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책이 나오기 전 전월세시장은 여전히 경색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전세보다 월세 물량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8월 ‘전세 시한 폭탄’이 점점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2일 기준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인 5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전체 임대차 거래량은 34만9565건이었다. 이 중 전세거래량은 14만7611건이고, 월세거래량은 20만1954건으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었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높은 수도권 새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건수는 38만3859건(수도권 23만2468건, 지방 15만1391건)으로 집계됐다.
입주 연차가 짧은 신축 아파트일수록 월세 거래 비중이 큰 이유를 수요 측면에서 보면, 구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세가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갱신권 사용까지 감안해 4년 계약(2+2년)을 예상한 임대인들이 애초에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내놓자, 대출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커진 임차인들이 ‘준전세(보증금이 2년치 월세를 초과한 임대차 거래)’ 계약에 나서면서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R114는 “올해 8월부터 갱신 만료된 신규계약 물건이 순차적으로 풀리는데, 주변 시세에 맞추거나 갱신계약을 포함한 4년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한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려는 임차인과 보유세 전가를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상생임대인’ 혜택 늘려 시장 선순환 유도, 전문가 반응 “일단 긍정적”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지우기 위해 지난 21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대책인 ‘6.21 부동산대책’을 공개했다. 임대차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책으로는 ‘상생 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강화함으로써 계약갱신이 다가오는 임차인들의 보호 효과와 임대인들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유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상생 임대인’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말까지 계약하는 전·월세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올려서 2년간 계약을 유지하는 임대인을 말한다. 현재는 상생 임대인에 대해 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 요건을 실거주 의무 2년→1년으로 완화해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것이 완전히 면제되는 것이다.
6.21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임대차3법을 단기간 내 손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실 거주 요건을 완화하고 정책적 전세자금 대출 지원 확대와 공제율을 높여 다중가격으로 인한 세입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은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담대 이용 시 전입요건을 완화하고 분상제 대상 아파트 의무거주 시점을 매도전으로 늦춰 전월세 물량 확대를 유도하는 점 또한 유통 매물을 확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양지영 소장은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5% 이내로 인상하는 임대인에 대해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2년 거주요건을 완전 면제해주는 상생임대인 제도 확대는 전월세가격 안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한편, “하지만 세입자 지원은 여전히 대상 수요가 제한적이라 혜택 받은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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