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명 무궁화신탁 대표이사가 지난 22일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커지는 시장 규모에 맞춰 부동산신탁사들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일본서 부동산신탁제도 발굴…”니즈 맞는 상품 개발·인재 배출해야”
권준명 대표는 1989년 한국감정원에 재직할 당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는 주문을 받고 선진 부동산 시장인 일본에 갔다. 40일간 일본 전역 전문가 등과 교류를 통해 ‘부동산신탁제도’를 발굴했다. 그는 일본이 지하철과 철도 역 부지 등 사업성이 확보된 곳에서 개발신탁을 진행한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인상 깊다고 했다. 권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발판으로 ‘위탁자가 신탁한 물건을 개발 또는 관리해 수익을 돌려준다’는 신탁제도의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사업을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그가 무궁화신탁사 대표로 취임한 전후 부동산시장과 신탁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부동산신탁업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대 상황을 반영하면서 부동산 개발의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업무영역을 넓혀왔다.
이처럼 변하는 환경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맞추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 것이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권준명 대표는 여긴다.
또한 폭넓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많은 인재를 배출해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신탁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은 2700명이 넘었다. 그러나 증권사, 운용사 등으로 많은 인력이 유출되고 있다.
안정적 포트폴리오로 덩치 커지는 무궁화신탁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수익은 1239억원, 당기순이익 36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2.3%, 19.5% 증가했다.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76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린 것이 주효했다. 무궁화신탁은 해당 부문을 팀이 아닌 도시재생사업 부문으로 격상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권 대표는 “서울 및 수도권에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도심에 적절한 양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사업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이미 예견되고 있는 사실”이라며 “항상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힘써왔기 때문에 2016년 초기에 도시정비시장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리츠 시장에는 두 번째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첫 번째 리츠 겸영인가 후 전업 리츠자산관리회사인 케이리츠투자운용에 투자하면서 신탁의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인가를 반납한 바 있다.
권 대표는 그때와 지금의 금융환경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구조나 상품보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신탁, 리츠 등 이종 금융기관 간의 다양한 협업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 관계사인 케이리츠투자운용과 목표 시장을 달리함으로써 타사보다 넓은 투자자산을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자산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로서 연기금 등의 투자를 받아 해외 우량자산 투자 및 운용을, 케이리츠투자운용은 중규모 부동산 특화 리츠 및 자산운용을, 무궁화신탁은 신탁 및 도시재생과 연계한 개발리츠를 지향한다.
그는 “지속적으로 저평가된 우량 자산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영입, 배치했다”며 “관계사 간 교류와 시너지를 통해 리츠 설립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궁화신탁사는 개발사업의 강자로 발돋움 중에 있다. 차입형토지신탁에 주력하기 위해 올해 개발사업부문을 신설했다. 권 대표는 타 금융권이 금리인상 여파로 소극적인 상황에서 저평가된 우량 사업지, 시행사와 협업해 해당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차입형토지신탁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상품이다. 이에 권준명 대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리스크가 작고 안정적인 비차입형신탁과 리스크와 수익성이 높은 차입형상품 비율을 재무 상황에 맞게 구성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무궁화신탁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작년 말 기준 차입형토지신탁 약 16%, 비차입형인 관리형토지신탁, 담보신탁 등 68%, 대리사무 14% 등으로 안정적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 만년 하위에서 톱이 되다
권준명 대표는 ESG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무궁화신탁은 국내 업계 최초로 ESG 로드맵을 구축한 바 있다. 주요 내용으로 사내 친환경 캠페인 실시, 지역사회공헌 활동 등을 담았다.2022년도에는 1차 ESG 위원회를 마쳤다. 장기적으로 회사의 업무 처리 방식을 전산화하기 위해 DT팀을 새로 신설했다. 무궁화신탁은 이를 통해 종이 사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꾀하고 있다. 환경과 관련해 불필요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점심시간 사무실 PC 오프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무궁화신탁은 새로운 부동산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고 있다. 권 대표는 “무궁화신탁은 창립 초기만 해도 만년 하위권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깔려 있었다. 임직원의 노력으로 이제 무궁화신탁의 영업력이 업계 수위권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며 “타 부동산신탁사와 달리 현대자산운용이라는 종합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는 부동산신탁 시장에서 상당히 다른 행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예정”이라며 “실제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이 출시한 블라인드 펀드 및 부동산 펀드 투자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현재도 다양한 부동산 상품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동산신탁업권은 고유자금을 투자해 부동산 개발, 운영, 시행하는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장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우발채무 등 리스크도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존가능성이 위협받고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그러나 권 대표가 생각하는 부동산신탁업계의 전망은 ‘맑음’이다. 많은 수탁물건과 사업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부동산 개발, 운용에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신탁상품을 통해 기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크게 감소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신탁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그 틈을 메우면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개발과 금융 양 측면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아가며 코디네이터로서 사업을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준명 대표에게 부동산신탁업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부동산신탁 시장의 도입 초기부터 일을 해 왔습니다. 무궁화신탁이 부동산신탁업의 확대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현재보다 업무영역을 확대해 일반 개인의 상속이나 노후대책에 신탁제도가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신탁상품을 개발해 활성화시키고 싶습니다.”
권 대표는 인생의 오랜 시간을 부동산신탁업과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그가 부동산신탁의 역사에 새길 발자취가 기대된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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