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고객사들과 파운드리 생산 가격을 제품별로 15~20%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라인 중 레거시(성숙) 공정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상은 TSMC의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공급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언급하며 가격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이번 가격 인상은 전 세계적인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인상된 가격은 올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반도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파운드리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와 필수 재료인 희귀가스(네온·크립톤)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기업들의 최근 공급 확대를 위해 대규모 증설 투자를 진행하면서 자금 확보를 위한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TSMC나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은 공장 증설 경쟁을 벌이며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TSMC의 올해 투자 예산은 400~440억달러(약 51조~56조원)로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12~16조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가격 인상으로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53.1%를 차지한 TSMC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7.1%로 2위다. TSMC와 삼성전자가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파운드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고객사 입장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UMC, 글로벌 파운드리, SMIC 등 파운드리 후발주자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품귀현상이 이어지다 보니 생산자로서는 지금이 가격을 인상하기에 최적의 시점으로 본 것 같다”라며 ”다만, 반도체 가격 인상은 반도체가 포함되는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 게임기 등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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