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대표 정현경)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다른 조각투자의 증권 여부가 주요 관심사였는데 이에 관한 기존 법규를 다시 한번 명확히 알린 것이다. 조각투자는 2인 이상 투자자가 실물 자산 또는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신종 투자 형태를 말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증권에 해당하는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유통하려는 사업자의 경우 자본시장법과 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다만, 혁신성과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되고 투자자 보호체계를 갖췄으며 발행‧유통시장을 분리한 경우 ‘혁신 금융 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 특례가 적용된다.
“소유권 아닌 자산으로부터 수익 얻는 ‘조각투자’ 유의해야”
‘조각투자’는 일반적으로 실물 자산 등의 소유권을 분할한 지분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투자자 역시 자신이 투자를 통해 실제 소유권의 일부(조각)를 보유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소유권을 투자자가 직접 보유하는 경우는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조각투자 사업자의 성패와 무관하게 재산권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아무 문제 없다. 기본적으로 실물 거래이기 때문에 금융 규제 대상도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돈을 모아 집을 한 채 사서 그 월세와 매각차익을 나눠 갖는다고 규제 대상이 아닌 것과 같다. 또한 해당 아파트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부도나더라도 아파트 재산 가치 역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투자자 인식과 달리 자산 소유권이 아닌 자산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청구권 등의 형태로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하거나 유통하는 행위가 늘었다. 이러한 조각투자 상품은 권리 구조와 세부 계약 내용 등 개별 상품의 실질 여부에 따라 증권에 해당하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일부 조각투자 사업자는 증권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벌였다. 그러다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자본시장법에 마련돼 있는 증권 발행과 유통 관련 준수를 어기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투자자 역시 정확한 권리 구조를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본인이 투자한 조각투자대상인 실물 자산 등을 직접 소유한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뮤직카우를 놓고 봤을 때도 그렇다. 본인이 특정 곡에 투자했다고 해서 저작권을 얻는 것이 아니지만, 저작권을 소유하게 됐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금융당국은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특단의 조처를 취했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 과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하나의 산업이 경제발전에 도움 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수단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완비돼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모두 고려하기 위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가이드라인이 조각투자에 대한 법규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위법 행위 발생을 예방하고, 충실한 투자자 보호를 토대로 건전한 시장 발전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각투자, 기존 투자업과 똑같이 규제 적용”
그렇다면,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 여부는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금융위는 조각투자대상의 관리와 운용방법, 수수료‧보수 등 각종 명목 비용 징수와 수익 배분 내용, 광고 내용, 기타 다른 약정 등을 감안해 사안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방법이나 형식, 기술과 관계없이 표시하는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한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 과장은 “‘조각투자’도 증권에 해당한다면 기존 투자업에 적용되던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선 조각투자를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투자 방법이자 산업 군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기존에 우리가 해오던 모든 지분 투자 방식이 ‘조각투자’라 볼 수 있다”며 “강남에 빌딩을 사서 월세를 나눠 갖는 것도 조각투자 영역이고, 기존 주식 발행 형태는 물론 하다못해 돌멩이를 주워 쪼개 파는 것도 조각투자”라고 전했다.
즉, 대부분의 투자 방식이 조각투자이기 때문에 조각투자라 해서 무조건 혁신성을 내포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조각투자를 규제하겠다는 의미도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증권성이 판단된다면 규제 밖에 놓일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과장은 “뮤직카우의 경우 증권성을 인정받으면서 제도권에 포섭됐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금융당국이 새롭게 제도를 넓히거나 또 다른 제도를 끌고 온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업에 적용되던 규제를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라면서도 “뮤직카우가 만든 새로운 형태 권리인 ‘청구권’의 경우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어 증권성 여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규정 한시적 특례 적용 가능”
금융위는 앞으로 ‘조각투자 사업자’라는 이유로 기존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라는 자본시장법 증권 규제의 본질적 목적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각투자 관련 사업을 영위하거나 그럴 계획이 있다면 기존에 다른 투자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증권 신고서 제출, 무인가 영업행위 금지 등 공시 규제를 준수해야만 한다. 아울러 제공하려는 서비스(사업) 내용에 따라 투자중개업이나 집합투자업 등 인가‧허가‧등록이 필요할 수 있어 사업 실질에 따라 법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의무도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법규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된다.
다만, 사업화를 위해 자본시장 법규 등 금융규제 일부 적용을 배제 받아야 할 경우에는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적용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규정에 관해선 한시적 특례를 허용하는 것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성이 특별히 인정되는 금융 서비스에 관해 예외적‧한시적으로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투자자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뒤 중‧장기적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이수영 과장은 “핵심 투자자 보호 체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조각투자 증권에 대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있을 경우 금융당국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상 심사 기준에 따라 혁신성과 지정 필요성,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측면을 엄격히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청 시 고려할 점으론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혁신성’과 ‘필요성’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이 규제차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각투자 증권의 혁신성과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된다.
단순히 사업자가 증권 관련 규제를 준수할 여건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혁신성’이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조각투자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금융시장 및 투자자 편익에 도움 되고 투자 대상인 실물 자산‧권리 시장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필요성’도 인정받아야 한다. 조각투자대상 실물 자산 및 권리 소관 법령에 따른 사업화가 불가능해 증권의 발행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만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한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는 ‘투자자 보호체계’다.
일부 규제에 관해 특례를 인정받는 경우에도 조각투자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핵심 보호 체계는 갖춰야 한다.
특히, 조각투자 증권의 실제 권리 구조가 조각투자 특성 및 투자자 인식에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투자자가 권리 구조를 잘못 인식하지 않도록 설명자료와 광고의 기준‧절차를 마련하고, 약관 및 계약서를 교부해야 하며, 투자자 예치금은 반드시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신탁해야 한다. 도산 시 투자자에게 반환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사업자의 도산 위험과 투자자 권리 절연 ▲증권 예탁 또는 예탁에 준하는 권리관계 관리‧확인 체계 마련 ▲물적 설비와 전문 인력 확보 ▲분쟁처리 절차 및 투자자 피해 보상체계 마련 등도 갖춰야 할 요소다.
투자자 보호체계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조각투자 사업자에게 바로 예치금을 맡기게 되는 상황이 돼 조각투자 사업자가 도산하는 경우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그뿐 아니라 투자자가 투자하려는 대상인 실물 자산‧권리는 계속 있음에도 조각투자 사업자의 도산에 따라 증권 가치도 소멸해 버린다. 뮤직카우 역시 제3자 감시가 부재해 투자자 권리와 대금이 안전하게 보관‧관리‧결제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했다.
셋 째는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분리’다.
동일한 사업자가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하는 동시에 유통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투자자 피해 발생 우려가 커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이 주식 발행과 거래소 운영을 함께 하는 경우와 같다. 주식 유통가격을 높여 추후 올라간 발행 가격을 통해 이득을 취하거나 거래 수수료 목적으로 주식을 과잉 발행하는 등의 부당행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봤을 때 해당 조각투자 증권의 유통시장이 꼭 필요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투자대상 실물 자산 등의 상품 속성상 투자 기간이 매우 길어 투자자들이 상황에 따라 현금화할 기회가 필요한 때다.
이럴 때는 적절한 이해상충 방지체계와 시장 운영 체계를 갖췄는지 심사 받게 된다. 심사에서 통과하면 예외적‧한시적으로 발행과 유통시장 운영을 같은 사업자가 수행할 수 있다.
다만, 향후 다양한 조각투자 증권이 거래될 수 있는 적절한 운영과 규율 체계를 갖춘 유통 시장이 형성되면 동일한 사업자가 증권을 발행하면서 유통시장까지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각투자와 관련한 법령 적용 및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심사 등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필요시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하고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제도 개선을 병행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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