어서다.
증선위 관계자는 “2021년 4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매도를 활용한 시세조종 등 부정한 매매 행위 시 강력한 제재‧처벌이 부과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부주의나 관리 소홀만으로도 위반 규모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과징금이 매겨질 수 있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강화, 임직원 교육 확대 등 공매도 규제 위반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는 증선위 처벌 완료 사안에 대해 불법행위자 법인명을 공개하도록 작년 12월에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공매도‧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 대상자에 대한 의결이 끝나면, 법인명 등을 2개월 이내에 공개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번 불법 공매도 사례는 형사처분 대상이라 사법기관으로 이첩되기에 법인명 공개를 할 수 없다. 추후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이 나오면 불법 공매도 세력의 법인명도 공개할 계획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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