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아 거둔 수익, 즉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손익과 상관없이 주식 거래 금액의 일정 비율(0.3%)을 과세하는 증권 거래세와 차이가 있다. 현재는 상장 주식에 대해 한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지분을 1% 이상(코스닥 상장사는 2% 이상) 갖고 있는 대주주에게만 과세 중이다.
일본은 소득세법상 특정 종목 지분율이 3% 이상인 주주를 대주주로 분류해 손익 통산 뒤 종합과세를 매긴다. 다만, 금액상 대주주 기준이 없고 주식 양도소득을 근로소득에 합산해 일반 소득세율로 따진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내년부터 과세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분 보유량과 관계없이 연간 5000만원 이상 주식 거래 차익에 관해서는 20%, 3억원 초과 시에는 25%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주식에 관해서는 대주주‧소액주주 관계없이 차익의 20%에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지방 소득세까지 더하면 22% 세율을 부담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비상장 주식에 관한 양도세는 유지하되, 현행 상장사 대주주에 관한 양도세를 없애는 것은 물론 고수익 일반인 투자자에게까지 적용될 세금까지 전면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폐지 이후 부활 가능성은 열어 뒀다. 윤 당선인 측은 “주식시장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부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discount) 형성돼 있는 현상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이번 공약을 대체로 반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는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이 개인 투자자 유치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발표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4%, 7.1%”라며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세율 22%(지방 소득세 고려)를 반영하면 4.6%로 떨어져 국내 주식시장 투자 유인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면, 개인 투자자가 양도소득세 과세를 회피하려고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행태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날 “(윤 당선인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은) 자본시장을 위해 다행스러운 약속으로,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결정”이라며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이들이 세금 때문에 주식시장을 떠나게 되면, 그 부담이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꼭 약속대로 시행돼야 우리 주식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인이 해당 공약을 지키려면, 당장 올해 안에 관련 세법 개정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여소야대(與小野大)’인 국회 지형상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기간 “부자감세를 위한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가 아니라 개미와 부자에게 똑같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며 윤 당선인과 대척점에 서기도 했다.
형평성 문제도 관건이다. 채권이나 펀드 등 다른 금융투자상품 과세는 그대로 하면서 주식만 열외로 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주식투자자가 급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투자자가 더 많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에도 반하는 문제라 윤 당선인 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어떻게 이 실타래를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9월 국회 예산정책처(처장 임익상) 학술지에 실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세수효과’ 논문에 따르면, 내년 고수익 일반 투자자들까지 예정대로 과세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은 전체 주식 투자자의 2%(약 9만명)에 불과하다. 2014~2017년을 기준으로 삼은 연구라 수치 정확성에 한계는 있지만,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두는 투자가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또 다른 방법으로 금융투자소득 과세 자체를 폐기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금융상품에 따른 형평성 논란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근로‧사업소득과의 새로운 형평성 문제가 남게 된다.
금융 세제 정책 일관성이 무너지는 것도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주식 양도세를 없애려면, 세수 등의 이유로 증권거래세는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개미투자자 반발이 더 클 수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입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 불만이 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증권거래세는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주식 양도세가 거래세를 대처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온 만큼, 세제 일관성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 양도소득세가 공약대로 폐지될 경우 세법상 대주주가 제일 먼저 혜택을 보는 반면, 대다수 개미 투자자(개인 투자자)가 혜택을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업계 내에서도 윤 당선인 주식 양도세 폐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법안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려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 폐지를 위해서는 법률 재개정이 필요하다”며 “시행 시기와 공제 한도, 과세표준, 세율 등 주요 내용이 법률에 명시돼 시행령을 통한 변경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전격적인 합의 없이는 개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에 부정적인 개인 투자자들 반응에 따라 정치권에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3년부터 과세가 시작되는 가상자산의 경우 투자자 여론에 밀린 양당 합의로 비과세 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앞선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투자 수익 비과세 범위를 5000만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국내 경제에 도움 되는 주식 투자와 달리 단순 무형자산으로 취급되는 가상자산 투자에 추가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비과세 확대 주장을 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입장을 관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시선 속 윤 당선인 측 ‘금융 정책통’으로 꼽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수 혜택론’에 관해 “정적으로 보면, 모두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주식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상장 주식 시장은 양도세 없는 시장’이라는 특징을 당분간 유지한다면,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