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시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과는 정반대로, 윤석열 당선인은 각종 규제 혁파·부동산 세제 대폭 완화라는 ‘시장친화적’ 공약을 내세웠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를 시사한 윤석열 캠프였기에, 향후 이 같은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172석을 차지한 초유의 ‘여소야대’ 정국을 넘어서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캠프가 내세웠던 부동산 공약들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행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시행령', 국회 동의 필요한 '법률 개정'
윤석열 캠프에서 내놓은 공약 중에서는 국회 비준 없이 대통령령으로 시행 가능한 정책들이 포함돼있다. 대통령령 시행령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우리나라의 법률 위계는 가장 위에 헌법이, 그 아래 법률과 명령, 조례와 규칙 등이 있는 식이다. 이 중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토부 등 행정부가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명령’에 해당한다. 주로 자주 바뀔 가능성이 높아 법률 개정까지 갈 여유가 없는 세세한 정책들이 시행령에 포함된다.
공정시장가액 조절 등 우회적 세제 완화, 도시정비 용적률 인센티브 등도 가능할 듯
이번 대선의 당락을 점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부동산 세제관련 공약이 꼽힌다.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 신설’ 등 부동산세제에 대한 강화 방침을 밝힌 반면, 윤석열 당선인은 보유세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전반적인 부동산 감세를 공약하고 나섰다.이 중 이재명 후보도 동일하게 내세웠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일시적 배제 및 재검토’는 대통령 소관으로 빠른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액을 계산할 때 기본적인 지표 중 하나로 쓰이는 공정시장가액·공시지가 등의 조정도 정부 역량이 모이면 가능한 부분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 용적률 인센티브 관련 내용 역시 가능성이 높다. 도시정비 용적률에 대한 법률 규정상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 78조에는 ‘세분된 용도지역에서의 용적률에 관한 기준은 제 1항 각 호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에 항목을 추가하거나 수정해 도시정비 용적률 인센티브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그간 문턱이 높던 재건축 안전진단 문제 역시 행정부 권한으로 기준 변경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30년 이상의 노후 건물에 대한 도시정비 속도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시장에 만연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12조(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안전진단)에서는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안전진단의 대상ㆍ기준ㆍ실시기관ㆍ지정절차 및 수수료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투자자만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대출규제 완화 문제는 금융위원회의 소관이다. 윤석열 캠프는 보유주택에 따른 LTV 상한규제 차등화와 생애최초 LTV 80%로 인상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LTV는 현재 은행업감독 규정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세부기준에 따라 산출돼 지역과 조건별 LTV 이내 범위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 등으로 정한 지역과 조건별 LTV 이내 범위에서 대출이 진행되고 있어 시중은행이 LTV를 상향 조정하는 데 제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DSR 규제나 은행의 대출총량 규제 등을 유지하면서 LTV를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현행 DSR 규제에 따라 LTV 한도를 완화할 경우 고소득자에 대출 한도 증액 효과가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동의 필요한 법률개정 분야는 불투명, 재초환-임대차법 등 시간 필요
반면 대통령이나 행정부만의 권한으로 통과가 어려운 정책은 물론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정책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다 재초환 규정은 법률에 의해 부과 기준과 기준 시점, 개발비용 산정 등이 규정돼있어 대통령 시행령만으로는 변경 가능한 부분이 거의 없다.
취득세와 종부세 등의 세율 조정에서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종부세 자체를 철폐해 재산세와 통합하는 과정은 국회통과를 위한 오랜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종부세 인하 등은 ‘부자감세’로 비춰질 여지가 있고, 재정 여건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의 반대 의견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임대차3법 역시 갈 길이 멀다.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으로써는 전월세 시장 안정보다는 혼란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법이 시행된 후 충분한 유예기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임대차법을 비롯해 여야간 의견차가 큰 부분들은 당분간 미뤄두되, 이견차가 크지 않은 정책들이 먼저 처리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5월 직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있어 여야 모두 당분간 분위기를 살피는 쪽으로 노선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부동산 투자자나 실수요자들 모두의 관망세도 짧게는 상반기, 길게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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