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금융정책 기조와 정치권 영향과 관련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특정 금융정책에 동원돼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왔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금융 등에 은행권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 정권의 금융회사에 대한 요구는 관치금융과 정치금융 등의 키워드로 점철됐다”며 “금융회사의 자발적 사회적 책임을 넘어선 금융회사의 복지 수단화 및 정책 수단화 경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역시 취약 지원에 주목해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대출만기연장과 세제지원 등 과감한 지원을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채무조정을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긴급채무조정 방안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액채무는 원금 감면을 현재 70%에서 90%로 확대하고 자영업자의 부실채무는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일괄매입해 최대 5배 확대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완화를 위해선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은행권은 지난 1월 여야 대선 주자 캠프에 전달한 ‘금융산업 혁신과 국민 자산증식 기회 확대를 위한 은행권 제언’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각종 금융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정책사업에 은행을 동원하는 사례가 잦다”며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고 주장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상화다. 당초 오는 3월 종료될 예정이었던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조치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된 가운데 출구를 찾아야 한다.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272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에 조치가 적용됐다. 만기연장이 258조2000억원, 원금 유예가 13조8000억원, 이자 유예가 2354억원이다.
은행권은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종료에 대비해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며 대비 중이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 등에 따른 부정적 충격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충해달라고 금융사들에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의 지속 연장 시 부작용을 고려해 선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에서도 차주들의 구체적인 상환 계획 마련 없이 지원만 연장되면 부실 리스크만 쌓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은행권은 새 정부가 금융 선진화를 위한 정책에도 힘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진화하기 위해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비금융 진출이나 마이데이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광수기사 모아보기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의 생활서비스 진출이나 각종 데이터 활용을 제약하는 규제에 대한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새 정부가 은행업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 다양한 규제완화나 지원방안을 마련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B은행 관계자는 “금융이 국민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각종 정부 정책에 은행이 동원돼왔지만 앞으로는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금융시장 선진화와 시장 논리가 지켜지는 금융정책이 펼쳐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는 금융사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은행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세제 혜택 등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정권에서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의 원칙을 다시 세우고 금융권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을 이끌어내주길 바란다”며 “선거를 통해 보여줬던 포퓰리즘 성격이 강했던 금융 공약에 집착하기 보다는 금융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금융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을 통해 더 많은 기업과 인력들이 금융산업을 통해 숨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한다”고 전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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