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인터뷰 진행이 빨랐던 후보부터 ‘서유석 → 구희진 → 서명석 → 전병조 → 김해준 → 강면욱’ 순으로 나간다. 도중에 사퇴하거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탈락할 경우, 후보자 의사에 따라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고민하는 후보, 소통하는 후보, 해결하는 후보 서유석입니다. 하나증권(구 대한투신) 12년과 미래에셋증권 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11년 등 업계 34년 경력 전문성을 활용해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검증된 후보라고 자부합니다.”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지난 25일 오후 4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카페에서 진행된 <한국금융신문>과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 전 대표는 가장 강력한 본인의 무기로 ‘균형’과 ‘소통’을 빼 들었다. 증권사와 운용사 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소통의 리더(Leader·지도자)로 우뚝 서겠단 각오다.
현재까지 협회장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서유석 전 대표를 포함해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등 5명이다.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 현 협회장은 연임 도전을 고심 중이다.
구체적 일정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 달 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를 추천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숏 리스트(Short List‧압축 후보군)로 추려진다. 후보가 되면 약 한 달 반가량 선거운동을 펼친다.
이후 정회원사에 해당하는 전체 의결권 보유자 과반이 투표에 참석해 총회를 연다. 그중 과반 득표를 얻으면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될 수 있다.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득표 2인을 대상으로 다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변동 없으면, 12월 23일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 프로필
▶서유석/1962년 8월 4일 충남 논산 출생/1981년 2월 서울 배재고등학교 졸업/1981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입학/1988년 2월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1993년 12월 고려대 경영대학원 재무 관리학 석사 졸업/2007년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88년 2월 ~ 1999년 12월 하나증권(구 대한투자신탁) 명동‧강남지점‧영업추진부/1999년 12월 ~ 2005년 6월 미래에셋증권(대표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이만열) 명동‧돈암동지점장/2005년 6월 ~ 2006년 11월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 상무/2006년 11월 ~ 2009년 11월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사장/2009년 11월 ~ 2010년 10월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2010년 10월 ~ 2012년 3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2012년 3월 ~ 2016년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총괄 사장/2016년 11월 ~ 2021년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수상 내역/한국은행(총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총재상/대한투자신탁 지식경영 우수상/2018년 ~ 2021년 매경이코노미 선정 100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4회 연속 선정/2018년 ~ 2020년 한국경제 다산금융상 3년 연속 수상
▶대외위원 활동/2016년 5월 ~ 2020년 6월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주가지수위원회 위원/2019년 7월 ~ 2021년 6월 금융투자협회(협회장 나재철) 자율규제위원회 자문위원/2019년 4월 ~ 2021년 12월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거시금융감독포럼 위원
Q1. 최근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설립,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 개선 등 금투협 관련 현안이 많습니다. 협회장이 되면 가장 우선 추진할 정책이 무엇인지요?
A. 우선 최근 터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감독기관-협회-증권사 간 대책 회의하는데 지금 사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걸로 아는데요. 주식의 경우, 과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주식시장은 항상 그렇다고 생각했잖아요. 현재 증시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기관 등에서 기금을 출연 받아 조성하는 ‘증시 안정 펀드’를 내놓는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증시 안정에는 큰돈이 필요 없거든요.
그런데 채권 안정 부문은 다릅니다. 파장이 굉장히 길고 연쇄적 반응이 일어나죠. 어떻게 보면 시장 안정화 자금이 지금 상당히 많이 필요할 가능성이 커요. ‘50조 + 알파(α)’ 유동성 공급이란 대책을 정부가 발표했는데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은 줬을 수 있지만 시간을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 선에서 끝날지, 더 필요할지는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부동산이나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더 생길 수 있으니까요. 어느 집에 불이 났다면, 다른 집까지 번지기 전에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협회장이 되면 1월부터잖아요. 그전에 이 문제가 완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잠재 위험으로 계속 남아 있다면 취임 후 가장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두 번째는 회원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그게 금투협회 역할이잖아요? 그러면 회원사가 원하는 게 뭘까요? 자본시장을 크게 만들어서 먹거리를 많이 만드는 거겠죠. 자본시장을 크게 만드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자본시장이 커지는 건 증권사나 운용사가 하는 일이 많아지는 걸 의미합니다. 장기적인 로드맵(Road map‧청사진)을 갖고 자본시장 확대와 발전을 위해 협회장이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증권사나 운용사 노력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같은 인식을 해야 하고 여러 규제나 제도 마련도 필요하겠죠. 투자자-업권-당국 모두가 윈윈(Win-win‧전부 유리한)하는 구조를 만들어갈 겁니다.
Q2. 조직 관리에 있어 노하우(Knowhow‧비법)가 있으신지요?
A. 후보들이 ‘소통’ 얘기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소통에 대한 불만이 있기에 그런 말이 나오겠죠. 소통하기 위해 시스템이나 제도를 만들거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소통의 가장 근본은 회장의 캐릭터(Character‧개성)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놓고 보자고요. 아들이 어떤 얘기를 아버지에게 할 때 아버지가 “너 이 자식. 네가 뭘 안다고?” 식의 권위적 반응을 보이면 그다음부터 얘기가 안 되는 거죠. 얘기해 봐야 혼나기만 하는데. 그러면 소통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안 되는 거죠.
캐릭터라는 건 잘 변하지 않아요. 사람의 고유한 캐릭터가. 그래서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따로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캐릭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캐릭터인 사람이 약간의 제도적 보완을 함께할 경우,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잘 풀 수 있는 거죠.
조직에서 그 사람이 소통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그 사람의 과거를 보면 알 수 있거든요. 후보자 각자 업적이 다 있지만, 그분이 사장 대표를 했을 때 직원들과 소통을 진짜 많이 했는지를 보면 협회장이 되고 나서도 소통을 잘할지 알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자신 있습니다.
저는 항상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고, 직원들이 어떤 아이디어(Idea‧생각)를 갖고 오면 정말 같이 공감하고, 또 그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랬거든요. 또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왔는데 “넌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하냐?” 이런 얘기를 한다든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일단 “정말 좋은 생각이다”고 반응했죠.
한 번씩 보완할 게 필요할 수 있잖아요. 그 친구가 보는 관점이 있고 제가 보는 관점이 있잖아요. 아래에 있어서 직원이 보는 시야가 저보다 좁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직원이 훨씬 전문적인 영역에서 일하니까 저보다 더 깊이 볼 수도 있죠. 그런 걸 서로 인정하는 거예요. 인정해야 대화가 되니까. 그렇게 되면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혹시 생각해 봤냐?” 이런 식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거죠. 그럴 때 직원이 “그런 부분도 다 생각했습니다”라고 하면 “진짜 괜찮다”고 얘기되는 거고, 만약 그 부분이 빠져있다면 직원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단기적 업무 추진이나 장기적 전략 구성에 있어서 어떤 아이디어를 대화로 많이 얻는 편이에요. 직원들하고도 그렇고, 옆에 있는 어떤 사람과도 그렇고. 때에 따라서는 제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그거와 관련된 직원과 얘기를 많이 해보면 제 생각이 바뀌기도 해요. 직원이 먼저 “사장님 그건 아닌데요”라고 짚어주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너는 내 아이디어를 그런 식으로밖에 생각 못 하냐?”고 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서 설득하는 편이에요.
그 친구도 인정하거나 생각을 바꿀 수 있죠. 그렇게 될 때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친구 아이디어가 될 수 있거든요. 주체적으로 일을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사장이 일방적으로 시키면 그건 직원 개인이 주체가 아니고 사장이 주체가 되잖아요. 그런 구조로는 일이 안 돌아갑니다. 직원 스스로 동의하는 일을 각자가 하게 되면 사장보다 훨씬 많은 걸 준비하고 그렇게 되면 조직이 더 높은 수준으로 가게 되죠. 그게 주체로서 일하는 겁니다.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아이디어부터 실행, 완결까지 직원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나 성과 보상 체계를 확실히 하는 게 리더 역할이죠.
물론 100% 이런 소통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 상황마다 리더십(Leadership‧지도자로서 능력) 기준이 다르잖아요. 어떤 때는 권위적인 스타일, 어떤 때는 덕장, 어떤 때는 용감한 스타일이 요구되죠.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게 좋은 거죠.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때는 경제 개발을 위해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했던 거고, 지금은 갈등 구조가 복잡한 상황에서 소통과 통합의 다른 리더십이 요구되는 거고요. 지금 협회에는 진심으로 소통을 잘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저는 소통은 물론 충분히 직원 개개인이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도 많이 주려고 합니다.
다만, 소통을 위해 과거 시대처럼 직원들 퇴근할 때 맥주 한 잔 마시자는 식의 소통은 안 할 겁니다. 예전엔 대표가 그러면 직원들이 다 갔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들한테 물어봤어요. 지금 그렇게 얘기하면 다 싫어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후론 오후 5시 30분이 넘어가면 직원들한테 그런 권유를 안 해요. 그전에 식사하자고 얘기하지.
정리해 보면 말로만 소통하겠다고 떠드는 건 안 됩니다. 캐릭터 자체는 성격이기 때문에 소통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소통해 보면 자기가 소통할 준비가 안 됐거나 그런 캐릭터가 아닌 사람이 많아요. 일방적인 경우가 많고요. 저는 소위 말해서 거짓된 소통이 아니고 ‘진실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Q3. 불편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거론되는 후보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Rival‧맞수)을 누구로 보시는지요?
A.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나재철 협회장님도 아직 출마 선언을 안 하셔서. 자유의지로 결정하셔야 할 텐데 출마하시면 현 회장님이 가장 세신 분 아닐까요? 그건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도 다 비슷하게 느낄 거예요.
Q4. 장기적으로 금융 투자업계 발전을 위한 신성장 동력은 어디서 찾으시는지요?
A.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설립을 많이 얘기하시더라고요. 기업 성장 집합투자기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도 언급되고요. 저는 두 가지 모두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거래소 하나만 있잖아요. 일각에선 한국 자본시장 규모가 얼마 안 되는데 2~3개씩 있을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자본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거거든요. 그래서 한국거래소도 있지만, 같이 경쟁할 수 있는 거래소가 생기는 건 바람직하고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시장경제라는 게 잘 아시겠지만, 독점은 상당히 효율은 있지만 부작용이 상당히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이잖아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도 그래서 있는 거고요. 거래소 경쟁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하는데 현재는 대체거래소 추진 규모가 약소하죠. 자본금도 작고요. 그렇지만 전통적인 한국거래소가 취급하기 불편한 게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걸 여기 대체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있고. 또 모험적으로도 해볼 수 있고요. 대체거래소가 취급하는 상품 범위가 넓어지고 거래가 많이 되고 활성화되면 정말 좋은 거죠.
예를 들어서 지금은 상장 주식이랑 주식예탁증서만 거래하게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등을 할 수 있는 거죠. 지금은 한국거래소에서 ETF를 다 상장하거든요. 그런데 운용사들은 ETF를 상장하고 싶은 욕구가 엄청 많아요. 전 운용사가 다 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상장 심사업무를 통과해야만 올라가는 거거든요. 현재는 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보는 인력이 제한돼 있어요. 그러니까 상장 심사를 청구해도 밀려서 심사가 잘 안되는 거예요. 계속 밀려있어요. 빨리 좋은 상품을 상장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대체거래소가 있으면 한국거래소 말고 여기서 하겠다고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대체거래소에서 빨리 상장시키면 다 이쪽으로 올 거 아니에요? 그러면 한국거래소도 시장을 뺏긴다는 생각에 더 노력하겠죠. 그렇게 경쟁하면서 시장이 더 발전하는 거죠. 투자자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해져서 좋고 증권사도 시장이 커지니 좋아지죠.
예를 들어 건물이나 그림을 대상으로 조각 투자를 하는 것도 토큰으로 발행할 거 아닙니까? 그걸 대체거래소에서 거래가 되도록 하면 또 하나의 시장이 크게 열리는 거죠. 아울러 업비트(Upbit‧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등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은 하고는 싶지만, 아직 입장 정리가 필요하잖아요. 미국 시장에서도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고,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니까. 그걸 먼저 한다는 건 너무 앞서 나가는 얘기고.
다만, 증권형 토큰까지는 얼마든지 가능하죠. 거기서 여러 파생상품도 할 수 있고요. 자본시장이 발달하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어떤 자산을 거래하게 될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자본시장 규모를 크게 하는 주춧돌 역할을 대체거래소가 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즉, 대체거래소 설립을 임기 동안 추진할 겁니다. 업무 범위도 넓히고 거래 상품도 확대할 거고요.
자본시장 확대를 위한 방법은 이것 말고도 많죠. 규제를 푼다거나 세제 상품이 많잖아요. 개인연금저축이나 여러 퇴직연금 상품 등등요. 그런데 이런 게 산발적으로 분산이 많이 돼 있어요. 이런 세제 혜택을 궁극적으로 장기 투자, 연금 쪽에 집중해서 몰아주면 좋겠어요. 연금은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거잖아요. 모든 국민이 혜택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몰아주고, 그 대신 장기 투자하도록 하면 자본시장도 더 커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호주 연금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걸 보면 세제 혜택을 우리보다 훨씬 많이 주거든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원금이랑 이자를 다 합쳐서 연금 소득세만 떼는, 그런 세제 혜택도 있고요. 그렇게 혜택을 주는 게 호주 돈으로 2만5000불(AUD) 정도 된다고 해요.
또 이자에 대해서만 연금 소득세를 떼는 게 있어요. 그건 별도로 15만불까지 가능하다고 해요. 숫자는 제가 다시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 하는데 15만불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1억5000만원 가까이 되죠. 그렇게 되면 웬만한 월급쟁이는 모든 자산을 연금에 넣을 수밖에 없죠. 거기 세제 혜택이 있으니까. 그건 자산운용 시장이 굉장히 커진다는 말이거든요.
호주는 퇴직연금제도로 기금이 있어요. 거기 다 돈이 모이는 거죠. 돈이 다 모이면 운용사가 운용하고. 그래서 호주의 맥쿼리그룹(Macquarie Group Limited‧대표 셰마라 위크라마나야케)이 전 세계적인 금융사로 성장한 거죠.
그리고 어차피 연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이뤄져 그걸로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 투자도 많이 하고요. 그래서 SOC가 커지고, 호주에 있는 근로자들은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연금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겠죠. 증권사, 운용사 모두에게 큰 시장이 생기는 거죠.
디폴트 옵션은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디폴트 옵션 상품 중 하나인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의 경우, 투자자 본인이 상품을 바꾸는 게 아니고 운용해 주는 운용사가 바꿔주는 건데 지금 TDF 구조는 운용사가 바꾸는 구조가 안 돼요. 그래서 디폴트 옵션을 선택한 사람이 직접 바꿔야 해요. 리스크 많이 지는 걸 환매해서 리스크가 작은 상품으로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젊은 사람이 TDF 유형 중 빈티지(Vintage·목표 은퇴 시점) 2050을 설정하고 직장 생활 10년이 지났을 때 주식 익스포져(주식 투자에 따른 위험 노출)를 줄이고 싶을 경우, 거기서 줄여줘야 하는데 거기서 못 줄이기에 2040으로 투자자가 상품을 옮겨야 해요. 원래 TDF는 가만히 놔두면 시간이 지나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주고 안정적 구조를 만드는 거잖아요. 그 성격이 못 살아났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걸 좀 보완해야 합니다. 뭐 다른 부분도 개선점이 있을 수 있는데 12월부터 본격 시행될 테니 차차 단점이 발견되면 수정해야겠죠.
Q5. 출마 변을 밝히실 때 ‘투자자 보호’를 특히 더 강조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A. 라임 옵티머스 사태 때문에 그런 거죠. 안타까웠어요. 주식 계좌 1500만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데 말이죠. 제가 평소에 꿈꾼 게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를 여는 거거든요. 저축만 하게 되면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을 쫓아가기도 바빠요. 저축 금리가 높다는 것은 물가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현재 가치로 따지면, 그 수준에 머무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젊었을 때부터 돈을 벌면 은퇴 시점이 오는 거잖아요. 은퇴 시점에 자기 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마련되는 게 모두의 꿈 아니에요? 저축만 해서는 그게 안 되는 거거든요. 투자해야죠.
이런 상황에 우리 업계에 신규 고객이 얼마나 많은데 대부분이 한 번도 주식 투자를 안 해본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가 많잖아요. 그분들은 평상시 경험한 게 은행이거든요. 은행은 리스크(Risk‧위험)가 없지만, 자본시장은 리스크가 있죠. 그런데 막연하게만 생각한 거죠.
공모 청약해서 ‘따상’(상장 첫날 최대치까지 주가가 상승하는 것) 먹었다거나 모 펀드 가입해서 ‘더블’ 수익을 냈다는 식의 얘기를 들으니까요. 그걸 우리가 너무 간과했다는 거예요. 그분들한테 우리가 투자 시장에 들어오면 수익도 충분히 날 수 있지만, 리스크도 따른다고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는 거죠. 책임도 투자자가 직접 지는 거라는 것도요.
이런 교육을 많이 했어야죠. 교육이 잘 돼 있으면 자기가 예를 들어 월급 200만원 받는데 200만원 전부 투자하고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자기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과 한도를 스스로 정하면서 가야 하는 거거든요. 이런 게 부족했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금융 투자 교육은 꾸준히 필요한 거죠. 학교 교과과정에도 필요하다고 봐요. 의미 있게 얘기될 수 있다면 협회장 돼서 교육과정에 넣는다거나 이런 것도 추진해 볼 수 있죠.
소위 말해 금융 투자업계는 투자자들에게 은퇴 시점까지 안정적 수익, 목표 금액을 만들 수 있겠다는 신뢰를 줘야 하거든요. 그런 걸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시장이 뜨거워졌다가 막 식는 걸 경험하게 하면 투자자들이 자꾸 자본시장에 실망하고 떠나버릴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생각해 보세요. 미국 시장에 투자하면 꾸준히 상승하면서 퇴직할 때 꽤 많은 돈을 만들어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걸 보여주잖아요. 우리는 왜 못 하냐는 거죠. 그런 걸 해야 하는데, 옛날엔 개방화가 안 돼서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니까 그게 어려울 수 있었어요. 갇혀 있고.
그런데 이제 전 세계 어디든 투자할 수 있잖아요. 한국 시장에도 투자하고 미국 시장에도 투자하고 그러면 미국 사람들이 수익 낼 때 우리도 같이 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식의 글로벌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를 짜게 되면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고 미국 투자자들이 경험한 혜택을 그대로 가질 수 있는데 왜 우리가 그렇게 못하냐는 거죠.
투자자와 업계 사이 신뢰를 만들어야 합니다. 투자자 위험 수준 관련 교육도 많이 해야 하고 운용사나 증권사는 좋은 상품을 계속 내야죠.
Q6. 금융 투자업계에 오래 몸담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지요?
A. 기억에 남는 순간 많죠. 제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일할 당시 새로운 시장을 연 게 많습니다. 2005년 이전만 하더라도 펀드는 돈 있는 분들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2005년 이후 적립식 펀드라는 게 자본시장 이슈(Issue‧화두)였거든요. 그걸 통해 펀드 대중화를 미래에셋증권에서 제가 주도했어요. 당시 적립식 펀드가 어마어마하게 터졌어요. 돈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펀드 시장을 연 거죠.
그리고 2005년엔 퇴직연금 관련 법이 통과됐었어요. ‘근로자 퇴직급여에 관한 법률’이라는 건데요. 그게 통과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엄청나게 투자했죠. 왜냐하면 퇴직연금 시장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안 나요. 돈은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입장에선 퇴직연금 시장이 돈도 안 돼서 자기 성과도 안 나는데 투자하기 어려운 거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퇴직연금 시장이 크게 발달할 것이라 봤죠. 국민연금과 같이. 그래서 지금 당장은 돈이 안 되지만, 투자해야 나중에 큰 먹거리가 생긴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때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당시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구 NH투자증권) 등 여러 곳이 다 같이 했죠. 그런데 중간에 다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성과는 안 난다고 포기했어요.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계속 투자해서 지금까지 왔죠. 벌써 10년이 넘었죠. 지금 연금 그러면 미래에셋이 강자잖아요.
그리고 ETF도 아시죠? 2010년 제가 운용사에 처음 갔을 때 정확한 숫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미래에셋 타이거(TIGER) ETF’ 시장점유율(MS·Market Share)이 6~7% 정도 됐어요. 삼성자산운용이 거의 90% 갖고 있었어요. 지금은 10년이 지났는데 삼성이 41%, 미래가 39%. 어마어마한 격차가 줄어든 거죠. 코스피200 등 지수 수익률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패시브 펀드를 가지고 업계 1위와의 격차를 줄인다는 게 거의 불가능이거든요. 그런 성과를 만들어냈죠.
그다음은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 TDF도 제일 먼저 만든 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이에요. 그때만 해도 좀 일찍 만들어서 활성화가 안 됐는데 삼성이 한국형 TDF를 그때 만들어서 광고했죠. 그래서 TDF 상품을 전부 다 꺼내서 다시 전문화 마케팅을 시도했어요. 지금은 업계 최고 수준이 됐죠.
외부 위탁 운용(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시장도 엄청 비용이 들어가거든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전문 인력도 있어야 하고요. 다 투자해서 지금은 OCIO 강자가 됐고요. 그런 것들이 지금은 증권사 쪽으로 넘어가서 증권사들이 OCIO를 하게 됐고.
뭐, 제가 특별히 예견하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고요. 아시다시피 저는 오너(Owner‧최대주주) 기업에 있었으니까.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회장님이 시장을 보는 탁월한 눈이 있어요. 거기서 많이 배웠고 앞을 제시해 주시면 제가 열심히 해서 완수하고 그랬죠. ETF라든지. 회장님께서 ETF를 굉장히 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저를 증권사에서 빼서 ETF 사업을 키우기 위해 운용사에 보내신 거죠. 초기엔 시행착오도 많고 엄청나게 고생이 많았지만, 계속 투자해서 이런 결과를 만든 거죠.
Q7. 역대 협회장이 모두 증권사 대표 출신입니다.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으로서 부담이 되진 않으신지요?
A. 어떤 기사를 보니 증권사와 운용사 간 대결처럼 구도가 그려졌더라고요. 그건 정말 좋지 않은 겁니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같은 협회 내에 있지만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거든요. 증권사가 업계에 기여하는 바도 크고요.
구조적으로 자본시장이라는 큰 흐름에서 보면 증권사가 훨씬 큰 거죠. 거기 일이 많은 거고. 그래서 그 부분을 대변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그런데 운용사들은 그동안 너무 방치되고 무시돼 왔으니까 제가 챙기려 하는 거죠. 운용업계 애로 사항을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절감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런 아쉬운 부분을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이걸 위해 다른 이슈는 내팽개치고 그런 건 협회장의 역할이 아니죠.
Q8. 투표에 임하는 회원사들이 본인을 뽑아야만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회원사 손발이 돼서 당국에 건의하고 기본 할 일을 미루지 않고 가장 앞에서 하는 협회장, 특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모두 경험해 금융 투자업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는 저 서유석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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