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스며드는 늦은 겨울, 겨울 산을 닮은 미술전시가 있다. “소멸하는 기억들은 찬란한 빛을 낸다”라는 명제의 화가 정지원닫기정지원기사 모아보기 다섯 번째 개인전이 2022년 2월 22일부터 3월 5일까지 성북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개최된다.
정지원이 그리는 산은 오르거나 등정하거나 정복의 대상이 아닌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산을 닮은 마음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습 또한 산이 흐르거나 일렁거리거나 흐물거린다. 산을 닮은 모양의 무엇일 뿐이다. 실재의 산이 아니지만 마음속의 산에는 시간도 자라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겨진다. 그래서 그녀가 그리는 산은 마음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늘이며, 지금의 무엇을 간직하는 보고(寶庫)가 된다. 시들기도 하고, 희망과 즐거움을 품고 있다. 작품제목 뒤에 “산”을 붙이면 그림을 이해하기 쉽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익숙하지만 언제나 낯선 세상이다. 켜켜이 쌓여있는 산들이 그것을 채용하고 대신한다. 정지원은 이것을 'Insomnia'로 풀어낸다. 층층시야로 만나는 사람들은 관계이면서 타인을 이야기 한다. 친밀하지만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 우리시대의 청년을 대변한다. 'terrarium'안에서 생성을 반복하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려드는 시간의 현재이다.
사무엘 베케트가 그렇게 기다리던 고도(Waiting for Godot)가 정지원의 산으로 분하여 등장시킨다. 사무엘이 끝내 밝히지 않았던 고도와 그림에서의 산을 같은 선상에 두고자 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림 'Dark blue'는 눈물이거나 마음이거나 아픔을 간직한 무엇의 시간 처엄 무수한 무엇이 흘러내린다. 마음에서 자란 나무에는 나뭇잎이 없다. 생명이 소멸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생명이며 시간이며 내일이 된다. 오늘의 아픔이 내일을 위한 자양분이듯 지금의 무엇은 모든 내일의 풍요가 된다. 풍요와 빛과 희망과 허무 등의 이중 코드를 그리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대한 교차적 갈등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고도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사무엘과의 연결점이다. 더 나은 내일과, 더 건강한 시간이 있음을 드러내는 우리시대의 젊은 초상이다.
이창선 기자 / 도움말:박정수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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