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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초코파이 명가서 바이오 명가로

기사입력 : 202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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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망 바이오사 中 진출 지원
플랫폼 성장해 K바이오 시대 개척

▲ 담철곤  오리온 회장
▲ 담철곤 오리온 회장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초코파이 명가 오리온(회장 담철곤)이 바이오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중국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역량을 활용해 제과 업계를 넘어서 바이오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이달 초 부동산 관련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건설사업을 정리했다. 오리온은 건설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주력사업인 식품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바이오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지난 2019년 주주총회에서 ▲바이오의약품, 의생명과학제품 개발, 제조, 상업화, 유통, 수출, 판매사업 ▲신의약품 제조 관한 연구개발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코파이, 꼬북칩 등 스테디셀러 보유로 승승장구 중이지만 사업 영역을 식품 분야로 제한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도전해 미래 먹거리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 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1년 5837억 달러(약 698조원) 규모에서 2027년 9113억 달러(약 109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대기업들도 잇달아 바이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오리온도 바이오 사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이나 다른 기업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오리온은 ‘바이오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대다수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을 시작할 때 바이오 기업 투자·인수 후 연구 개발 및 제조를 진행한다. 반면 오리온은 한국 바이오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바이오 플랫폼’ 사업을 먼저 시작해 바이오 업계 내 인지도를 높이는 길을 택했다.

오리온은 바이오 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국내 우수 바이오 기술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는 전략을 우선 택한 것이다. 이 전략을 통해 제품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시장에 먼저 진출해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리온은 1993년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하며 중국에 진출해 탄탄한 중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에 ‘바이오 플랫폼’ 사업 시작 장소로 중국을 선택했다.

오리온홀딩스는 2020년 10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3월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 설립을 마쳤다. 오리온홀딩스와 루캉은 각각 65%, 35%씩 지분을 투자했다.

1966년 설립된 루캉은 중국 국영 제약기업으로 항생제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 시장에서 ‘빅4’에 속하고, 의약품과 중간체 등 500여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고 중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약을 중국 임상 실험에서 통과시켜 중국 시장에서 성공시킨다는 계획이다. 즉 한국 바이오 기업과 중국 시장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리온은 국내 우수 바이오 벤처를 발굴해 소개하고, 루캉이 중국 현지에서의 임상 시험과 인·허가, 생산·판매 등 일련의 과정을 맡는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한·중 제약·바이오 발전 포럼’을 열어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해당 포럼에서 수출 대상으로 선정한 기술에 대해서 합자법인을 통해 중국 내 임상과 인·허가를 추진하는 것이다.

오리온은 적극적인 바이오기업 발굴을 통해 결핵 백신과 대장암을 발견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사업 초기 아이템으로 삼았는데 이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이다. 중국 내 잠재 결핵보균자는 약 3억 50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결핵을 중점 관리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할 정도로 결핵 예방에 관심이 높다.

또한 중국 대장암 환자 수는 미국의 4~5배에 달하며, 연간 28만 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중국 의료 재정 부담 해소를 위한 정부의 암 조기진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중국 내 대장암 진단키트 시장성이 높다.

오리온홀딩스는 국내 바이오 파트너사 ‘수젠텍’의 결핵진단 키트,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 백신전문 기업 ‘큐라티스’의 결핵백신 등이 중국에서 인허가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우선 플랫폼 사업으로 빠르게 바이오 사업역량을 키운 이후 장기적으로 합성의약품, 신약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중국 내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현지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지난해 9월 암 체외진단 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준공한 데 이어 대규모 양산 설비를 갖추며 중국 바이오 시장 진출 토대를 착실히 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발굴하고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며 “결핵백신 개발 및 상용화를 착실히 추진하는 한편,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분야 등 신규 유망기술도 지속 발굴하여 제품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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