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현장에서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출장에서 현대차 현지 전략 전기차 ‘아이오닉 V’를 처음 접했지만,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 별다른 차별점을 꼽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이오닉 V는 현대차 중국 재공략 시발점이다. 디자인부터 중국 현지 고객들 라이프스타일과 니즈에 맞춰 새롭게 재정의했고, 차세대 몰입형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를 비롯해 스마트 AI, 현지 기업들과 협력한 자율주행 서비스 등 첨단 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 전략을 두고 희망보다는 우려를 강하게 나타냈다. “전기차 시대에 현대차가 중국 브랜드들과 비교해 기술 혁신 등 프리미엄 경쟁력이 확실한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아니다”라고 답할 정도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국 공략 프로세스와 중국 전기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고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현대차가 중국 브랜드보다 기술력이나 상품성이 월등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확실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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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중국 수출이 막힌 사이 중국 브랜드들이 급성장했으며,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력까지 앞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기준 21만 대까지 떨어졌다. 점유율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약 2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5% 감소했다.
한한령 해제 이후에도 현대차 전략은 여전히 프리미엄 전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 라인업을 비롯해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판매량에서 알 수 있듯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BYD, 지리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들은 현대차 못지않은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을 더한 가성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도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소비에 눈을 뜬 결과다. 현대차 프리미엄 전략과는 궤가 전혀 다르다.
이 현상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통용된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중국 1위 전기차 브랜드 BYD는 ‘아토3’ ‘씰’ ‘씨라이언7’ ‘돌핀’ 등 중소형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워 1년 만에 1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현대차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야가 있다. 바로 게임업계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국내 게임사들에 중국은 한국에 이은 두 번째 텃밭이었다. 중국 게임업계는 한때 한국 게임을 베끼는 아류로 여겨졌다.
하지만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 수출이 막힌 사이 중국 게임업계는 급성장했다.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빗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과거만큼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방치형, 캐주얼 장르 등을 앞세워 국내 게임시장 매출 순위권을 장악했다. 콘솔 등 대형 게임 개발 경쟁력도 이제는 한국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중국 게임을 따라잡기 어렵다”라는 말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 중국 시장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 대형 게임 중심이 아닌 서브컬처·캐주얼 등 현지 수요가 높은 장르를 중심으로 범용성을 확대한 것이다.
현대차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과 프리미엄 전략으로 맞붙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오닉 V 같은 현지 전략형 차량 출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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