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하루 동안 전면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금융노조 소속 노조원들은 업무를 중단한다.
현재 경찰에 신고된 집회인원은 2만명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1만여명이 광화문에 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노조는 1차 파업을 이후에도 합의가 안 되면 오는 30일 2차 파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의 협상 결렬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 34개를 요구했지만 사측에서 해당 수용 요구안 모두에 대해 거부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파업 가결 이후 현재까지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융노조의 요구안에는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 시 사생활 보호와 근로조건의 결정 ▲이사회 참관 등 경영참여 보장 ▲남성 육아휴직 1년 의무화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3개월 확대 등 성평등 및 모성보호 확대 ▲조합활동으로 인한 집행유예 이하의 처분 시 해고 제한 등이 담겼다.
특히 노사는 임금 인상률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6.1% 임금 인상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임금인상률 1.4%를 제시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했을 때 낮은 임금인상률로 인한 실질적인 임금 삭감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금융노조는 정규직 임금 4.3%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1.2%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당시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추가 협상을 통해 2.4% 인상에 합의하면서 총파업은 면했다.
금융노조는 14일 노사 대대표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을 당초 제시했던 6.1%에서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낮췄다. 근로시간 단축 요구의 경우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를 한정된 직군에 한해 1년간 시범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노조가 요구 수위를 낮춘 건 실제 파업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노조에는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노조원 약 10만명이 소속돼 있다. 금융노조는 노조원들의 적극적인 연대를 독려해왔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 노조에서 사실상 불참을 결정하는 등 실제 파업 참여율은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노조 대부분이 집행부 위주로 참여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 노조는 총파업에 노조 간부급만 참석할 예정이다. 대부분 직원은 정상 근무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노조도 집행부와 대의원을 중심으로 100명 내외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KB국민은행 노조 역시 실제 파업 참가자 수는 수백 명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6년 총파업 당시에도 시중은행 참가 인원은 1만800여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15%에 그쳤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은 2.8%에 불과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높을 전망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고 산업은행의 경우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금융노조 총파업은 약 6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2016년 9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파업이 강행되지만 은행 업무가 마비되는 등 영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는 없을 전망이다. 금융노조도 최소 인력이 남아 있는 만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15일부터 접수가 시작된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해 고객 불편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이 대부분 부지점장 미만이라 점포 문을 닫고 고객 응대가 전혀 안되는 점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안심전환대출 상담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파업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원들이 소비자 불편은 외면하면서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시중은행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등 기본적인 임금 수준이 높고, 금리 인상기 고객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나친 ‘밥그릇 지키기’ 파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이었다.
주요 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 외화 송금 이상 거래 등 잇따른 사고로 은행권이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파업에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순이익은 8조96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조 측은 한 국책은행 조합원들의 평균 연봉을 확인한 결과 7200만원에 미달하고, 다른 업종의 평균 임금인상률과 비교했을 때 금융권 임금인상률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면치 못했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파업에 대비해 비상대응책을 마련했다. 은행들은 전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재한 금융노조 총파업 대비 금융권 상황 점검 회의에서 비상대책조직 설치・운영방안, IT 인력을 포함한 대체 인력 확보대책, 시나리오별 영업점 운영계획, 주요 전산장비·전산 시설 보호 대책 등 업무연속성계획 및 IT 비상 계획을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보완・보강 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대고객 업무 관련해 파업 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영업 지원 관련 필수인력을 확보・배치해 영업점 업무 차질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자체 비상 행동계획을 미리 점검하도록 지도하고 파업에 따른 전자금융거래 중단 등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한 IT 업무 연속성 계획과 비상시 은행 간 예금 지급시스템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비상시 은행 간 예금 지급시스템은 파업 때 타 은행에서 파업 은행 예금을 대지급할 수 있는 은행 간 예금 대지급 전산시스템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파업 대응 컨트롤타워로 금감원 내 ‘종합상황본부’도 운영하고 있다. 파업 진행 추이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파업 당일에는 은행 본점과 전산센터 등에 검사인력을 파견해 전산 가동 여부 등을 지속 점검토록 하는 등 현장 상황에 신속 대응할 예정이다.
현장 인력은 파업 참여 인원과 해당 인원의 근무지 무단 이탈 여부 등 근태관리의 적정성, 금융소비자 불편 사항 등 민원 접수 사례, 대체 인력 투입현황을 비롯한 업무연속성계획(BCP) 가동현황 등을 중점 점검한다. 유관기관과의 비상 연락망도 가동해 필요시 기관 간 신속한 협조를 통해 국민 금융 활동에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실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와 기업 등 금융기관 고객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기관별 비상대응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해달라”며 “개별 금융기관 파업 시에도 시스템적 차원에서는 정상적인 영업·운용이 가능하도록 전산 업무를 비롯한 금융기관 업무 연속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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