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충격이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 입이 열리자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의 경우 2.50%(96.41p) 낮아진 3759.69를 나타냈으며, 미국 30개 대표 종목 주가를 산술평균한 다우 존스 공업평균 지수(DJIA·Dow Jones Industrial Average) 1.55%(505.44p) 꺼진 3만2147.76에 마감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Russell) 2000 지수 역시 3.41%(63.26p) 감소한 1789.45로 집계됐고, 반도체 종목이 들어가 있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09%(74.28p) 하락한 2328.47을 가리켰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며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지한 제로(0) 금리 시대 막을 내린 바 있다. 이어 5월 0.5%p, 6월‧7월‧9월에 각각 0.75%p씩 금리를 올리며 물가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금리 인상 이유 역시 고공행진 중인 ‘물가’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지적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시 상황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 압박받고 있음을 짚었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전월(8월)보다 0.4% 올라 물가 안정이 시급한 상황임을 각인시켰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9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오르면서 40년 만에 최대폭 상승 기록을 갈아치운 상태다.
노동시장도 긴축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여전히 강세다.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여기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가격지수 역시 5.1% 오르면서 경기 침체 상황을 극복하기보다는 물가 상승 압박을 해결해야 함을 시사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는 1.00%p로 벌어졌다. 이 격차는 지난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두 나라는 지난 9월 연준이 3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0.75%p 격차가 벌어졌다가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총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빅 스텝’(Big step)을 밟으면서 0.25%p까지 좁혀진 상태였다.
연준의 조치에 한국은행(총재 이창용)도 오는 24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야만 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자본 유출 등 경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 환산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은행도 이와 같은 이유로 “한은이 미국 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다만, 아직 인상 폭은 유동적이다.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실제로 원‧달러 환율 또는 물가가 더 뛰거나 외국인 자금이 기조적으로 유출 움직임을 보일 경우, 10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시장엔 미 연준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 이후엔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과도한 통화 긴축 정책은 불필요한 수준의 경기 침체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다.
파월 의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표했다. 파월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회의 또는 그다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2월 FOMC에서는 빅 스텝이 유력할 전망이다.
하지만 바로 긴축 정책이 완화 방향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인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시장의 신중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리스크(Risk‧위험) 관리 관점에서 우리는 충분히 긴축하지 못하거나 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짚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며 “우리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최종 금리 수준이 지난 9월 예상됐던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연준 조치를 긍정적이라 평했다. 카린 장-피에르(Karine Jean Pierre)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Briefing‧보고)을 통해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은 노동자 가정에 도움 되는 경제”라며 “이는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언급해온 ‘더 안정적이며 꾸준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