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은 취임 후 처음 개최한 사장단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LG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지난 4년간 적자를 이어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엔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행보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국내 기업들 경영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도시 봉쇄에 따른 수요 급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물류비 인상, 공급망 불안정,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악재가 겹쳤다.
LG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는 올 상반기 매출액 3조5236억 원, 영업이익 1조3288억 원을 기록했다.
◇ 중국 악재·원자재값 상승으로 실적 부진
LG전자는 올해 2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원자재값 및 물류비가 지속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또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펜트업 수요 감소로 TV·생활가전 등의 판매량이 줄었지만,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LG화학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한 고유가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현재 석유화학 시장은 수요·공급·원료 모두 어려운 환경으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도 매출은 완성차기업과 맺은 원자재값 인상으로 판가 연동 계약에 따라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중국 봉쇄에 따른 테슬라 배터리 공급 일시 중단, 지난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소송 보상금에 의한 기저효과 등으로 크게 줄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성장을 이어가며 ‘차석용 매직’ 평가를 받았지만, 올 상반기에 겹친 악재를 피하진 못했다. LG생활건강 실적 감소는 중국 현지 사업 부진 장기화가 주효했다.
중국은 LG생활건강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올해 초 올림픽 준비를 위한 통제로, 3월 말부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현지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예상보단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LG유플러스도 2분기 영업이익이 줄었다. 다만 이는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가 반영된 것으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게 되면 오히려 수익은 늘었다.
◇ 탄탄한 포트폴리오로 성장 가속
한국신용평가는 LG에 대해 “주력 사업 분야 시장지위, 다각화한 포트폴리오 등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외형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룹 수익성은 전방 수요 축소,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전년 대비 저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LG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2차전지 등 투자성과가 가시화하고 있어 하반기엔 그룹 차원에서 양호한 수익성을 거둘 것으로 봤다.
LG전자는 하반기 성수기를 공략해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올 2분기 영업익 500억 원을 기록하며 2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VS사업본부 성장세가 기대된다. VS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체결한 신규 수주만 8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LG전자의 전체 매출의 10%를 VS사업본부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에도 올레드 중심으로 사업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상반기 공급망 이슈로 출하에 체질이 생긴 만큼,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집중한다. 또 대형 올레드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명 올레드 등 라이프 디스플레이 영역 개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LG화학은 하반기 메탈 가격 하락 전환에 따른 수익성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최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출하 확대 등 전지 재료 사업 중심으로 하반기 성장에 속도를 낸다.
또 당뇨치료제, 백신 등 주요 제품 시장 점유율 지속 강화 등으로 생명공학 부분에서도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부터 변경된 계약 판가가 대부분 적용된다. 또 주요 OEM들 신차 출시,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JV) 1기 본격 가동, 주요 거래선 수요 확대에 따른 물량 증가, 원자재 가격 판가 연동 효과 등으로 상반기 대비 의미 있는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은 하반기 면세점 채널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LG생활건강 브랜드의 중국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 수요가 유지된다면 9월 중추절, 10월 국경절, 11월 광군절 등 하반기 성수기 시즌에 따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올해 ▲해지율 감소 ▲핵심기술 내재화 ▲신사업 강화에 집중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구 회장이 지주사를 제외하고 계열사 중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G CNS 성장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올해 2분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LG CNS는 디지털전환 등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PO(기업공개) 준비도 적당한 시점에 추진한다. 기업가치는 약 7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객사 투자 재개, 기업의 디지털 전환 등의 수요 증가로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라며 “현재 성장성과 수익성이 유지된다면 장외에서 7조원 규모로 거래되고 있는 LG CNS 상장은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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