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서효문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시설 투자가 예정돼 있는 석유화학 업체들 자금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지원과 2조원대 기업 인수 등을 포함해 내년에 약 4조원 자금 투자에 나서는 롯데케미칼 행보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롯데케미칼(부회장
김교현닫기김교현기사 모아보기)은 지난 8일 실시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존 계획과 변함 없이 내년에 4조원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밝혔다. 롯데케미칼 측은 “내년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2조7000억원을 포함해 2차전지 소재 설비 등 약 4조원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도 3분기 기준 2조원, 연간 3조원 투자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자금조달 시장이 악화한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금융권 차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현재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있지만 모그룹 의사 반영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금융권 차관뿐”이라며 “국내 채권시장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부채비율 50%라는 재무건전성을 통해 당분간 금융권 차관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도 “롯데케미칼은 금융권을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며 “롯데케미칼 위치를 고려하면 자금 마련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은 내부 자금 1조원을 고려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외부 자금으로 조달해 금융기관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대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가 향후 롯데케미칼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연속되는 자이언트 스텝과 ‘AA’ 등급 회사채마저 평균 6%가 넘어가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차관 금리는 8~9%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채권 등급별로 금리 수준이 다르지만 롯데케미칼 상황을 고려하면 금융권에서 8~9% 이하 금리로 융통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10% 대출 금리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재무재표만 놓고 보면 이 정도 규모 이자는 롯데케미칼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기준 현금예금만 4조4072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래도 내년 상반기까지 석화시장 회복세가 요원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에 육박하는 신규 차관 금리는 재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석유화학 시장 암흑기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구조 다양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는 2차전지소재를 포함해 수소 사업까지 인프라 완료를 마무리한다는 계획.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3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8달러에 육박했으나 최근 100달러 이하로 하락했고, 납사가격은 지난 2분기 톤당 864달러 이후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며 “내년 상업생산이 본격화하는 대산 ‘HPC(폴리에틸렌 연 85만 톤, 폴리프로필렌 연 50만 톤 생산)’를 통해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대산공장에서 연간 최대 6만6000톤 규모 고순도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이 가능해진다”며 “(인수하는) 일진머티리얼즈와 함께 2차전지소재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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