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의를 밝힌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KDB산업은행 회장이 새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 특히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 기간산업이 집중돼 있는 만큼 자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부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내건 핵심 공약이다. 이 회장은 “국가 주요 경제정책을 이런 식으로 결정해 집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향후 폐해가 발생하면 과거 서별관회의 때처럼 뒤에 숨고 책임은 안 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산은 부산 이전이 부울경에 2조~3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전혀 근거가 없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마이너스 효과는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조~3조원 창출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지만, 국가 경제에 20조~30조원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건 어떻게 할 것인가. 황당한 주장을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부울경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라며 “국가의 집중 지원으로 울산, 포항, 거제, 창원 등 부울경에는 이미 기간산업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이) 제2의 경제도시라면 다른 곳에서 빼앗아 가려 하지 말고 자생하려고 노력해달라.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 진정한 지속 가능 발전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5년간 산은이 해결한 대기업 구조조정 성과도 강조했다. 그는 “2017년 9월 취임 당시 정리되지 않은 현안 부실기업이 즐비했고 대규모 부실기업만 10여 개에 달했다”며 “은행 금고는 텅 비어 자본잠식 직전 수준이었다. 조선·해운업 등에 대한 거액의 대손 비용 등으로 취임 전 3∼4년간 주요 부실기업 구조조정 관련 손실액은 14조5천억원, 당기순손실만 5조5000억원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산업은행 무용론’과 관련해선 산은 조직에 대한 모독이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3300명 산은 직원과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 산은을 3개로 쪼개야 한다 등 도가 넘는 정치적 비방이 있다”며 “이는 산업은행을 활용해야 할 새 정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쌍용차 매각 차질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3건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한 게 없다고 하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쌍용차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은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며 “국내 조선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와 관련해선 “본질적인 경쟁력이나 지속가능성이 매우 취약해 지속가능한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자금지원만으로는 회생이 어렵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의 배경에 대해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부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집행하는 정책기관”이라며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교체기마다 정책기관장 교체와 관련한 잡음, 흠집 잡기, 흔들기 등이 나타나는데, 이런 소모적 정쟁 행태가 5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책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중요 정책기관을 선별해서 임기를 5년이나 2년 5개월로 하고 그 외 기관들의 임기는 존중해주는 것이 성숙하고 선진적인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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