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궐련 담배에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서며 한국 담배 시장을 재패했다. 해외에서는 특허를 바탕으로 나날이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정통 KT&G맨, 최장수 대표이사
백 사장은 KT&G 최장수 대표이사다. 그는 지난해 KT&G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확정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KT&G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 경신이다.백 사장은 정통 KT&G맨으로 꼽힌다. 그는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 첫 CEO다. 1993년 입사 이후 29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R&D 등 주요 사업 요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 왔다.
백 사장이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인은 시장에 대한 빠른 이해와 기획력, 추진력으로 KT&G 실적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백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하면서 “경영 성과, 미래 비전 및 전략, 혁신 의지, 글로벌 마인드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한 결과, 백복인 사장을 차기 후보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궐련과 전자담배 두 축을 성장시킨 ‘양손잡이 경영’ 등 신(新) 경영이론을 시장 상황에 맞게 적용한 기획력과 단기간에 글로벌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신속한 업무 추진력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2020년 코로나19로 막힌 내수 시장 대신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5조원 시대를 열었다. 해외진출 100개국 돌파, 중동 수입업체와 7년간 2조2000억원 규모 수출계약 성사 등 해외사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다.
또한 글로벌 담배기업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덕분에 KT&G는 팬데믹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2020년부터 ‘5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백 사장은 지난해 3연임 성공 당시 “세계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회사를 이끌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해외사업을 한층 더 고도화시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다지고,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궐련형 이어 전자담배 시장 1위로 올라서
백 사장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궐련담배에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KT&G를 업계 1위로 올라서게 했다는 점이다.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편의점 판매 기준 KT&G 전자담배 스틱 점유율은 45%를 넘어섰다. 이로써 KT&G는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64.6%를 차지하고 있는 궐련담배에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KT&G는 백 사장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전인 지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시장 점유율은 불과 2% 수준이었다. 이후 2018년 16.1%, 2019년 31.7%, 2020년 34.3%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더니 지난해 3분기 시장점유율 40.7%를 기록하며 40% 벽을 돌파했다.
KT&G는 전자담배 기기 ‘릴’ 시리즈 제품들과 전용스틱 제품 ‘핏’ ‘믹스’ 인기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기에 전용스틱(핏·믹스)을 삽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기기의 저변이 넓어져야 스틱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KT&G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음에도 전자담배 기기 ‘릴’로 과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출시 3년 만에 편의점 판매량(CVS) 기준 디바이스 점유율 50%를 달성했으며, 이어 지난해 60%를 넘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둘 중 하나는 ‘릴’이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릴’의 누적 판매량은 400만대를 넘어섰다.
KT&G는 전용스틱 제품인 ‘핏’ ‘믹스’ 점유율 상승 배경으로 전자담배 기기 ‘릴’ 시리즈 제품 인기를 꼽았다.
지난 2017년 ‘릴’ 첫 모델인 ‘릴 1.0’부터 ‘릴 플러스’, ‘릴 미니’, ‘릴 하이브리드 2.0’, ‘릴 솔리드 2.0’까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강화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왔다.
특히 2020년 출시된 ‘릴 하이브리드 2.0’은 편리한 스틱 제거와 불필요한 기기 청소, 풍부한 연무량 등 기존 제품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용스틱을 삽입하면 자동으로 예열되는 ‘스마트온’ 기능, OLED 디스플레이 적용 등 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 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인 것이다.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인기에 힘입어 국내 전자 담배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전체 담배 판매량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비중은 17%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15%와 비교할 때 3개월 만에 3%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재정부 조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상승세가 확인된다. 기재부 ‘2021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스틱 기준)은 4억 4000만 갑으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2017년보다는 5배 가까이 늘었다. 기재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수요 증가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재택근무 확대 등에 따라 궐련과 비교해 담뱃재가 없고 냄새가 덜 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KT&G는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인기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5조2284억원을 기록했다. 궐련 담배 시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T&G가 점유율을 확대한 영향이다.
KT&G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KT&G는 소비자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앞선 기술력을 선보여 온 것이 차별화된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력으로 시장경쟁력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 중심으로 K-담배 공격적 확대
KT&G는 빠른 속도로 해외 담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999년 26억 개비에 불과했던 해외 판매량은 2015년 국내 판매량을 추월해 2020년에는 480억 개비로 증가했다. KT&G 전체 판매량 중 54%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K-담배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이다.백 사장은 올해 이 흐름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동유럽 시장에 이어 지난 4월 초 이탈리아 로마와 시칠리아, 그리스 아테네, 터키 이스탄불을 찾는 등 글로벌 수출 시장을 점검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유럽에서도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큰 국가로, 글로벌 담배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처음 출시할 당시 일본과 함께 테스트 마켓으로 선정했던 핵심 시장이다.
외국계 담배 기업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유럽 시장을 백 사장이 잇따라 점검함에 따라 KT&G가 올해 유럽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백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해외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에 지난해 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은 총 22개국 진출을 달성했다. 궐련 역시 작년 말까지 수출국을 총 124개국으로 늘리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괄목할 만한 글로벌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지 2년이 채 이룬 성과다.
KT&G 궐련담배와 전자담배 모두 공격적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궐련 담배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물류경색과 이동제한 조치 등에도 비대면 영업 시스템을 활성화해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20년 103개국이었던 KT&G 궐련 수출국은 작년 말 124개국으로 늘어났다.
특히 KT&G의 대표 담배 브랜드 ‘에쎄’를 현지 시장 특성에 맞게 출시해 주력 브랜드로 육성하는 브랜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에쎄’는 지난해 글로벌 마켓리서치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로부터 6년 연속 초슬림 담배 부문 세계 판매 1위 브랜드로 선정됐다.
전자담배는 독자적 기술이 집약된 ‘릴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인지도 확대를 위해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지난 2020년 1월 손잡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0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일본 등 3개국에 ‘릴 솔리드 1.0’과 ‘릴 하이브리드 2.0’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릴 솔리드 2.0’을 주력으로 유라시아·중앙아시아·유럽 등 다양한 권역으로 시장을 넓혀 릴 진출국을 계약 첫해 3개국에서 2년 만에 22개국으로 늘렸다.
KT&G는 국내 기업의 유럽 특허 출원인 상위 15개사에 이름을 올리며 유럽 시장 내 저변을 확대하는 기틀을 닦았다. 전자담배의 독자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 백 사장의 ‘기술 리더십’이 결실을 맺으며 해외 특허 출원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KT&G는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유럽 판매 국가를 5개국 추가해 진출국을 8개국으로 늘리며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에도 성장은 계속
백 사장은 올해에도 KT&G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3월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속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미래성장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시장 확대, 원가 절감을 통한 매출과 이익 극대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의 협력 고도화 등으로 외형 성장과 내실 있는 사업 전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백 사장은 “궐련형 담배 관련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시장 현지 활성화, 해외법인 역량 집중으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백 사장은 글로벌 톱4 비전 달성을 목표로 2025년까지 해외 진출 국가를 200여곳으로 늘리는 한편 해외 매출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KT&G가 담배를 수출하는 국가가 103곳인 것을 반영하면 1년에 20여개 나라를 신규로 뚫어야 한다. 올해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진출 국가를 발굴할 것으로 관측된다.
백 사장은 주주친화경영과 ESG경영도 강조했다. 그는 “2022년은 당사가 민영화한지 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올해도 사업경쟁력 제고와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성장을 실현하고, 주주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주주친화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평가와 규제 대응 수준을 넘어 핵심사업과 ESG 가치창출영역의 정렬을 통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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