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DL케미칼은 지난 9월 27일 인수를 확정한 미국 크레이튼(Kraton) 사의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50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20일에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DL케미칼은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50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를 확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DL케미칼은 인수 발표 두 달 반 만에 자체 보유한 현금을 포함해 3조원의 인수자금을 모두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LBO란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담보대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DL케미칼은 LBO 금융에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해 확보한 인수금융을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서 금융비용과 크레이튼의 부채비율까지 함께 낮추어 양사의 재무건전성균형을 유지하는 선진 금융기법을 글로벌 M&A시장에 최초로 선보였다.
DL케미칼은 글로벌 금융의 빠른 확보를 위해 지난달 미국에서 수십여 곳의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를 진행했다. 해당 투자에는 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며 유리한 금융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모집금액의 2배가 넘는 주문을 받으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된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 시너지를 인정 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지난 해 카리플렉스 인수 시 보여준 빠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라고 보고 있다.
이번 딜의 성공에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금융 관행, 심사기간, 절차 등 모든 면에서 통상의 M&A와 다른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미국 금융의 빠른 진행 속도에 발맞추며 이번 인수금융을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카리플렉스 인수와 올해 디렉스 폴리머 설립에 이어 이번 크레이튼 인수까지 DL케미칼의 주요 사업과 함께 해왔다. 수출입은행 역시 구 대림산업 시절부터 그룹사 전반에서 추진된 다양한 신사업을 지원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양 은행은 DL케미칼의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을 비롯, 미국과 유럽 SBC 시장 1위 점유율 및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바이오케미칼 사업을 가지고 있는 크레이튼의 기업 역량에 대한 신뢰로 전격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한국기업 최초의 미국 상장사 LBO성공이라는 쾌거를 출범 첫해에 이루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DL의 M&A역량을 증명했다”며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크레이튼은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폴리머 사업 주력제품은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소재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크레이튼은 소나무 펄프 생산 과정의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최대 규모의 바이오 케미칼 회사로 유명하다. 바이오 케미칼 생산능력은 연 70만톤으로 바이오 디젤 같은 친환경 연료부터 고기능성 타이어 재료, 친환경 접착제 등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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