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금리가 높아지자 시중자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자금을 짧게 굴리며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단기 예금과 최대한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적금을 활용하거나 돈을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을 여러 개 개설해 자금을 쪼개서 넣는 재테크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적금상품 기본금리도 최고 연 4%로 올라섰다. 산업은행 ‘KDB드림(Dream) 자유적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4.26%다. 산업은행 ‘KDB 하이(Hi) 자유적금’(3.87%), 경남은행 ‘BNK더조은자유적금’(3.75%), 농협은행 ‘e-금리우대적금’(3.71%), 케이뱅크 ‘코드K 자유적금’(3.70%) 등의 금리는 연 3% 후반대다. 기업은행 ‘IBK 탄소제로적금’과 전북은행 ‘JB카드 재테크 적금(정기적립식)’의 경우 우대금리를 충족하면 각각 최고 연 6.50%, 6.00% 이자를 준다.
당분간 은행 수신금리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고 자금 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금리가 연 3.50% 수준이 될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의 금통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단위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연 7%대 이자를 주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안양축산농협은 14일 최고 연 7.1% 금리의 비대면 전용 ‘주머니적금’(12개월 만기)특판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7000좌 한도 소진 시 조기 종료된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 속에 은행 수신금리는 크게 오르면서 시중자금이 안전 자산인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760조5044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보다 30조6838억원 늘었다. 올 1월 말과 비교하면 93조7275억원 증가했다.
과거에는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에도 고금리 수신상품으로 수요가 쏠렸다면 최근 금리 인상기에 목돈을 효과적으로 굴릴 수 있는 재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자금을 짧게 굴려 쉽게 갈아탈 수 있는 단기 예금이나 적용 금리가 주기적으로 변동되는 회전식 정기예금, 매달 적금을 하나씩 가입하면서 이듬해 매달 적금을 회수하는 풍차돌리기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미리 정해둔 일정한 주기로 금리가 바뀌면 이를 반영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가입할 때 1~12개월 등 주기를 선택하고, 해당 기간이 지난 시점의 변동된 금리를 새로 적용받아 짧고 유연하게 목돈을 운용할 수 있다. 예금 상품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변동형’ 상품이다. 일반 정기예금의 경우 가입할 때 금리가 만기까지 고정된다. 만약 그사이에 금리가 올라 오른 금리를 적용받고 싶으면 해지 후 재가입해야 하는데 중도해지이율이 약정 금리보다 낮다.
회전식 예금은 지금과 같이 금리가 오를 때에는 다른 상품을 찾지 않아도 높아진 금리에 따라 이자를 더 얻을 수 있어 인기다. 금리는 일반 정기예금보다 낮은 편이지만 만기와 상관없이 회전 기간 단위로 해지가 자유롭고 선택에 따라 복리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회전식 정기예금은 회전 주기가 길수록 기본금리가 높게 설계돼 있다. 당장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다른 상품에 비해 적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년 만기 일반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했다가 만기가 끝나면 다시 금리가 높은 예금을 찾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안정적 성향을 추구하면서 중수익률을 원한다면 ‘적금 풍차돌리기’를 활용해볼 만하다. 풍차돌리기는 금융기관이 출시하는 하나의 상품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연 복리로 매달 원금과 이자가 돌아오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매달 적금 통장을 하나씩 들어 1년 후에 복리 이자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10만원 단위로 적금 풍차돌리기를 하려면 첫째 달에는 A적금에 10만원을 납입한다. 둘째 달에는 A적금에 10만원을 추가로 넣고 B적금을 개설해 10만원을 납입한다. 셋째 달에는 A적금 10만원, B적금 10만원을 각각 추가 예치하고 C적금을 새로 만들어 10만원을 넣는다.
이 같은 방법으로 1년 동안 반복하면 12개의 적금이 풍차처럼 돌아가고 매월 만기가 차례대로 돌아오게 된다. 만기가 돌아온 적금을 다시 풍차돌리기 방식으로 하면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이자를 챙길 수 있는 파킹통장도 금리 인상기에 주목받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파킹통장은 차를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돈을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이다. 일반 자유 입출금 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도 적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여유 자금을 임시로 보관해뒀다가 투자 등에 활용하기 좋다. 자금을 일정 기간 묶어두고 싶지 않고 필요할 때 쉽게 돈을 빼면서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얻길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예치금 한도에 맞게 여러 파킹통장을 개설하고 자금을 쪼개서 예치하기도 한다.
저축은행에서는 연 3%대의 파킹통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3일 최고 연 3.3% 금리를 제공하는 입출금통장 ‘OK세컨드통장’을 출시했다. 1000만원까지 기본금리 연 3%가 적용되고, 다른 은행 오픈뱅킹에 계좌를 등록하면 우대금리 0.3%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스파킹통장’은 5000만원까지 연 3.2% 금리를 제공하고, 웰컴저축은행의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은 최고 연 3.5% 금리를 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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