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학회는 22일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열고 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를 기업가 부문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는 신창재닫기신창재기사 모아보기 교보생명 회장, 한상만 한국경영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경영학회는 "신용호 창립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로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올렸고, 성공적인 기업 경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라며 "후대의 많은 기업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헌액 이유를 밝혔다.
생명보험 외길 인생을 걸어온 대산 신용호 창립자는 한국 보험산업의 선구자로 불린다.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해 인재양성에 힘쓰며 경제발전의 주춧돌을 놓았고, '국민책방' 교보문고를 설립해 국민의 교육과 의식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선친을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 선친도 영광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교육과 보험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사랑한 기업가로 영원히 남고 싶다'는 선친의 소신은 지금도 교보생명이 더 좋은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산은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우느라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천일독서(千日讀書)’로 배움의 열망을 채워나갔다. 뒤늦게 시작한 독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했다.
해방 후 귀국한 대산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민족의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생명보험의 원리에 교육을 접목한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1958년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창립이념은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으로 정했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고, 보험을 통해 자립경제의 바탕이 될 민족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창립과 동시에 선보인 교육보험은 세계 어디에도 없던 독창적인 상품으로, 국민들에게 담배 한 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30년간 300만 명의 학생들이 학자금을 받았으며, 이들은 1960년 이후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된다.
교보생명은 교육보험의 선풍적인 인기로 1967년 창립 9년 만에 업계 정상에 오르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후에도 대산은 국내 최초로 암보험과 종업원퇴직적립보험을 개발하고 계약자배당금 시대를 여는 등 보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며, 한국 보험산업을 세계 8위권으로 성장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대산의 ‘국민교육’에 대한 철학은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광화문 네거리, 금싸라기 땅에 돈도 안 되는 서점을 들이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돈이 되지 않는다"며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대산은 "사통발달 대한민국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줍시다.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침내 1981년 6월 광화문 교보문고가 문을 열었다. 단일면적으로 세계 최대규모로, 서가 길이는 무려 24.7km에 달했다. 교보문고는 개장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명소가 됐으며, 현재 회원수 1,800만 명, 연간 방문객 5천만 명에 이르는 ‘국민책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교보문고 입구의 표지석에 새겨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는 대산의 신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교보문고는 대산의 소망대로 국민 누구나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지식과 문화의 광장이자 평생교육의 장이 됐다. 또한 독서문화 저변 확대에 지대한 공헌을 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산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에서도 ‘국민교육’의 신념을 놓지 않았다. 대산농촌재단, 대산문화재단, 교보교육재단 등 3개 사회공익재단을 설립해 선진농업연구, 교육과 문학 지원사업, 장학사업 등을 펼치며 소외된 곳까지 교육과 지식의 뿌리를 내리도록 했다.
서울의 문화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광화문글판’도 대산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부터 33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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