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가 상장회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 40곳의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상장사 등록 감사인이 품질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운영하지 않아 ‘등록요건 유지 의무 위반’으로 확인될 경우 감사인을 지정받을 수 있는 기업 수를 차감하는 등 불이익 조치를 부과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법 시행령’ 및 ‘외부감사규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를 도입했음에도 상당수 감사인의 품질관리 제고 노력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도’는 상장사를 감사하기 위해 통합 품질관리체계 등 등록요건을 충족하고 금융위에 등록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인의 품질관리제고 노력, 시장 기대 못미쳐
금융위는 회계투명성 제고와 자본시장 신뢰회복을 위한 ‘회계개혁’ 주요 과제로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는 회계법인 자격을 제한하는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를 지난 2019년 11월 1일 도입한 바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회계법인은 총 40곳이다.
금융위가 이같은 제도를 시행한 이유는 국민경제와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장사에 대해 보다 감사품질이 높은 회계법인이 감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40인 이상 공인회계사 확보, 통합 감사품질관리체계 구축 등 상장사 감사인 진입(등록) 요건을 감사품질과 관련한 핵심사항 위주로 설정했다.
하지만, 그간 품질관리감리를 실시해 온 결과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도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품질관리제고 노력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사보고서 발행 전 사전심리 등 감사품질의 핵심 사항에서도 미흡한 점이 발견됐고, 과거 품질관리감리 시 지적됐던 사항이 개선되지 않는 등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회계법인이 적발됐다.
그러자 회계법인의 품질관리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감리결과 외부공개제도’보다 더 실효성 있는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또한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에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해당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감사인 지정제도’와 감사인 품질관리수준 평가제도 등 기업회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일부 보완사항이 확인됐다.
결국 금융위는 회계법인 40곳에 대한 감사품질관리 감독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등록요건 유지 못한 회계법인 대한 제재수단 늘릴 것”
금융위는 등록요건을 유지하지 못한 회계법인에게 시정권고, 감사인 지정제외 점수를 부과하고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등 제재수단을 늘리기로 했다.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등록요건 유지 감독을 내실화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는 감사품질관리에 핵심 요소인 등록요건을 유지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가 등록취소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반 정도가 심각하지 않으면 활용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즉, 개선이 필요한 위반사항이 발견되더라도 이에 비례하는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등록요건을 유지 못한 회계법인에게 시정권고 조치를 취한다. 아울러 감사인 지정제외 점수를 부과하고 시정권고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등록을 취소한다.
감사인 지정제외 점수를 부과받은 회계법인은 점수에 상응하는 기업 숫자만큼 지정에서 제외된다. 원칙적으로는 30점당 1개 기업 꼴이다. 감사인 감리 중 등록요건 위반 발견 시 시정권고와 함께 감사인 지정제외점수가 위반정도에 비례해 부과될 방침이다. 감사인 지정은 회계법인과 지정대상 회사를 각각 감사인 지정점수(소속 회계사수 등을 기반으로 산정)와 자산총액 순서로 배열해 매칭이 이뤄진다.
금융위 측은 “특히 통합 품질관리시스템 구축이 미비하거나 실질적으로 운영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감사인에 대해서는 다음연도에 감사인 지정을 받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사인 지정제외점수가 부과될 것”이라고 공시했다. 지난 2017년 A 회계법인의 재무제표 대리작성 등 위반에 관해 금융위는 지정제외점수 4070점을 부과한 바 있다.
해당 감사인은 증선위가 정한 기간까지 시정권고를 이행해야 하며, 시정권고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록취소 절차가 진행된다.
금융위는 ‘등록요건 유지여부 감리 착수 근거’도 마련했다. 기존에는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등록요건을 점검하기 위한 감리는 제보가 접수되거나 증선위가 감리를 요구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수준 평가, 수시보고서 접수 등 감독업무 수행과정에서 등록요건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이 등록요건 유지여부에 관한 감리를 착수한다.
등록취소 시 이해관계자 보호절차도 구축했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이 취소된 회계법인은 외부감사 계약을 체결 중인 상장사에게 감사인 변경 절차를 안내하는 등 이해관계자 보호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감사인 지정제도 관련 기업부담 완화”
금융위는 지정감사인의 잦은 교체로 인한 기업부담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2~3년 간 지정감사 수감중인 기업이 다른 사유로 감사인 지정을 다시 받을 경우 지정 감사인이 교체돼 기업과 감사인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선으로 지정감사 중 지정사유가 재차 발생하더라도 최초 감사인 지정기간인 최대 3년 이내는 동일한 감사인이 지정된다.
또한 부당한 요구를 한 지정감사인에 대한 취소 절차도 간소화했다.
기존에는 지정감사인이 과도한 감사보수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할 때 장기간 소요되는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김영식)의 윤리위원회 징계가 선행돼야 했다. 그 결과 기업이 분쟁중인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수반됐다.
앞으로는 부당행위에 대한 신고 뒤 지정감사인이 합리적 사유 없이 조정에 불응할 경우 윤리위를 거치지 않고 감사인 지정을 우선 취소한 뒤 징계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다만, 기업이 지정 받은 감사인 교체를 위해 해당 제도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사실 관계 조사는 철저히 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합병 전 재무기준은 사업 실질 주체인 합병 전 비상장법인 기준 재무기준을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감사인 지정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재무기준 적용 시 SPAC합병법인은 과거 재무기준을 합병 전 SPAC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SPAC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로 영업활동이 없어 영업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합병 뒤 존속법인을 SPAC으로 할 경우 감사인 지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했다.
금융위는 회계법인에 대한 품질관리수준 평가는 상장사 등록 감사인으로 한정하고 평가시기와 평가 절차 등 세부사항을 마련하는 등 기타 외부감사제도 운영상 미비점도 보완했다. 상장사 등록 감사인이 아닌 일반 회계법인과 감사반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투명성보고서를 공시하는 대상 역시 상장사 등록 감사인으로 한정했으며, 최근 3개사업연도 품질관리 감리 결과 품질관리와 관련해 회계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을 공시 사항으로 추가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 위탁 근거와 회계법인 수시보고서 항목도 정비하는 등 그동안 기업회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견된 미비점도 보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는 ‘외부감사법 시행령’과 ‘외부감사규정’ 개정에 따라 상장사 등록 감사인에 대한 품질관리체계 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부터 상장사 등록 감사인에 대한 품질관리감리 시 등록요건 유지여부를 함께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품질관리기준 핵심사항이 등록요건과 유사한 만큼 추가적인 감리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장사 등록 감사인은 등록요건 등을 참고해 등록요건 유지의무 위반은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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