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신규 은행을 추가 인가하거나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새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허용,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다. 카드·보험·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업무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TF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전회의의 후속 조치로, 그간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 등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우리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김주현닫기김주현광고보고 기사보기 금융위원장과 이복현닫기이복현광고보고 기사보기 금감원장에 지시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같은달 22일 열린 제1차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은행권 내 경쟁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 스몰라이센스(인가 세분화)·챌린저 뱅크 등 은행권 진입정책,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TF는 크게 6개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논의한 뒤 오는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논의 과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다.
실무작업반 1차 회의에서는 신규 은행 추가 인가와 관련해 스몰 라이센스,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시중은행의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거론됐다.
진입규제로는 단일 스몰라이센스를 도입해 개별 인가 시 심사 및 조건 부가 등을 통해 업종, 영업방식 등을 제한하는 방식과 은행업무, 영업형태를 각각 세분해 선택‧조합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현재 금투업, 보험업에는 종목별 인허가 방식이 도입돼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스몰라이센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미국의 특수목적은행은 예금·대출·수표지급 중 일부 업무만을 수행하는 유형으로, 사업 모델에 따라 개별적 자본금 요건이 적용된다.
영국은 소규모특수은행과 챌린저뱅크를 운영 중이다. 소규모특수은행은 소매금융으로 업무범위가 제한되는 대신 자본금요건은 5백만파운드에서 1백만파운드로 완화된다. 챌린저뱅크는 소매금융, IT기술을 접목해 디지털화한 후 최대 12개월 시범운영을 허용한다.
호주의 제한적 인가는 예금한도 및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대신 최대 24개월간 자본금 및 지배구조 요건 등을 완화해준다. 스위스의 라이트뱅킹 라이센스 역시 예금한도가 제한되고 예금보험제도에서 제외되는 대신 자본금 요건이 낮다.
주요국의 기존 시중은행 그룹 대상 특화은행 허용 사례로는 미국이 JP모건이 영국에 설립한 챌린저뱅크 ‘체이스(Chase)’, 일본 SMBC의 인터넷전문은행 ‘페이페이뱅크’, 프랑스 BNP 파리바의 ‘헬로뱅크’ 등이 있다.
실무작업반은 특화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하면 은행서비스 경쟁촉진 및 비용절감 등을 통한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에 대한 관계형금융·신용평가고도화 등을 통해 기존 은행서비스 공백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점도 지적됐다. 특화은행에 대한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고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특화은행의 경우 높은 경기순응성, 정확한 신용평가 어려움 등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었다. 금융규제 준수를 위한 내부통제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이 미흡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무작업반은 “틈새시장 집중 등 대형은행 과점적 구조에 경쟁 촉진 효과는 미미하고, 은행법 개정에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 저축은행, 신협, 여신전문금융기관 등과 대동소이해 새로운 범주의 은행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은행업 추가 인가는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요건을 갖춰 신청할 경우 신규 설립을 인가하는 내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은행지주 및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사·지주에 대한 설립·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단순히 은행산업 내 은행 수가 많아진다면 현재와 같이 과잉영업식 경쟁이 치열해져 은행산업 전반의 수익성·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 총생산 감소등 수익원 고갈, 인터넷은행의 경우 건전성 및 소비자보호 이슈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무작업반은 4대 시중은행의 평균적인 규모 감안 시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신규 시중은행 설립은 어려운 상황이고 현재 시중은행과 유사한 규모의 시중은행이 설립되더라도 과점적 구조의 구성원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어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은행의 업무범위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금리차에 의한 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좀 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는 등 은행 간 차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방(저축)은행이 시중(지방)은행의 인가 요건(자본금, 지배구조)을 충족해 신청하는 경우 시중(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일본의 경우 1961년 중소기업 전문기관으로 상호은행이 출범했으나 고도성장기 이후 상호은행의 업무내용이 일반은행화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했다.
단 이미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에 지방은행을 추가 설립할 경우 역내 금융기관 전반의 수익성‧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시중은행과 규모 차이로 과점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무작업반은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보다는 기존 지방은행에 대한 중소기업대출 차등규제 등의 영업규제 완화를 통해 시중은행과의 경쟁촉진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무작업반은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해 카드사의 종합지급 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 결제 겸영 허용, 은행의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 비중 확대, 비은행의 정책자금 대출·정책모기지 업무 범위 확대 등도 검토한다.
김 부위원장은 실무작업반 1차 회의에서 “신규 플레이어 진입 과제의 경우 진입하려는 주체가 있는지 여부 등 실효성 측면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증권사 법인 결제 허용 등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의 경우 과거처럼 업권간 이해관계 측면이 아니라 국민의 효용 증진, 즉 은행권 경쟁촉진과 함께 금융안정,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비은행권 업무범위 확대에 상응한 은행권의 고객자산 관리 기능 강화 차원의 일임 업무 허용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은행권 경쟁촉진 이슈가 아닌 추후 다뤄질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부분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8일 제2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은행·비은행 간 경쟁 촉진 과제별로 구체적인 경쟁 모습과 효과, 실효성 등을 중심으로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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