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끝자락에 살면서 통학을 하던 이 근성 넘치는 친구는 편도로만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매일같이 오고가며 하루의 8분의 1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친구였다. 편의상 이 친구를 A군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A군은 수업은 쿨하게 지각해도 집에 갈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바람직한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는 술자리가 무르익을 시간인 10시 전후가 되면 막차를 타기 위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가장 멀었던 그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A군은 새벽 1시쯤 됐을 때 집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군가 물었다. “집까지 걸어가게?” A군은 피식 웃더니 새롭게 집에 가는 법을 찾았다며 심야버스에 대해 말해줬다. 심야시간이라 차가 없어 먼 거리도 씽씽 달려서 집까지 금방 도착한다나. 그 친구의 삶의 질(과 술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그 버스로 인해 높아졌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듬해인 2013년, 서울시는 공식적인 심야버스 노선을 대폭 신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버스번호 앞에 ‘N’이 붙은 이 버스들은 ‘올빼미버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올빼미버스는 서울 시민들의 이동 패턴을 고려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선이 만들어졌다. 빅데이터 분석이 공공서비스 효율화에 사용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 것은 덤이다. 물론 그 전에도 서울과 경기, 인천을 달리는 심야버스 노선들은 많았지만, 서울시가 나서 교통편의를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시는 올빼미버스 도입으로 서울시민의 교통비가 1인당 약 7050원, 하루 4440만원, 연간 162억원가량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승용차운행을 버스 운행을 대체해 하루 1365kg, 연간 498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이 버스들의 배차간격은 15분에서 30분 내외로 꽤 긴 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두어 정거장만 지나면 이용객들로 만석을 이루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심야전용 올빼미버스는 현재 9개 노선으로 운행 중이며, 올해 연말 3개 노선이 시범적으로 추가 운영될 예정이다. 연말 택시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버스 배차간격이 줄어들 예정이며, 남태령~이태원, 신림~건국대, 은평공영차고지~영등포역을 오고가는 노선들이 시범적으로 운행된다.
첫차와 막차 사이 간극을 메우고 시민들의 발이 되어준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심야시간에 운행되는 교통수단인만큼 안전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취객들이 많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야간에 텅빈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다보니 사고 위험도 낮보다 크다.
시 또한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심야버스의 운행 속도에 제한을 걸거나, 운행노선 인근 경찰서와의 연계를 통해 범죄 방지에 힘쓰고 있다. 심야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버스회사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다 퇴임한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많은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 성남 ‘반디’부터 화성 ‘H버스’까지, 깊은 밤 밝히는 전국 심야버스들
위 A군의 사례에서 확인했듯, 사실 심야버스가 정말로 절실한 것은 서울 시민보다는 경기도와 인천에서 통학·통근하는 이들일 것이다.
이들을 위한 심야버스도 곳곳에서 운행되고 있다. 성남시를 달리고 있는 심야버스 ‘반디’도 그 중 하나다. 성남형 심야버스 ‘반디’는 밤 11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 심야시간대를 달리는 버스로, 오리역·복정역 등 주요 지하철 노선들을 따라 달린다.
수원 역시 강남역·서울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심야버스 노선이 마련되어 있다. 이를테면 수원버스 3000번은 신분당선 강남역 기준 새벽 2시에도 탑승할 수 있다. 화성에도 H4~H8번에 이르는 심야버스 노선들이 새벽시간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으며, 가평·남양주·부천 등을 달리는 심야버스들도 많다.
수도권만이 아니다. 부산과 대구·충청·전라·제주까지도 심야시간대 시민들을 위한 심야버스들이 밤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강남까지 통근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야근이 길어지거나 술자리가 있는 날 택시를 타고 집에 가자니 지갑 사정이 아쉬운데, 이런 상황에 심야버스가 보이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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