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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성의 BMW] 늦은 귀가시간, 경기·인천 통근러들의 희망 '심야버스' 이야기

기사입력 : 2021-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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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이동하는 시민들의 교통비 절감은 물론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도
서울 '올빼미버스', 성남 '반디' 등 전국의 늦은 밤 밝히는 심야버스

[장호성의 BMW] 늦은 귀가시간, 경기·인천 통근러들의 희망 '심야버스' 이야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직주근접·생활인프라·학세권·숲세권…집을 구할 때 찾게 되는 수많은 조건의 공통점은 한 마디로 ‘생활권’, 결국 부동산의 꽃은 누가 뭐라 해도 ‘교통’입니다. 버스(Bus), 지하철(Metro), 도보(Walk), 국내 다양한 대중교통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개발 이야기 등 이모저모를 직접 발로 뛰며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새벽 시간대 일산동구청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심야버스 한 대 / 사진=한국금융신문이미지 확대보기
새벽 시간대 일산동구청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심야버스 한 대 / 사진=한국금융신문


한창 간이 알콜에 찌들어있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정신없이 술을 먹다 보면 한 친구가 유독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파주 끝자락에 살면서 통학을 하던 이 근성 넘치는 친구는 편도로만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매일같이 오고가며 하루의 8분의 1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친구였다. 편의상 이 친구를 A군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A군은 수업은 쿨하게 지각해도 집에 갈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바람직한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는 술자리가 무르익을 시간인 10시 전후가 되면 막차를 타기 위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가장 멀었던 그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A군이 자정이 넘도록 술자리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이 친구가 집에 가는 걸 포기한 건가 싶었다. 당시 학교 앞에서 파주까지 가려면 할증 택시비만 3만원이 넘게 나왔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으므로, 대부분 막차를 놓친 친구들은 학교 휴게실이나 근처 PC방에서 밤을 새고는 했다. 우리는 A군도 으레 PC방에서 함께 밤을 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A군은 새벽 1시쯤 됐을 때 집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군가 물었다. “집까지 걸어가게?” A군은 피식 웃더니 새롭게 집에 가는 법을 찾았다며 심야버스에 대해 말해줬다. 심야시간이라 차가 없어 먼 거리도 씽씽 달려서 집까지 금방 도착한다나. 그 친구의 삶의 질(과 술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그 버스로 인해 높아졌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울 심야버스 '올빼미버스' 노선도 / 자료제공=서울시 교통정보과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심야버스 '올빼미버스' 노선도 / 자료제공=서울시 교통정보과


◇ 서울 구석구석 달리는 올빼미버스, 첫차와 막차 사이 간극 메워

이듬해인 2013년, 서울시는 공식적인 심야버스 노선을 대폭 신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버스번호 앞에 ‘N’이 붙은 이 버스들은 ‘올빼미버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올빼미버스는 서울 시민들의 이동 패턴을 고려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선이 만들어졌다. 빅데이터 분석이 공공서비스 효율화에 사용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 것은 덤이다. 물론 그 전에도 서울과 경기, 인천을 달리는 심야버스 노선들은 많았지만, 서울시가 나서 교통편의를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시는 올빼미버스 도입으로 서울시민의 교통비가 1인당 약 7050원, 하루 4440만원, 연간 162억원가량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승용차운행을 버스 운행을 대체해 하루 1365kg, 연간 498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이 버스들의 배차간격은 15분에서 30분 내외로 꽤 긴 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두어 정거장만 지나면 이용객들로 만석을 이루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심야전용 올빼미버스는 현재 9개 노선으로 운행 중이며, 올해 연말 3개 노선이 시범적으로 추가 운영될 예정이다. 연말 택시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버스 배차간격이 줄어들 예정이며, 남태령~이태원, 신림~건국대, 은평공영차고지~영등포역을 오고가는 노선들이 시범적으로 운행된다.

첫차와 막차 사이 간극을 메우고 시민들의 발이 되어준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심야시간에 운행되는 교통수단인만큼 안전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취객들이 많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야간에 텅빈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다보니 사고 위험도 낮보다 크다.

시 또한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심야버스의 운행 속도에 제한을 걸거나, 운행노선 인근 경찰서와의 연계를 통해 범죄 방지에 힘쓰고 있다. 심야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버스회사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다 퇴임한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많은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성남 심야버스 '반디' 운행 노선도 / 자료=성남시이미지 확대보기
성남 심야버스 '반디' 운행 노선도 / 자료=성남시


◇ 성남 ‘반디’부터 화성 ‘H버스’까지, 깊은 밤 밝히는 전국 심야버스들

위 A군의 사례에서 확인했듯, 사실 심야버스가 정말로 절실한 것은 서울 시민보다는 경기도와 인천에서 통학·통근하는 이들일 것이다.

이들을 위한 심야버스도 곳곳에서 운행되고 있다. 성남시를 달리고 있는 심야버스 ‘반디’도 그 중 하나다. 성남형 심야버스 ‘반디’는 밤 11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 심야시간대를 달리는 버스로, 오리역·복정역 등 주요 지하철 노선들을 따라 달린다.

수원 역시 강남역·서울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심야버스 노선이 마련되어 있다. 이를테면 수원버스 3000번은 신분당선 강남역 기준 새벽 2시에도 탑승할 수 있다. 화성에도 H4~H8번에 이르는 심야버스 노선들이 새벽시간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으며, 가평·남양주·부천 등을 달리는 심야버스들도 많다.

수도권만이 아니다. 부산과 대구·충청·전라·제주까지도 심야시간대 시민들을 위한 심야버스들이 밤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강남까지 통근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야근이 길어지거나 술자리가 있는 날 택시를 타고 집에 가자니 지갑 사정이 아쉬운데, 이런 상황에 심야버스가 보이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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