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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신중해야 할 금융 가격공시제도

기사입력 : 2022-05-30 00:00

윤석열 정부 금융규제 방식 변화에 주목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 효력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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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의 금융규제 방식에 변화가 있다. 최근 가격 공시제도 강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금융서비스 공급업체의 가격 폭리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두드러진다. 대체로 금융서비스 공급업체의 자율규제에 기반을 둔 정책 기조로 이해된다.

대표적인 가격 공시제도 강화조치로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들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이상적으로 증가한 여파이다. 지속적 물가상승에 따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은행권의 예금금리 대비 대출금리 인상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은행들은 통상적으로 금리상승기에 예대금리차 확대를 통해 이자수익을 제고시키려는 영업전략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예대금리차가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된 경향이 있다. 이는 가계대출 규제차원의 대출총량제 시행이 대출공급자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킨 데 기인한다.

대출수요의 꾸준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대출공급이 제한된 상황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가능하게 했다. 은행은 대출거래 감소를 충분한 예대금리차 확보로 보전하려는 영업전략을 보였다.

이로써, 금년 1분기 국내 은행들은 전년동기대비 16.9% 늘어난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예금금리 대비 대출금리의 지나친 인상은 금융소비자의 불만을 초래했고, 이는 신정부의 예대금리차 공시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한편, 최근 빅테크사의 높은 수수료율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발표된 공시제도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카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빅테크, 핀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율을 6개월마다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맹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영세 및 중소가맹점의 경우 카드사는 0.5~1.5%의 수수료율을, 빅테크사는 최대 2.7%까지의 수수료율을 제시한다.

더욱이, 카드사의 경우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절차를 통해 금융위원회 주도로 우대수수료율이 결정되지만 빅테크사는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꺼내든 것이 빅테크사 수수료율 공시제도이다.

가격 공시제도는 금융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시제도는 금융소비자에 필요한 가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제고시킨다.

하지만, 공시정보의 정책 실효성을 제한하는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이용 후 겪을 수 있는 편익 침해수준에 따라 가격 공시제도의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장지배력이 높은 은행 및 빅테크사의 서비스는 가격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고,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선택에서 배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사는 플랫폼 경쟁력을 토대로 점차적으로 사업확장, 소비자 데이터 독점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에 감금(lock-in)된 금융소비자에 대해 빅테크는 다각화된 금융서비스를 묶음(bundle) 형태로 제공한다. 플랫폼의 감금효과가 커질수록 소비자 스스로 플랫폼 이탈에 따른 편익 저해비용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고, 이로써 빅테크사의 수수료율 공시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한편, 대형 은행도 높은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기에 향후 DSR 등의 대출규제가 강화될수록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의 효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실상 예대금리차는 이미 공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은 매월 은행연합회에 전월에 취급한 대출 평균금리, 기준금리 등을 공시한다.

최근까지 높은 대출금리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증가세가 지속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산금리 기준인 위험관리비용 등 공시내용 확대 조치에도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 정책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자칫 시중은행 대비 시장지배력이 약한 제2금융권의 경우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 비우량 차주에 대한 대출공급이 오히려 축소될 개연성도 존재한다.

이는 저신용차주의 경우 금융업체의 대출심사 문턱을 넘는 것이 대출금리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금융 가격공시제도보다 시장지배력 억제를 위한 제도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빅테크사의 간편결제 수수료율에 대한 공시 의무화 조치 이전에 시장 독점화를 억제하는 조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빅테크 규제법안 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EU는 디지털 시장법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장법은 월간 사용자 4,500만명 이상 플랫폼을 1개 이상 보유한 빅테크사를 대상으로 한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는 빅테크 사를 게이트키퍼(gate keeper)로 지정해 개인 데이터 사용제한 등 다양한 의무를 부과한다.

우리도 빅테크사를 규제하는 강력한 독점화 규제법 마련이 시급하다. 골목상권을 침범하고,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빅테크사의 플랫폼 지배력을 억제한 이후 간편결제 수수료율 공시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정책목표에 좀 더 부합하리라 판단된다.

또한, 은행업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시장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도 시급하다. 은행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경우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요시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 제공이 가능한 혁신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수를 늘리고, 동 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형 은행의 시장지배력을 제한하는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금융 가격공시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빅테크사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제도마련 및 대형 은행의 시장경쟁을 촉진시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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