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지표 호조세에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주가가 깜짝 상승하는 ‘산타 랠리’(Santa Clausrally)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무거운 공기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상승세 지속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이키 상승세’에 올라탄 3대 지수
현지 시각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미국 30개 대표 종목 주가를 산술평균한 다우 존스 공업평균 지수(DJIA·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전 장보다 1.60%(526.74포인트) 증가한 3만3376.48에 마감했다.
이어서 뉴욕 증시 상장 종목 중 핵심 기술 종목 100개를 모아 만든 나스닥(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 지수는 1.54%(162.26포인트) 오른 1만709.37을 기록했으며,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의 경우 1.49%(56.82포인트) 높아진 3878.44를 나타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Russell) 2000 지수 역시 1.51%(26.36포인트) 상승한 1774.37로 집계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36%(60.86포인트) 뛴 2644.5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 내 업종은 11개 모두 올랐다. 에너지와 산업, 금융, 기술, 임의 소비재, 유틸리티(Utility‧유용성) 관련 종목이 모두 1% 이상 상승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나이키 상승세에 올라탔다. 나이키는 전날 정규장 마감 직후 2023회계 연도 2분기(9~11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늘어난 133억2000만달러(17조762억4000만원)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있는 금융 밀집 구역 ‘월가’(Wall Street)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125억8000만달러(16조1338억5000만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EPS·Earning Per Share)도 0.85달러(1089.70원)로, 시장 전망 0.64달러(820.80원)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1년 전에 비해 30% 증가한 매출액 58억3000만달러(7조4740억6000만원)를 기록한 게 주요했다.
그 결과 나이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18%(12.57달러) 상승한 115.78달러(14만84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엔 15.5%까지 오르기도 했다. 나이키는 지난 10월 초 82.2달러(10만5422원) 대비 40.8% 급등한 상태다. 나이키 상승세에 힘입어 다른 소매 업체인 룰루레몬 애틀라티카(Lululemon Athletica·대표 캘빈 맥도널드)와 언더아머(Under Armour·대표 패트릭 프리스크) 주가도 각각 3.13%, 4.48% 급등했다.
존 도나호 나이키 CEO는 “이번 분기 나이키 실적은 우리가 소비자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며 “우리의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추진력을 강화함에 따라 훌륭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물류배송업체 ‘페덱스’(FedEx‧대표 프레더릭 월리스 스미스)는 시장 예상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3.43% 뛰었다. 시장이 페덱스의 비용 절감 노력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덱스는 내년 전체 사업 계획 관련 비용 절감액이 약 37억달러(4조7452억5000만원)에 이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구조적 비용을 연간 40억달러(5조1300억원) 이상 절감하는 게 목표다.
마이클 렌츠 페덱스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비용 절감을 신속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비용 조치에 대한 진전을 가속화해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물량 약세를 상쇄하는 데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금융 전문 TV 채널 CNBC(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는 이날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공포에도 두 회사 실적은 기업 이익이 우려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대표 사티아 나델라)와 넷플릭스(Netflix·대표 리드 헤이스팅스) 주가도 각각 1.0%, 3.3% 올랐다. 영국 국제통신사 로이터통신(Reuters)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넷플릭스에 눈독 들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다.
최근 독과점 문제로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바비 코틱) 인수가 어렵게 되자 새로운 전략을 찾아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 모두 게임 분야에 관심 가지고 있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넷플릭스 이사회에 들어가는 등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미국계 IB ‘제프리스 그룹’(Jefferies Group LLC)이 스타벅스(Starbucks·대표 케빈 R. 존슨)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했다는 소식에도 스타벅스는 주가가 0.68%(0.67달러) 증가한 98.67달러(12만6594원)에 장을 마쳤다.
크루즈 업체 카니발(CCL‧Carnival Corporation) 주가는 분기 주당 손실이 예상보다 더 줄었다는 소식에 4.69%(0.38달러) 뛴 8.48달러(1만880원)에 장을 끝냈다.
‘일론 리스크’ 테슬라는 또 하락
반면, 테슬라는 또 주가가 내렸다. 전일 대비 0.17%(0.23달러) 낮아진 137.57달러(17만6502원)에 거래를 마감한 것이다. 이달 들어 테슬라 주가가 오른 거래일은 사흘에 불과하다. 현재 4거래일 연속 내림세이며, 1년 전과 비교하면 60% 넘게 급락했다.
내년 1분기 감원에 나설 것이란 소식과 함께 주가가 내림세를 걷고 있다. 할인 행사로 전기차 일부 모델 판매가를 낮추겠다고 밝힌 것도 시장 우려를 키웠다. 테슬라 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테슬라는 오는 31일까지 전기차 세단 ‘모델 3’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Sports Utility Vehicle) ‘모델 Y’ 신차 고객에게 7500달러(966만75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달 초 발표한 3750달러(480만9375원) 할인에서 두 배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일론 리스크(Risk·위험)’이라 불릴 정도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악재도 잇따랐다. 머스크는 트위터 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데다 테슬라·트위터·스페이스 X가 일제히 부당 해고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미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Hedge Fund·전문 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인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의 앤드류 레프트(Andrew Left) CEO는 “테슬라 주가 하락론자가 되는 것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테슬라는 아직 비싼 주식으로, (하락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금융 정보 제공 업체 ‘팩트셋’(FactSet‧대표 필 스노)에 의하면 테슬라의 지난 1년간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46.7배다. 지난해 4월 1196배보다는 많이 내려왔지만, 여전히 S&P 500 평균인 18.1배를 크게 초과한다.
이날 대표 반도체주 중 하나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logy·대표 산자이 메로트라)도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모든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 41억3000만달러(5조2719억4500만원)를 하회하는 40억9000만달러(5조 2,208억8500만원)로 집계됐고, 직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 비용 등을 제외한 손실 규모를 뜻하는 ‘조정 주당 순손실’은 시장 예상치 2센트를 넘는 4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악화한 실적이다. 매출은 76억9000만달러(9조8162억8500만 원)에서 반 토막 났다. 1년 전에는 주당 2달러를 넘는 순이익을 냈지만, 이번엔 적자로 들어서게 됐다. 마이크론 측은 다음 분기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날 산자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는 “전자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수익성은 계속 도전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재고가 개선되면서 다시 강력한 수익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45%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날 정규장에선 1.0% 상승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다시 2.0% 내림세를 탔다.
이번 마이크론의 ‘기대 이하’ 분기 실적은 반도체 업계에 최악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나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등 국내 반도체주에 투자하는 이들이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예상보다 호조로 나온 소비 지표 한몫
이날 증시 반등에는 예상보다 호조로 나온 소비 지표도 한몫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조사 연구 기구인 콘퍼런스보드(CB·The Conference Board)에 따르면 이번 달 소비자신뢰지수는 108.3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의 최고치로, 미국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The Wall Street Journal)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01.2 대비 큰 폭 웃돈다. 전달 기록한 101.4보다도 개선됐다. 소비는 미국 경제 3분의 2를 차지하는 주요 버팀목이다.
특히 현재 여건 지수가 138.3에서 147.2로, 기대 지수가 76.7에서 82.4로 나아졌다. 향후 12개월에 걸친 기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도 5.9%로 후퇴해 최악의 국면은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태다.
린 프랑코(Lynn Franco) 이사회 경제지표 선임 이사는 “12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며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이 주요 원동력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채권 시장은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물 국채 수익률은 4.198%까지 5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기준점인 미국 10년 물 국채금리도 3.621%까지 내렸다. 일본은행(BOJ·Bank of Japan)의 통화정책 수정을 소화하는 모습이다.
시장은 산타 랠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반등세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연준의 공격 긴축과 침체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공개되는 개인소비지출(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가격지수도 긍정적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는 더 안 좋아진 상황이라 우려를 낳는다. 전미부동산 중개인 협회(NAR‧National Association Realtos)에 의하면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10월 대비 7.7% 감소한 409만건으로 드러났다.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미국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420건을 밑돌았다.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저 단계다.
달러화는 소폭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유럽 유로‧일본 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네‧스위스 프랑에)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달러화 지수)는 전일(103.97) 대비 0.19% 오른 104.16선에서 움직였다. 유로는 달러 대비 0.13% 오른 1.0612로 확인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 기금(FF·Fed Funds rate)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내년 2월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높일 것이라 보는 비중은 70.1%에 달했다. 같은 시기 0.50%p 금리 인상 가능성은 29.9%다.
국제유가는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 감소했다는 지표로 인해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내년 2월 물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70%(2.06달러) 뛴 78.29달러(10만290원)에 마감했다.
이날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지난 16일 자로 마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589만5000배럴 감소한 4억1823만4000배럴로 집계됐다. 시장이 예상한 30만배럴 감소보다 그 폭이 더 크게 나온 것이다.
이날 미국 장보다 빨리 마감하는 유럽 주요국 증시도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
영국 런던증권 거래소(LSE‧London Stock Exchange)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우량 주식으로 구성된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100 지수는 전장 대비 1.72%(126.70포인트) 높아진 7497.32에 종료했다.
이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각각 1.54%, 2.01%씩 올랐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Stoxx) 50 지수 역시 1.83%(69.66p) 증가한 3872.15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공포지수로 취급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변동성 지수’(VIX‧Volatility Index)는 전장보다 6.56%(1.41포인트) 하락한 20.07을 가리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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