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뜨거운 관심 속 세상에 나와 하루를 보낸 ‘청년희망적금’을 두고 청년들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가입하지 않거나 못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집값 안정화와 취업난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적금 상품으로 청년들 마음을 돌리려는 것은 대선을 앞둔 수작”이라며 “로또에 준하는 확률을 놓고 경쟁하는 주택청약이나 바늘구멍 같은 공무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취업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가입하고 싶어도 소득 기준이 높아 신청조차 하지 못한 청년은 “보편적인 청년 정책이 아니라 소득 재분배에 준하는 복지 정책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청년이 아니라 연 소득이 낮은 중장년층도 다 끼우는 게 맞지 않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연 10%’ 안팎의 적금 효과를 가진 이유로 이날 청년들의 가입 경쟁은 치열했다. 가입자가 몰리면서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과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닫기권준학기사 모아보기) 등 일부 은행 모바일 앱은 과부하가 걸려 지연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초조해진 청년들 중 일부는 직접 은행 영업점을 찾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에 있다. 정부 예산이 부족할 경우 저축 장려금에 해당하는 36만원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현재 청년희망적금은 만기일까지 납입액과 적립 기간에 따라 정부에서 지급하는 저축 장려금을 이자와 함께 준다고 명시돼 있다. 1년간 적립금액의 2%(최대 12만원), 2년간 4%(최대 24만원) 지급이 골자다. 월 납입액이 최대 50만원이기 때문에 최대 2년 납입하면 36만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예상한 청년 수보다 훨씬 많은 청년이 가입자로 몰리면서 ‘예산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예산이 떨어지게 되면 청년은 최대 36만원 저축 장려금 없이 5%대 은행 이자와 비과세 혜택만 받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처음부터 정부가 해당 예산 편성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증시가 불안하고, 인상되는 대출금리에 비해 낮은 예‧적금 상품들 사이 재테크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은 청년의 가입 수요를 제대로 책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책정된 저축 장려금 예산은 총 456억원이다. 월 납입한도 50만원을 기준으로 38만명(계좌)에게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가입 전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청년희망적금 미리 보기’에만 200만명 가까이 청년이 몰렸다. 중복 조회 경우를 일부 제외하더라도 정부가 잡은 38만명 기준보다 몇 배는 많은 규모다.
접속 폭주를 대비해 가입 5부제를 시작했지만, 첫날부터 뜨거운 가입 열기는 은행 접속을 지연되게 만들었다. 이날 가입 가능했던 1991‧1996‧2001년생을 제외한 다른 연도 출생 가입자까지 해당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들어가면서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현재 은행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등에 빼앗긴 청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청년희망적금’ 상품 판매에 명품 지갑까지 내걸면서 마케팅에 열 올리고 있다. 첫날 가입자 수를 제한하지 않고 받고 있어 지금 추세로 가면 일주일 안에 ‘38만명’ 가입자는 금방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38만명’ 규모로 청년 수에 제한을 뒀을까?
금융권에서는 2013~2015년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와 서민금융진흥원(원장 이재연)이 노동자 자산 관리를 위해 고금리 혜택을 내걸고 출시했던 재형저축 가입자 수와 국내에서 19~34세 청년 인구 비중이 23%가량 차지한다는 점을 참고해 이와 같이 예산을 편성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관련 예산을 책정하던 지난해 7~9월 당시에는 가상 자산이나 주식 투자에 청년들 이목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인기를 누릴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주식 시장 역시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시 긴장 등으로 불안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노동 소득으로는 도저히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인식하에 각종 재테크에 관심이 높아진 청년층이 ‘청년희망적금’ 출시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가입자가 쏠리면서 금융당국은 바빠졌다. 금융위는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와 협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예산 증액과 함께 가입 제한 방식 등 운영방식을 논의한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보다 가입 수요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재부와 운영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자유적립방식에 중도해지까지 감안하면 실제 어느 정도 저축 장려금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입을 희망하는 청년이 최대한 불편을 겪지 않고 청년희망적금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희망적금은 현재 시중은행 11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에서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비대면 가입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영업점 방문 가입은 오후 3시 30분까지 가능하다. 경남은행(은행장 최홍영)과 SC제일은행(은행장 박종복닫기박종복기사 모아보기)은 다소 시차를 두고 각각 오는 28일과 6월에 해당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출시 첫 주인 이번 주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가입 신청 요일을 달리하는 ‘5부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오늘(22일)에는 1987‧1992‧1997‧2002년생이, 23일에는 1988‧1993‧1998‧2003년생으로부터 신청받는다. 다음 주부터는 출생연도 구분 없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미리 보기 서비스에서 가입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면, 별도 확인 절차가 생략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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