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올해 한층 치열해진 플랫폼 경쟁을 펼친다.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한 빅테크의 금융 진출과 가속화하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금융 업무는 물론 비금융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종합생활금융플랫폼’을 구현하는 데도 역량을 쏟는다. 특히 카카오나 토스처럼 은행,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 앱’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배달 앱 ‘땡겨요’ 공식 출시를 통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음식 주문 중개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땡겨요를 베타 서비스로 출시하고 시스템 안정화와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매출 통계자료를 분석해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고객 맞춤 여수신·카드 상품을 개발하는 등 금융·비금융 융합 데이터를 통한 초개인화 마케팅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또 빠른 정산 서비스, 이용 금액의 10% 적립 및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통해 참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해 은행권 최초로 ‘마이(My) 편의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에서 세븐일레븐이 판매하는 식료품, 생필품 등을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신청한 장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은행들은 뱅킹 앱 고도화 작업도 이어나간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들은 1~2개의 앱만 운영하고 있다. 작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별도 앱을 만드는 대신 기존 토스 앱에 은행 서비스를 얹는 원앱 전략을 내세웠다. 토스증권도 새로운 앱이 아닌 기존 토스 앱에 들어가 탭만 달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단 한 개의 앱으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 케이뱅크는 기업뱅킹과 개인뱅킹을 나눈 2개 앱뿐이다.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고객 확보를 위해 수십 개의 앱을 쪼개 출시했던 전략 방향을 수정 중이다. 다양한 앱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기능이 중복되는 앱을 정리하는 식의 ‘앱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앱 개편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원스톱 뱅킹’과 ‘종합금융플랫폼’ 구현이다. 기존의 단순한 금융 업무만 보던 뱅킹 앱에서 다양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 앱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MZ 세대를 잡는 등 디지털 고객 기반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을 개편해 새롭게 선보였다. 새 KB스타뱅킹은 국민은행 내 흩어진 앱뿐 아니라 KB금융 계열사 앱도 하나로 모은 통합 플랫폼이다. KB증권의 ‘이지(Easy) 주식 매매’, KB국민카드의 ‘KB 페이(Pay) 간편결제’, KB손해보험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 KB금융그룹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는 대면 채널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KB 화상상담 서비스’를 KB스타뱅킹에 도입하는 등 고도화 작업을 지속 중이다. 국민은행은 모바일 기기로 상품설명서 공유, 모바일서식 작성, 비밀번호 입력, 신분증 촬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대면창구와 동일한 절차를 구축했다.
고객은 직원의 설명을 듣고 모바일서식을 활용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 세무 등 전문 분야의 상담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 전문가 화상상담도 운영한다.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는 고객센터 관리고객과 일부 영업점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후 이용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신한S뱅크’, ‘써니뱅크’, ‘스마트실명확인’ 등 6개 앱을 하나로 합친 통합 앱 ‘신한 쏠(SOL)’을 출시했다. 현재 새 개인뱅킹 앱을 출시하기 위해 쏠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UI(사용자환경), UX(사용자경험) 등 앱 전반을 뜯어고친다.
하나은행은 2020년 8월 모바일뱅킹 앱을 전면 개편해 하나의 앱에 전 계열사 금융서비스와 생활밀착형 제휴서비스를 담은 ‘뉴 하나원큐’를 선보였다. 현재 하나원큐를 원 앱·슈퍼 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2019년 8월 내놓은 새 모바일뱅킹 앱 ‘우리원(WON)뱅킹’에 우리페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원스톱 서비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7개 앱을 2024년까지 ‘NH스마트뱅킹’, ‘NH기업스마트뱅킹’, ‘올원뱅크’ 등 3개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은행들은 올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신사업 기반도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비대면 외환거래 플랫폼인 '하나 FX(외국환 매매)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편해 새로 선보였다. 영업점 방문이나 유선 통화 없이 고객이 비대면으로 실시간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직접 FX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은행권 최초로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한 호가 제시, 고객 주문 체결, 은행 간 시장에서 오토헤지(Auto Hedge)'에 이르는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신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을 토대로 증권사들과 API 시스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 자체 거래물량과 해외주식 환전 물량 등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FX 트레이딩 시스템 글로벌 버전 개발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 인증, 자산 관리 등 각종 거래에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이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으로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연구의 민간기관 유통을 위한 기술 검증을 완료했고 올 하반기 CBDC 유통확대 실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스테이블 코인인 ‘우리은행 디지털화폐’,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과 이를 송금과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멀티자산지갑’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식별자(DID)를 통한 신원 및 자격증명 서비스도 은행 업무에 적용한다.
부동산 정보도 은행 앱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 ‘KB부동산’에서 KB시세부터 실거래가, 매물가격, 공시가격, AI 예측시세, 빌라 시세까지 다양한 가격 정보를 한 곳에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부동산에서 고객 맞춤형 신규 서비스를 선보여 더 쉽고 새로운 고객 중심의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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