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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불붙은 자체 인증서 경쟁… ‘연말정산도 간편하게’

기사입력 : 2022-01-11 19:40

(최종수정 2022-01-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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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銀, 연말정산서 자체 인증서 사용 가능

국민은행,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인증서 시장 선점

신한은행, '금융권 1호'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선정

마이데이터 시대 보안성‧신뢰성 높이는 과제 남아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의 KB모바일인증서는 기존에 PC에서만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오는 15일부터는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사진=KB국민은행이미지 확대보기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의 KB모바일인증서는 기존에 PC에서만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오는 15일부터는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사진=KB국민은행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오는 15일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열린다. 그간 금융거래 등에 있어 본인 인증을 위해 공인인증서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없어도 된다. 은행마다 이를 대신할 새로운 자체 인증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붙은 인증서 경쟁 속 은행권이 간편성을 무기 삼아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개막된 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마이데이터) 시대와 다가올 연말정산 시즌은 본인 인증을 도구 삼아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기회라 은행권의 인증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증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 인증을 위해 필요한 ‘전자신분증’이다. 지난 2020년 12월 공인인증서가 공식 폐지되면서 소득공제 자료 조회 시 민간 인증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원한다면 (구) 공인인증서 사용도 가능하다.

인증 시장에서의 성패는 연말정산을 통해 누가 얼마나 더 ‘인지도’를 쌓아 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민간 인증서는 유효기간이 최대 3년으로 비교적 길고 개인 식별 번호(PIN)과 생체 인증 등으로 간편한 인증이 가능해 금융소비자 편의를 보장한다. 현재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건 이동통신사 통합 간편 본인 확인 서비스 ‘패스(PASS)’와 카카오톡 플랫폼을 앞세운 ‘카카오페이(대표이사 류영준닫기류영준기사 모아보기)’ 인증이다. 각각 3000만명 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은행권은 보안성을 기반에 두고 편리성을 높이면서 금융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은행권 자체 인증서는 국세청(청장 김대지) 홈택스‧손택스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뿐 아니라 정부24, 행정안전부(장관 전해철) 국민비서, 병무청(청장 정석환) 통합인증 서비스 등 다양한 공공기관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 연말정산에서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과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이 자체 개발한 인증서 사용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의 경우 기존에는 PC에서만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오는 15일부터는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가장 빠르게 인증서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19년 7월 KB모바일인증서를 출시하고 이듬해 12월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전자서명인증사업자에 선정돼 50여 개 공공기관 서비스에서 이용 가능해졌다. 지난해 월평균 이용건수는 약 7700만건으로 기록됐다.

또한 군인공제회(이사장 김유근), 한국부동산원(원장 손태락)과 업무협약도 체결해 나라사랑포털, 청약홈에서도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고, 마이데이터 통합인증에도 참여해 KB국민카드 및 한국투자증권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앞으로 외부 인증 사업을 확장해 사용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신한은행 인증서는 올해부터 국세청 연말정산이 가능해졌다. 신한인증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원장 이원태)으로부터 인정받아 출시한 전자서명인증서비스다. 기존의 신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쏠(SOL)’ 인증을 신한 사인(Sign)‘으로 개편한 뒤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과기부 전자서명인증사업자에 선정됐다.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제도는 공인인증제도 폐지 후 전자서명인증 서비스의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홈택스 등의 공공 분야 전자서명사업과 마이데이터 통합인증사업 등에 참여하려면 해당 인증서가 필요하다. 신한 사인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방세 수납을 위한 위택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이벤트도 열었다. 처음으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해당 인증서로 가능한 만큼 인지도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한 쏠에서 인증서를 새로 발급받거나 연말정산 미리 보기 또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신한인증서로 로그인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이 제공된다.

하나은행(행장 박성호닫기박성호기사 모아보기)은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로부터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선정됐다.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선정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금융보안원(원장 김철웅)을 평가 기관으로 선정하고 약 180여개 항목에 대한 서면·현장평가를 거쳤다.

현재 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서 한 번의 로그인으로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관계사 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SSO(싱글사인온) 인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번 사업자 선정을 시작으로 인증 서비스 ‘하나 원 사인’ 범위를 공공기관과 민간사업분야로 확대하려 한다. 정부24, 국세청 등 공공기관 간편 인증과 마이데이터 통합인증 서비스 제공도 준비하고 있으며, 안면 인식 인증 기술과 정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신규 인증 서비스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행장 권광석닫기권광석기사 모아보기)은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인정 획득을 목적으로 민간 인증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관련 입찰 공고를 내고 제한경쟁입찰 절차를 밟았다. 개발비는 70억원 규모이며, 개발 기간은 9개월이다. 올해 중 우리은행의 새로운 민간 인증서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금융결제원(원장 김학수) 인증서를 토대로 은행 특성에 맞춰 변형한 ‘원(WON) 금융인증서’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권 최초 클라우드 기반 인증서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도 가능하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자체 전자서명 인증솔루션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동안 우리은행은 금융결제원과 선제적으로 손잡으며 범용성과 안정성을 택했지만, 경쟁사들이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인증받아 마이데이터 인증 시장 공략에 나서자 위기감이 고조되며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닫기권준학기사 모아보기)은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대표 김종서)’과 손잡고 전자서명 인증 시스템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아톤은 화이트박스 암호화 기술 기반 사설 인증 솔루션 ‘엠피케이아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은행권이 자체 인증서 개발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마이데이터 시장’에 있다. 올해부터 열린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민간 인증서를 최소 1개 이상 의무 적용해야 한다.

즉, 본 허가를 받은 54곳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자체 플랫폼에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금융결제원 등 전자서명인증사업자의 민간 인증서 중 하나를 고객 로그인 선택지로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선정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직접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으며, 신한 사인과 KB모바일인증서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진다.

다만, 아직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둔 빅테크에 비해서는 이용자가 적은 상황이다. 국민은행이 2019년 7월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자체 인증서를 개발하며 은행 중 가장 많은 가입자 960만명을 두고 있지만, 그보다 한 달 전 인증서를 출시한 네이버의 누적 발급 건수 2200만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카오 인증서의 경우 2020년 12월 출시돼 다소 늦은 감이 있음에도 출시 1년 만에 이용자는 3000만명, 사용 횟수는 1억3000만건을 넘어섰다.

은행권은 마이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자체 인증서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연계 기관을 대폭 늘리면서 이용자를 확보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결국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 신한은행이든 국민은행이든 전자서명인증사업자 플랫폼으로 들어오게 된다”며 “이는 고객 접점을 넓히는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인증서’ 경쟁은 결국 은행권을 넘어 빅테크, 핀테크와의 고객 확보 경쟁”이라며 “현재 각 은행마다 다양한 서비스로 활용 범위를 확장해 금융생활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층 더 만족도 높은 금융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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