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올 한 해 혁신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긴 쉽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60조원 가까이 날린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부터 최근 발생한 세계 3위 가상 자산 거래소 FTX(임시 대표 존 J. 레이 3세) 파산까지… 각종 풍파로 위기 대응에 바빴기 때문이다.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자 누리집도 수시로 개편했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활용한 ‘소셜 트레이딩 서비스’도 구축한 상태다. 최근엔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NFT 마켓 플레이스를 연 경험이 있는 데다 NFT 시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만큼 내년에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 혹한기 ‘안정성’ ‘투명성’으로 견딘다
오세진 대표는 ‘안정성’에 무게를 싣고 혁신적인 안을 내놓고 있다. 가상 자산 혹한기 대비책으로 스테이킹(Staking·암호화폐 일정량 지분 고정) 서비스 확대를 발표한 게 대표 사례다. 고객의 안정적 거래를 지원하고자 기존 이더리움(ETH·Ethereum) 2.0 스테이킹 이외에 ▲카르다노(ADA ▲쿠사마(KSM) ▲폴카닷(DOT) ▲솔라나(SOL) ▲테조스(XTX) 등 5종을 추가했다.
스테이킹은 고객이 맡긴 가상 자산이 거래소 외부로 이동되지 않고 유동화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네트워크(Network·연결망)에 연결되도록 한다. 안전한 게 특징이다.
스테이킹 서비스가 나온 배경엔 FTX 파산 사태가 있다. FTX 파산 여파로 미국의 가상 자산 대출 기업인 제네시스 트레이딩(Genisis Trading·대표 마이클 모로)이 예치 서비스 출금을 중단하는 등 고객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상황 속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스테이킹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떠올랐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을 붙잡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스테이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투자자는 보유 중인 가상 자산을 일정 기간 거래소에 맡겨야 한다. 그 대신 새로 생산된 가상 자산 일정 부분을 보상으로 받는다. 하지만 그 기간 해당 가상 자산을 출금할 수는 없다. 은행 예금과 같은 식이다.
즉, 거래소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장기 고객 인프라(Infrastructure·사회적 생산 기반) 확보가 가능해진다. 안정적 거래를 지원하면서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오세진 대표의 ‘안정성’ 선택은 또 있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코빗에 상장된 가상 자산 보유 수량을 전부 누리집에서 공개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 목록까지 밝혔다.
실제로 FTX 사태 이후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그대로 보유 중인지 의구심이 커진 데다 이후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의 ‘위믹스’(WEMIX) 상장폐지도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공시와 분기 보고서상 내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춰볼 때 ‘투명성’은 중요한 화두였다.
코빗의 결정에 업계에선 “놀라운 결정”이란 평이 나왔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려는 전략이 높이 살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해킹 등 보안 문제가 있기에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빗이기에 결정할 수 있었단 시각이다.
오세진 대표 역시 고민이 많았을 걸로 추측된다. 다만 평소에 고객과의 신뢰, 이를 위한 ‘투명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해왔기에 이번에도 파격적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코빗이 보유한 가상 자산 수량을 과감히 공개하기로 한 건 그간 항상 법규를 준수하면서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원칙을 지켜왔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코빗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가상 자산 거래소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AI·NFT·메타버스…‘혁신에 혁신을 더해’
오세진 대표는 신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디지털 자산 자체가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이라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혁신’으로 분류되는데 이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AI, NFT,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 세계) 등 미래 먹거리까지 나아가려는 것이다. 혁신에 혁신을 더하는 모습이다.
최근 코빗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신생 창업기업인 퀀팃(대표 한덕희) 및 디렉셔녈(대표 이윤정)과 손잡았다. 이번 협약으로 코빗은 ‘소셜 트레이딩 서비스’ 구축 과정에서 퀀팃과 디렉셔널이 보유한 AI·시장분석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아울러 각 가상 자산의 기술적 분석 점수와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움직임을 데이터화한 온체인(on-chain) 분석 지표 등 투자에 도움 주는 다양한 콘텐츠(Contents·제작물)도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NFT와 메타버스 사업도 지속한다. 두 사업 모두 현재는 대부분 거래소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첫 시작은 코빗이었다. 코빗은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NFT 마켓 플레이스인 ‘오픈씨’(Open Sea) 등 해외 주요 NFT 거래소와 연계해 ‘코빗 NFT’를 선보였다. 이후 지적 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및 거래량 부족 등을 이유로 운영을 잠시 중단했다가 최근 전면 개편된 ‘NFT 마켓 플레이스’로 다시 문을 열었다.
블루베리 NFT(대표 홍상혁),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총장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등과 협력해 NFT 투자를 확대 중이다. 올해 9월과 10월 각각 개최된 음악 축제 ‘울트라 코리아(ULTRA KOREA) 2022’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 입장권 형태의 NFT ‘PGA(Premium GA)’를 판매하기도 했다. 코빗은 앞으로 양질의 크리에이터(Creator·창작자)를 계속 발굴해 다른 거래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현재는 운영이 잠시 중단된 메타버스 플랫폼 ‘코빗타운’도 조만간 다시 개시하려 한다. SK텔레콤(대표 유영상닫기유영상기사 모아보기)의 메타버스 ‘이프랜드’와 협업해 새로운 버전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코빗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메타버스 플랫폼 ‘코빗타운’을 선보인 바 있다. 자신을 대체하는 아바타로 메타버스 내에서 다른 이용자와 이야기, 선물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Community·공동체)를 구현한 것이다.
이 밖에도 코빗은 지난해 9월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최초로 리서치 센터를 업계에서 설립해 월평균 2~3회씩 무료로 리서치 전문을 공개하고 있으며, 미국 가상 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메사리’와 제휴해 메사리 리포트 번역본도 제공 중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상 자산 투자에 있어 가장 어려워하는 이유를 ‘정보 격차’라 보고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중 ‘최초’라는 타이틀(Title·칭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코빗, 하지만 우여곡절 속 시장 점유율은 4위에 머무르고 있는 코빗. 과연 내년엔 도약의 한 해를 만들 수 있을까” 코빗을 이끄는 오세진 대표에게 페이스북(Facebook)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말이 도움 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혁신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은 빨리 움직이고 많은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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