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성장 기업으로서 ‘성장 중심’을 벗어나 ‘지속 가능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평소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기술 활용에 있어 전력 소모가 많은 데다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60조원 가까이가 증발한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로 사회적 시선이 따가운 만큼 ESG 경영을 통해 도의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이다.
‘NFT’ 활용해 숲 조성하고 아동 돕고
가상 자산 업계의 ESG 경영 활동에 있어 주목할 점은 ‘NFT 활용’이다. 보통 헌혈이나 봉사활동 등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캠페인 또는 기부금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 등이 많은데, 가상 자산 업계는 ESG 경영에 있어서도 디지털 자산 활용에 적극적이다.국내 가상 자산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Upbit) 운영사 ‘두나무’(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는 최근 디지털 아트(Art·예술) 전시회 ‘포레스트전’(8K Big Picture in FOR:REST전)에서 발생한 수익금 6400만원을 산림청(청장 남성현) 산하 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원장 남태헌)에 기부했는데, 당시 수익금 마련은 NFT로 이뤄졌다.
제15차 세계산림총회와 함께 후원한 이 전시회에서 공개된 육근병, 강형구 등 총 22명의 국내 인기 작가 작품이 업비트 NFT를 통해 90% 이상 판매된 것이다. 그렇게 모인 NFT 낙찰 대금 일부와 판매 수수료 전액은 ESG 경영 일환으로 한국산림복지원을 통해 ▲숲 가꾸기 캠페인 ▲작은 숲 조성 ▲시민 교육 등 탄소 중립 활동에 쓰기로 했다.
이수진 두나무 가치혁신실 상무는 “두나무의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두나무 ESG 경영 키워드(Keyword·핵심 단어) ‘나무’에 맞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해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뿐만이 아니다. 최근 ‘코빗’(Korbit·대표 오세진)도 NFT를 활용한 ESG 활동을 진행했다. 국제 아동 권리 비정부기구(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총장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와 손잡고 NFT 사업을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오랜 기간 아동 보호에 힘써 온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와 NFT 사업을 하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도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 아이디어(Idea·구상)를 실행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퍼진 ‘사회적 책임’ 공감대
ESG 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이제 ‘대세’가 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이자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 네이버(NAVER·대표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 등 국내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블랙록(BlackRock·대표 래리 핑크)은 “기후 위기가 곧 투자 위기”라며 “앞으로 투자에 있어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역시 ‘미국을 2050년까지 탄소중립 국가로 만들겠다’며 ESG 경영 중요성을 자주 언급한다.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ESG 경영’이 필수가 된 시대 흐름에 맞춰 가상 자산 업계 대표들도 ‘사회적 책임’에 공감대를 함께한다. 특히 가상 자산의 경우, 채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증가를 유발해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친환경 캠페인에 많은 여력을 쏟는다.
지난달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에 참석해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 응당히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며 ESG 활동을 지속하겠단 뜻을 밝혔다. 단순히 주주 이익을 환원하는 걸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단 의지도 피력했다.
두나무는 올해 4월 업계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바 있다. 위원회는 ▲ESG 전략 기본 방향 설정 ▲ESG 규정 제정·개정 ▲ESG 활동 실행 계획 검토 ▲ESG 활동 성과 모니터링(Monitoring·확인) 및 평가 등을 수행한다. 또한 최근엔 가상 자산 주 이용자인 2030 청년 가운데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계층을 돕고자 약 58억원 규모 ‘넥스트 스테퍼즈’(Next Steppers) 희망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으며, 향후 2년간 자립준비 청년을 ‘함께 서기’를 위해 아름다운재단(이사장 한찬희)과 6억6000만원 규모 후원금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빗썸(Bithumb·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역시 ESG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플로깅’(Plogging·줍기+조깅) 행사는 벌써 1년이 지났다. 환경 보호와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진행하는 이 행사엔 이재원 대표도 매달 참석 중이다. 직접 쓰레기를 줍고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구성원들과의 스킨십(Skinship·교류)을 늘리고 있다. 또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 자산 겨울)라 할 만큼 업계 상황이 안 좋지만,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금 전달과 임직원 헌혈 캠페인, 봉사 등 사회 공헌 활동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 자산 업계가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듯, 관련 기업의 ESG 경영도 성장하는 단계”라며 “지속 가능한 기업 문화로 ESG 경영이 자리 잡으려면 모든 구성원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빗썸은 대표 가상 자산 거래소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ESG 활동을 발굴·실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상 자산 업계가 ESG 활동을 점차 확대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중요해진 이유가 리스크(Risk·위험) 관리 차원인데, 가상 자산 업계라고 리스크를 피해 갈 수 없다”며 “기업 혼자 열심히 한다고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ESG 경영은 사회 구성원과 함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신뢰 경영’과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루나 사태 이후 가상 자산 업계는 투자자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 건축물 사용, 이사회 다양성 및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등 지금보다 ESG 경영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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