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며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이 잘 작동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선진국 기업에서는 당연시되지만 오너 경영인의 파워가 강한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이사회 의장은 김종훈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지난 2020년 이사회 독립경영 강화를 위해 회사 최초로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미국 배터리 소송에서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올라 그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소송은 사실상 SK측 패배로 마무리됐지만 미국 정부의 중재로 배터리 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이후 김 의장이 중심이 된 이사회는 경영진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송 과정에서 경영진이 관련 문서 삭제를 지시한 것이 미국 사법 당국에 괘씸죄로 적용돼 사실 여부를 다투지도 못하고 패배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국내기업의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과 달리, 경영진의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올해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1년도 주주 배당을 하지 않는 안건을 올렸으나 이사회가 반대했다. 이사회는 배터리 사업(SK온) 물적분할로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무배당 정책까지 강행하면 주주 불만이 쌓일 것을 우려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를 현물배당하기로 재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31일 주총에서 이사 3명을 새롭게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정했다.
이사회는 유정준 SK E&S 부회장을 대신해 장동현 SK㈜ 부회장을 새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장 부회장이 그룹 사업전략을 총괄하는 지주사 대표이사인 만큼 주요 경영정보와 관련해 소통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에는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진회닫기박진회기사 모아보기 전 씨티은행장을 추천했다. 6년 임기가 만료되는 기존 사외이사를 대신해 각각 법무·금융분야 전문가를 선임하기 위한 조치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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