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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百, ‘럭셔리 브랜드’에 승부 걸었다

기사입력 : 2021-12-06 00:00

백화점 매출 3분의 1이 ‘해외 명품’
3사 대표 모두 ‘명품’ 전문가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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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백화점 3사 2022년 인사 발표가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에서 3개 백화점 대표를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명품’이다. 이들 3명 모두 명품과 패션 쪽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4조 9964억 원으로, 2015년 12조 2100억 원에 비해 약 22% 성장했다. 올해 국내 명품시장은 15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 현상과 자신을 위해서라면 소비를 아끼지 않는 미코노미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명품 호황의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곳이 백화점 업계다.

백화점은 다른 유통 업태에 비해 명품·해외패션 판매에서 우위에 서 있다. 보통 명품·해외패션 신상품은 국내 총판을 통해 백화점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다. 특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초고가 시계·보석 브랜드들은 각 사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외하면 백화점이 유일한 유통 채널이다.

인기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판매를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명품 고객은 단순히 싼 값에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아니다. 쇼핑 경험 전반을 기대하기 때문에 백화점에 찾는다.

실제 해외 명품 브랜드는 최근 백화점 전체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간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 매출에서 명품을 비롯한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0%, 올해 상반기 33%까지 치솟았다.

이런 트렌드가 바로 이번 유통업계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명품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명품·패션업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인물들을 백화점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먼저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대표가 눈에 띈다. 유통명가 롯데 상징과도 같은 백화점 사업에 외부인사, 그것도 경쟁사 인사를 수장으로 발탁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가 파격적 인사를 진행한 배경에는 정 대표의 화려한 이력이 있다. 1965년생인 정 대표는 1987년 삼성그룹 공채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 담당, 신세계 이마트 부츠 사업 담당을 거치며 2019년부터 패션 기업인 롯데GFR 대표를 맡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할 당시 아르마니,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 메종마르지엘라, 크롬하츠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30곳 넘게 유치한 인물이다.

롯데GFR에서는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샬롯틸버리와 이탈리아 애슬레저 브랜드 카파, 까웨의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브랜드 쇄신작업을 벌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후 대형화, 럭셔리화 트렌드 대응에 미흡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명품군 강화 계획을 밝혔다. 롯데는 정 대표가 이를 구현하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세계도 지난 10월 정기 인사에서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전 대표를 신세계백화점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1963년생인 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해외명품팀장과 상품본부장, 패션본부장을 두루 거쳤다.

특히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일하던 때에 일명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3대 명품을 모두 유치해 1년 만에 신세계디에프를 ‘1조 클럽’에 입성시켰다. 짧은 기간 내에 큰 성과를 냈으며 실제로 업계 톱3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손 대표는 MD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패션 브랜드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과 함께 상품본부장도 겸임하며 명품 및 해외 브랜드 유치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종 대표는 유임하며 수장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여 년 간 한섬을 이끌며 브랜드 명품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김 대표는 부진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대신 타임, 마인 등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에 힘을 실었다. 신규 브랜드 론칭 및 유통 확장, 온라인 강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수 당시 매출액 5000억원 중견 기업에 불과하던 한섬을 매출 1조 클럽으로 성장시켰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연말 인사에서 현대백화점 대표 자리에 올랐고 올해에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성공적으로 개점하며 유임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오랜 기간 패션업계를 주도했던 인사로, 트렌드에 대한 노하우를 백화점 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대표는 각자 쌓아온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치열한 순위 경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33조 521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시장 규모 추정치인 31조 9250억 원보다 5% 성장한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30조 3240억 원)과 비교해도 10.5% 성장한 규모로 매년 빠른 속도로 전체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백화점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성장 속도와 모습은 제각각이다. 매출 1위를 지키던 롯데는 코로나 이전에 신세계·현대와의 매출 격차가 2500억 원 정도였지만, 올 3분기 격차가 1500억 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영업이익은 3사 중 유일한 적자다.

이에 반해 신세계백화점은 매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3월 신규 출점한 더현대서울이 역대 최단 기간 1조 클럽 달성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세가 눈에 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실한 대응이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명품 전문 대표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 사업을 꼭 유통전문가가 하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가 대표를 맡으면 백화점이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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