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강조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로의 이행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PIIE 행사에 참여했을 때와는 달리 아시아 지역 이슈보다 주로 한국 이슈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던 이 총재는 "아마도 여러분께서는 제가 전보다는 직설적이지 않고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게 되실 것인데, 이는 중앙은행원으로서 배워야 하는 미덕이기도 하다"고 서두에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은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보다는 다소 이른 시점인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는데, 초저금리 환경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택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었다"며 "돌이켜보면 금융안정을 위해 다른 중앙은행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하였기에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50bp 인상과 함께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당분간 금리를 베이비스텝(25bp=0.25%p 금리인상)으로 인상해 나가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도 제시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5bp의 베이비스텝을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로 삼은 이유는 첫째, 유가 하락 등으로 향후 1년 이내에 물가가 3%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금융시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50bp가 인상된 사실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미국의 경제여건과만 비교해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편이며 노동시장 과열(tightness)도 덜한 상황이어서 연속적인 빅스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안정을 강조한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7~8월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내용이었다"며 "그러나 9월 연준의 점도표가 상향 조정된 폭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는데, 점도표에 나타난 연준의 2022년말 금리는 7~8월 한은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50bp 이상 높아진 수준이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과 함께 주요 중앙은행 중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크게 절하되면서 9월 들어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졌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환율의 빠른 평가절하는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때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 급격한 환율 상승에 민감하다"며 "이를 감안하여 현재 한국의 금융·경제여건은 과거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및 2008년 때와 크게 다르고 현재의 환율 평가절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요 나라에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일반인에게 적극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은 금통위는 지난 10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속적인 두 번째 빅스텝이다.
이 총재는 "이와 같이 다시 한번 빅스텝을 결정한 것은 7~8월에 언급했던 포워드가이던스의 전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의 환율상승으로 5~6%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말할 필요도 없이, 한은은 특정 수준의 환율을 방어하려 하지는 않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이 금융안정에 가져올 수 있는, 예를 들어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것임을 감안하여 5~6%대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며 "다만 향후 금리 인상의 폭에 대해서는 7월과 달리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한은 총재로 부임해 반 년을 보낸 이 총재는 "포워드가이던스로의 이행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배운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그간 대외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미래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는데, 제가 취임한 후 한은은 금통위 생각을 시장과 보다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9월 들어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7월에 금리인상폭을 25bp로 미리 제시함으로써 한·미금리 역전 및 역전폭 확대에 대한 기대 강화를 통해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고 어려웠던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7~8월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25bp 인상 기조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이야기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만, 연준(Fed)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라는 말로 미리 설명을 한 바 있었다"며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포워드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commitment)이나 약속(promise)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실 현재 한은이 시도한 것은 점도표를 제시한 것도, 내생적 금리경로를 제시한 것도 아니기에 국제적으로 볼 때 포워드가이던스라고 불리기에 미흡한 수준이라 생각이라는 의견도 냈다.
이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금리경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가지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대외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어느 속도로 이러한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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