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수장들은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폭락했던 터널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위험자산 투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수익률 제고와 지속적인 운용 역량 개선에 힘을 싣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ETF·연금 ‘한 목소리’…대체투자도 주목
먼저 1번 ‘2023년 자산운용업 기상도를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운용사 수장들은 전반적으로 ‘갬’을 전망했다.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국내·외 금리인상이 야기한 자산시장의 급격한 위축현상이 2023년 들어 금리인상 일단락 전망과 함께 안정화됨에 따라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재민닫기조재민기사 모아보기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전통자산 부문)도 “작년 주식·채권 동반 폭락에서 회복하면서 2023년 올해 업황 개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CEO는 “상반기 흐림, 하반기 다소 갬을 예상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최근 금리인상 정점론이 대두되면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에 훈풍이 불고는 있지만, 당분간 이어질 고물가 현상과 이에 따른 경기둔화 등으로 자산운용업 기상도는 상반기는 흐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따라서 상반기는 안전자산 중심의 자산배분이 예상되며, 다만 하반기 이후 통화 완화가 완만하게 이루어진다면 위험자산으로 자산배분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다소 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제시했다.
실제 테마 추종 주식형 ETF를 비롯,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채권형 ETF 등을 주목했다. 운용 역량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액티브 ETF에 주목하기도 했다. 익명의 운용업계 대표는 “액티브 ETF 시장 확대가 예상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알파(α)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 대안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금 시장 성장시대에도 주목했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금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지목하며 TDF(타깃데이트펀드), TRF(타깃리턴펀드) 등 연금 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추가로 개발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다른 익명의 자산운용사 CEO는 “TDF 등 연금펀드 시장 지속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며 “올해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본격화에 따라 주요 투자 상품으로 TDF를 포함한 연금펀드가 퇴직연금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DB(확정급여)형 자금의 체계적인 운용 및 관리가 가능한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서비스 영토 확장도 주요 키워드였다.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는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동산, 인프라, 해외사모투자펀드(PEF) 등 대체투자 시장의 꾸준한 성장도 예상하고 있다”며 “우량한 투자 소스의 발굴 및 상품화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운용업계 CEO도 “대체투자 강화를 위해 기관투자자 신규 약정을 적극 확보하고,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아 투자처를 찾는) 블라인드 등 기반으로 해외 딜 소싱(투자처 발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개인투자자 부상…아태평양 ‘허브’
3번 ‘글로벌 자본시장 및 투자업계 동향 중 최근 가장 주목하는 이슈나 키워드는 무엇입니까?’에 대해 익명의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투자자의 부상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부(富)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운용사들이 대중(mass) 고객 대응이 용이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도 리테일(소매금융) 부문 사업 확장이 가능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순유입이 커지고 있다”며 “또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경제 규모 성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대비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전통자산 부문)의 경우 “해외동향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고 꼽기도 했다.
4번 질문인 ‘2023년 정부 당국의 자본시장 정책/제도‘에 대해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액티브 ETF의 다양한 상품 출시 등 빠른 성장을 위해 상관계수 제약이 없는 글로벌 대비 과도한 규제인 상관계수 70% 추종을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업계와 당국의 긍정적 논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일반 투자자도 비상장 벤처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공모 상장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논의를 주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5번 어떤 자산운용사로 불리고 싶은 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운용을 잘 하는”, “수익성이 좋은” 같은 수식어를 희망하는 운용사 CEO들이 대부분이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수익률로 보답할 수 있는 운용사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는 의지가 부각됐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운용에 있다”며 “운용을 잘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운용역이 운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운용 역량을 지금보다 더욱 제고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조 시대 향해 뛰는 ETF·장기 분산투자 겨눈 연금
자산운용업계는 ETF를 최대 격전지로 꼽고 있으며 순자산 100조원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자산가치 총액은 2023년 1월 말 기준 약 86조1000억원이다. ‘새 먹거리’로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에도 점진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들이 ‘DIY(Do it yourself)’로 원하는 지수를 만들고, 개인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로 자신만의 ETF를 만들 수 있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운용사에서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뮤추얼펀드에서 ETF로, ETF에서 ‘맞춤제작’ 다이렉트 인덱싱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주식과 채권의 동반 하락이 약화될 것으로 보여 장기 분산투자를 겨눈 퇴직연금 도약도 점칠 수 있다.
월가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 투자 비율로 여겨지는 ‘60 대 40 포트폴리오’(주식 60%, 채권 40%) 자산 배분이 다시 주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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