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KOSPI‧국내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잘 지켜온 2500선마저 1년 7개월 만에 붕괴했다. 물가 압력은 더욱 거세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도 고려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 연준의 강경 대응에도 여전히 매도 실익이 없다며 현 상황을 기다려야 하는 구간이라고 보는 곳이 있다. 신영증권(대표 원종석·황성엽)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3월부터 지속해서 안도 랠리(rally‧강세 전환)가 가능하다고 뜻을 내비쳐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분석가(Analyst)는 14일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기술적 분석 ▲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미국채 2-10Y ▲밸류에이션(Valuation·실적 대비 주가 수준) ▲변곡점 이벤트 등 6가지 평가 항목을 통해 여전히 매도 실익이 없다고 보는 관점을 드러냈다.
우선 기술적 분석 상으로 아직 극단적 투매 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투매는 던지듯이 팔아치우는 것을 뜻한다. 지난 2월부터 코스피와 코스닥(KOSDAQ) 지수는 박스권에서 횡보했지만, 국내 신용융자 규모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 공포지수로 취급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변동성 지수’(VIX‧Volatility Index)와 ‘한국형 변동성 지수’(VKOSPI)도 과거 고점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박 투자분석가는 “물가가 확실히 안정화하려면 3~5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밸류에이션을 지속 압박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즉,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단기간에 통화 긴축으로 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도 치솟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후 수준의 고점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당시 환율은 장중 1296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무역수지도 적자였지만 증권사 주가 연계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 환헤지(환율+Hedge·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 회피 전략) 수요와 외국인 배당금 유출 등으로 시장 교란이 극심했다.
미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전 구간에서 나타나는 중이다. 이미 미국채 2~10년 스프레드(Spread·차이)와 2~30년 스프레드가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는 이미 연준의 강경 대응으로 인한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 채권시장의 컨센서스(Consensus·증권사 추정치 평균)다.
박소연 투자분석가는 “사실 과거 사례는 대부분 장단기 금리가 먼저 역전되고, 그다음 경기가 고점을 형성했지만, 2019년과 2022년은 경기가 먼저 고점을 친 뒤 나중에 금리 역전이 발생한다”며 “두 사례 모두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경기가 하강 중인데도 긴축 강도를 높이다 탈이 난 사례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 리스크(Risk·위험)를 무시하고 긴축 강도를 어디까지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 상황이 1970년대와 많이 비교되곤 하는데, 그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각 경제 주체들의 부채비율이 급증했고, 이런 상황에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박 투자분석가는 “이미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에 비상이 걸렸고, 이탈리아는 국가부채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며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교란과 전쟁 등 외부에서 파생된 부분이 큰데 이것을 통화긴축으로 해결하려 들면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에 고통스러운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상환)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연준의 75bp(1bp=0.01%p) 인상 전망이 이미 나온 만큼 이제는 기다려야 하는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에이션도 정상화하고 있다. WMI500순수성장 지수의 경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은 지난해 30배에 육박했지만, 최근 20배까지 떨어졌다. 멀티플(Multiples·배수) 기준 30% 하향이 나온 것이다.
박 투자분석가는 “물론 팬데믹(Pandemic·전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인 14~18배에 비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성장주 탄력은 가치주에 비해 계속 둔탁할 가능성이 크지만, WMI500순수 가치 지수도 12MF PER이 6.6배까지 하락해 2020년 코로나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현 레벨에서는 지수 저점 논의가 의미 없다고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하락하지만 빠르게 반등하는 ‘변동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라며 “향후(Forward) 실적에 대한 의심이 많아질 땐 현재(Trailing) 기준 장부가치를 보면 도움 되는데, 현재 최근 12개월 지수(TTM·Trailing Tweleve Months) 1배가 2440선에 위치해 있다”고 덧붙였다. 즉, 기존 전망 레벨(Level·단계)을 이탈하긴 했어도 매도 실익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이 제대로 상승하려면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필요한데 다가올 11월 중간선거에서의 공화당 승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이나 원유 시추 등에 관한 문제가 일부 해결될 것이라 본 것이다. 중국이 락다운(Lockdown·봉쇄 조치)을 풀고 경기부양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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