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시계, 뱅크시의 미술품, 심지어 한우까지 다양한 고가의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개 여럿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조각투자’가 화제다. 피스·테사·뱅카우와 같은 조각투자 플랫폼의 인기는 특히 MZ세대에게서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MZ세대에게 플랫폼 투자는 제2의 소득을 위한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1일까지 진행한 1차 펀딩에 참여한 MZ세대는 81.6%에 달했다. 지난 7월 진행한 2차 펀딩에서도 MZ세대 참여 비중이 80%를 웃돌았다. 최근에는 투자자의 연령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어 송아지가 구제역 등 전염병으로 폐사해도 투자 원금 보장이 가능하고 농가가 파산해도 뱅카우에서 책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한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뱅카우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5차 펀딩에서 모집 금액 2억8000만원을 21분 만에 ‘완판’했다. 417명의 투자자가 한우 64마리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뱅카우가 지금까지 진행한 누적 펀딩 규모는 13억원으로 한우 약 200마리에 해당한다.
◇ 플랫폼 투자,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미비
떠오르는 플랫폼 투자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새로운 투자 형태인 만큼 모호한 법적 책임 문제, 이상거래 행위 관리·감독 부재 등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조각 투자사에 대한 관리 및 감독시스템의 미비 역시 문제다. 현재 명시적으로 조각 투자 업체들을 관리·감독할 기관은 없는 상태다. 매매와 실물 보관, 관리까지 모두 조각 투자 업체가 하고 있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 내 투자상품이 잘 보관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가 진품인지 등의 정보는 알 수 없다. 다만 업체가 주는 정보만 있을 뿐이다.
또 현금 교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 뱅카우의 경우, 살아있는 생물이 투자상품이라는 점에서 품질의 균질성이 중요하다. 명품 가방과 유명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인기지만 내일은 아닐 수 있다. 설상가상 미술품에 투자했다면 소유권 행사마저 불가할 수 있다. 하나의 미술품에 있는 수많은 조각 중 어느 조각이 내가 투자한 조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각투자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법적 보호 수단이 부족해 피해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규제책 마련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예린 기자 yr04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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