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세력으로 봤던 다주택자를 거래주체로 보고 규제를 푸는 정책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맞춤형 원가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를 선정해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양질의 주택을 유도하는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어떨까 싶다”며 “1인가구부터 대가구·청년·노인 등이 만족하면서도 힘든 건설사를 지원할 수 있을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거래량 급감과 더불어 미분양이 쌓이는 것도 전국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 7217호로 전 월보다 13.5%(5613호)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0~11월 1만 4000호 규모로 최저치를 찍은 뒤 올해 1월 2만호, 7월 3만호를 넘어서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전날 발표된 규제 완화 정책 골자는 현재 규제지역 다주택자 LTV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금지했지만 LTV 30% 상한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또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도 완화한다. 조정지역 2주택, 3주택자에게 8%, 12%씩 매겼던 취득세는 4%, 6%로 낮춰진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세 중과 배제를 2024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하고 새해 7월 세제개편안에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한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의 양도세만 납부하면 된다. 실수요자에 대한 실거주 의무나 전매제한도 새해 완화할 방침이다. 주택 공시가격 하락 효과를 반영해 새해 1주택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낮춘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주택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초 내세웠던 5년간 270만호 공급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50만호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조차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내년 민간 아파트 공급 시장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받은 아파트 단지 31곳 가운데 53%인 17곳은 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절반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전북 부안군 한 단지에선 청약 신청자가 0명인 곳도 등장했다.
특히 내년에는 고금리·고물가 속 경기악화가 예상되면서 분양시장 수급 모두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와 같은 실수요자 규제를 완화하고 원활한 자금 융통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선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일각에선 현 정부 ‘270만호 주택공급 공약’이 임기 중이 아닌 중·장기적인 목적으로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정부 270만호 주택공급은 입주물량‧일부 기반조성‧인허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임기 중 목표라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드려야 한다”며 “이번 과감한 규제 완화는 민간 스스로 경기에 맞추는 환경을 만들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이어 “다양한 계층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의 주택·지역·시기에 맞춰 주택을 제공하는게 가장 바람직한 주택공급”이라며 “여기에 집값이 급하게 상승·하락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이번 대책 또한 270만호 주택 공급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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