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도 그 앞에 탄탄대로가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BGF는 유통그룹이다. 그런 회사에서 바이오 사업 부문을 맡게 된 것이다. 안정 궤도에 접어든 유통 부문을 이끄는 형, 홍정국닫기홍정국기사 모아보기 사장과는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
홍 회장은 차남 홍정국 사장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것이 아닐까? 하필이면 레드오션인 바이오 사업에서 승부를 걸어보라는 미션을 그에게 부과한 이유일 것이다.
홍 사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결정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대 MBA를 취득했다.
그가 바이오 사업에 손을 댄 것은 입사 이듬해인 2019년부터다. 그 해 홍 사장은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하며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선택했다. 화이트바이오란 옥수수·콩·목재류 등 재생 가능한 식물자원을 원료로 화학 제품 또는 바이오연료 등을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을 일컫는다.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업계가 주목한 것은 홍 사장이 자본금 300억원 중 개인 자금 50억원을 직접 출자했다는 점이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셈이다.
KBF는 국내 유일 생분해성 발포 플라스틱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으로 재활용 등 별도 과정 없이 매립만으로 6개월 내에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인천 청라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약 5000평(1만5623㎡)규모 제조와 R&D센터를 포함한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완공됐다.
지난해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기업 ‘코프라(KOPLA)’ 지분 44.3%를 약 180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BGF그룹이 지난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 투자였다. 코프라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자동차, 전기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BGF 측은 “그동안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다양한 산업과 기업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향후 높은 성장 잠재력은 물론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 측면에서 코프라가 매우 유망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7월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같은 달 관련 화이트바이오 연구개발을 위해 인천시,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1일 사명을 ‘BGF에코머티리얼즈’로 변경했다. BGF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BGF그룹 소재부문 본격적인 출사표를 의미한다”며 “빠르게 변하는 미래 시장에 대비한 선제 조치로 신소재부터 친환경 소재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홍 사장이 선택한 화이트바이오는 그룹 주력인 편의점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경우 편의점 PB상품, 가정간편식(HMR) 등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BGF그룹은 지난 2020년 친환경 제품 브랜드 ‘Revert(Return to Nature, 자연으로 돌아가다)’를 선보이며 김밥과 샌드위치 등 간편식 제품을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용기에 담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성장이 둔화한 유통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신소재 ▲바이오소재 ▲재활용소재 등 3가지를 축으로 소재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전기차용 소재인 배터리 모듈 케이스, 언더커버 등을 개발하며 산업재 플라스틱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또 플라스틱 제조업체가 2030년까지 재생원료 30%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환경부와 산업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재활용 원료 사용을 증명하는 GRS인증과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인증인 ‘Carbon Trust’ 취득도 준비 중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BGF그룹이 산업재 플라스틱 시장까지 진출하며 사업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고, 편의점과 비편의점 부문의 성장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이번 인사로 BGF그룹 후계구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장남 홍정국 사장이 편의점 사업을 비롯한 유통 부문을, 홍 회장의 차남 홍정혁 사장이 신사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BGF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계열 분리 가능성은 없다”며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서 진행하고 각각 강화해야 할 사업 부문은 각자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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