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동학 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는 ‘국민주’ 삼성전자는 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6번째다. 어느덧 삼성전자 주주들은 10만전자를 바라보던 때를 뒤로하고 4만전자를 걱정하게 됐다. 52주 신저가는 1년을 주 단위로 변환한 52주 기준으로 주식 가격이 가장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틀 연속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전날 밝힌 전기자동차용 ‘고체 전지 전해질 지지제’ 개발 성공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나노소재 전문 기업 레몬은 오랜 기간 나노섬유를 이용한 전기차용 고체 전지 전해질 지지체를 개발해왔다. 내부에 액체 전해질이 들어 있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온도 변화에 따른 배터리 팽창이나 누액 등으로 인해 폭발·화재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전고체 전지는 내부 전해질 자체가 고체로 돼 있어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몬은 이번에 개발한 고체 전지 전해질 지지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김광진 레몬 대표는 “이번 고체 전지 전해질 지지체 개발 성공 뒤에는 나노 기술력이 자리한다”며 “최고 나노 소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장주’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는 5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7일 5만9800원까지 내려간 채 장을 끝낸 삼성전자는 이날 1.84%(1100원) 더 내려간 5만8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5만81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11월 4일 이후 장중 최저치다. 지난해 8월 5일 장중 세운 직전 고점 8만3천300원과 비교하면 30%가량 낮아진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해당 기간 기관 투자자 역시 6조6940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만 14조4184억원어치 사들였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고 있는 물량을 ‘동학 개미’가 받아낸 형국이다.
대다수 증권가는 삼성전자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거시 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고경모)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4% 내렸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49조7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18%나 낮췄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의 경우엔 16조3천억원에서 15조원으로 하향했다.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도 기존 14조9천180억원에서 14조8천910억원으로 0.2% 하향했다.
일각에선 지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저가 매수’ 구간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반등하려면 거시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중국 수요 개선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등이 이뤄진 뒤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이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가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고자 0.7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증시는 하방 압력을 더욱 받는 상황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 배경에 관해 “거시 경제 우려가 커져 실적 전망치에 대한 시장 신뢰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실적 추정치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대표 최병철닫기최병철기사 모아보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식은 모멘텀(momentum·성장 동력) 없이 저평가되는 구간에 있다”며 “시가총액 규모 1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는 한국 증시를 파는 것과 같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KOSPI‧국내 종합주가지수)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하락과 함께 24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장 초반 상승 출발하는가 싶더니 이내 반락했다. 결국 전 거래일(2440.93) 대비 2.04%(49.90포인트) 내린 2391.03에 마감했다. 장중 2372.35까지 내려가며 연저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2400선이 깨진 것은 지난 2020년 11월 5일 이후 약 19개월 만이다.
투자자별 현황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이 각각 1826억원, 4456억원을 사들였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6624억원을 던지면서 시장을 빠져나갔다. 환율 상승과 함께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한국 주식을 팔고 미국 달러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7.3원)보다 5.1원 오른 1292.4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1295.3원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다시 쓰기도 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부분 하락했다. 출판(+1.18%), 카드(+0.49%), 무선 통신 서비스(+0.34%)만 유일하게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고, 가정용품(-6.60%), 문구류(-6.53%), 건강관리 기술(-5.68%) 등 거의 모든 업종이 내림세를 걸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서는 삼성SDI(대표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호)와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장재훈·이동석)만 각각 0.54%, 0.29% 상승했고, 나머지는 모두 떨어졌다.
삼성전자 우선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07%(1700원) 떨어진 5만3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 -3.29%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1.97%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임존종보) -1.20% ▲LG화학(대표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1.04% ▲네이버(대표 최수연) -1.47% ▲카카오(대표 남궁훈) -3.60% ▲기아(대표 최준영‧송호성) -0.79% 등도 내린 채 장을 끝냈다.
장 초반 800선을 회복했던 코스닥 역시 하락 전환해 전 장 대비 3.60%(28.77p) 급락한 769.92로 문 닫았다. 지수는 장중 804.89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 반전하며 장중 763.22까지 떨어졌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연저점을 기록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도 하락 원인은 ‘외국인들의 매도세’였다. 장을 마친 시점에서 봤을 때 외국인은 1478억원어치를 던졌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이를 받아내 각각 1133억원과 432억원어치를 샀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알테오젠(대표 박순재)만 전 장보다 2.12%(1200원) 오른 5만7900원에 마쳤고, 나머지 9개 종목은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대표 주재환‧최문호)은 전 거래일보다 0.15%(800원) 떨어진 51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어서 ▲셀트리온헬스케어(대표 김형기) -2.08% ▲엘앤에프(대표 최수안) -0.12% ▲카카오게임즈(대표 조계현) -10.14% ▲HLB(대표 진양곤·김동건) -2.22% ▲펄어비스(대표 허진영) -4.86% ▲셀트리온제약(대표 서정수) -1.34% ▲천보(대표 서자원·이상율) -1.79% ▲CJ ENM(대표 강호성·윤상현) -2.11% ▲위메이드(대표 장현국) -5.63% 등이 파란불로 닫았다.
이날 하루 동안 증시 거래대금은 코스피시장 8조9711억원, 코스닥시장 7조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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