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관심이 집중되는데, 요즘 같아서는 입을 떼기가 쉽지 않다. 창업 이후 줄곧 버티는 게 곧 살아남는 비결이라며 나아가 성공까지 관통하고 있지 않겠냐고 무수히 대답해온 내공도 별 소용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애써 찾지 않아도 위축될 만한 이런저런 소식이 와르르 쏟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 알려졌고, 하나의 문제로 대두되어 공론화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시작해 마이데이터사업자에 합류했지만 금융지주 계열로의 매각 완료까지 9부능선을 넘었다는 한 핀테크사의 소식 역시 업계에서는 기사가 나오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종업종, 동종업종과의 융합이 흔해지기 전을 보는 듯 지금은 생경하지만 현재의 심화되는 경쟁 상황을 생각하면 곧 생존 히든카드로 종종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도 해본다.
핀테크사의 홀로서기가 점점 더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복잡한 유통구조 대신 플랫폼을 통해 회를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연결시키는데 성공한 한 스타트업에서 있었던 임직원 권고사직 사례를 보더라도 자생력을 갖추기까지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색있는 아이디어로 유명했고,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완전한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때이른 우박이 쏟아진 것처럼 핀테크, 그리고 스타트업 시장은 꽁꽁 얼어있다. 언론 등을 통해 나오는 숫자들만 보더라도 최근 투자환경 전반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 투자액 추이를 보면 8월 8368억원에서 9월 3816억원으로 급감했다. 반토막 수준인데, 올해 중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벤처투자 시장 위축은 최근 빅테크업계의 시리즈 마무리에도 반영될 만큼 막대한 영향을 자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이사는 자연스레 역할이 하나 더 늘었다. 업계, 회사 내부 분위기 역시 영향권 안에 들어있는 만큼 구성원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이다. 다니고 있는 직원도 내심 불안할 지경이니, 좋은 인재를 발탁하는 것 역시 더 어려워졌다.
이쯤 되면 인문학처럼 핀테크도 항시 위기 중이 아닐까 싶은데, 십여 년이 넘게 회자되어 온 ‘인문학의 위기’ 자리를 ‘핀테크 빙하기’가 넘겨받아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까라는 다소 과장된 생각도 해본다.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인문학 못지않게 현대사회에서 ‘금융’과 ‘기술’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는 뻔한 말을 찾게 되는 건, 의미 있는 굵직굵직한 가이드라인이 그어지고 있어서다. 투자심리 위축 등의 경제환경과 맞물려 위기에 처한 핀테크업계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동행 선언이 그랬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핀테크산업협회 등의 유관기관과 초기·중소형 핀테크 스타트업은 만났다. ‘깃플’ 역시 간담회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 ‘핀테크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개선과제’를 주제로 의견을 개진하고 타사가 처한 상황도 공유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 심화되는 경쟁 속 규제 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과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들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일회성이 아니라 해결점 모색을 위한 점진적인 단계 진행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는 점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0월 중 핀테크업계의 투자유치 및 운영·사업자금 관련 현황과 애로사항을 점검하는 2차 간담회가 진행되고, 이후 1·2차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정책간담회까지 이어지는 수순이었던 덕이다.
가능성을 평가받으며 아직 성장 중인 핀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해 맞춤형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핀테크’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에서 시작했지만 시장이 확대되면서 내부적으로 분화가 이뤄진 통에 업계 내에서도 각기 다른 상황이 적용되고 있었는데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눈높이를 맞춰줬다.
각 개별사의 이슈로 치부되지 않는 것이 그동안 핀테크가 금융산업에 기여해온 바를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핀테크는 금융과 금융소비자 사이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금융에 서비스의 개념을 담아내 선택권을 확대해왔고, 그 덕에 좀 더 친(親)금융소비자 중심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
핀테크업계가 만연화된 빙하기로 ‘제2의 인문학의 위기’로 전락할 수 없는 이유다. 다채로운 핀테크 서비스가 탄탄한 기초체력을 갖춰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와야만 ‘금융’은 윤택해질 수 있다.
[조영민 깃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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