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에 내려갈 때마다 새마을호를 타러 들르던 서울역. 호두과자 하나 들고, 창가에 앉겠다고 떼를 써놓고 차창 밖 풍경은 잠깐 보다가 금세 잠에 들어버렸던 기억. 기자의 추억 속 서울역은 이런 모습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서울역답게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쓰였던 서울역. 비록 ‘부산행’ 속 좀비는 없지만 서울역에 얽힌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 간선열차·1호선·4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GTX·신안산선 추가되면 ‘8중 환승역’ 탄생
머지않은 시일 안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계획에 따라 GTX-A, GTX-B 서울역 정거장이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GTX-A는 이미 2020년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돼 이르면 2024년 하반기에 선을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신안산선이나 신분당선 등의 연장계획까지 포함되면, 서울역은 수도권에서만 8중 환승에 달하는 복잡한 역이 될 예정이다.
공항철도는 1·4호선과 정반대방향으로 역사를 통과해 걸어가서 지하 7층까지 내려가야 하고, 경의중앙선은 역사가 아예 따로 존재한다. 공항철도의 경우 깊숙한 지하까지 가야 플랫폼이 있는 것을 감안해 노약자·교통약자 등이 아니라도 공식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가뜩이나 넓은 역에 GTX와 신안산선 등이 추가로 개통될 경우, 서울역은 국내 손꼽히는 북새통 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낡은 고가도로 재탄생시킨 ‘서울로7017’, 도시재생 모범 사례 중 하나로
서울역 앞 고가도로는 청파동에서 퇴계로, 중림동까지를 연결하는 도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에 열린 이 도로는 오랜 기간 쓰이며 낡고 노후화된 상태였다.
시가 시행한 수차례의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 나와 존속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자, 시는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이곳을 뉴욕의 ‘하이 라인파크’과 같은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2015년 말 닻을 올린 ‘서울로7017’은 2년 뒤인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일 다음날인 5월 20일에 본격적으로 시민들에게 선을 보이게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역 옥상정원까지의 길이 개통되며 서울로7017~서울역까지의 보행도 가능해졌다.
서울로7017의 ‘70’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열린 ‘70년대’, ‘17’은 17개 테마의 길과 고가차도의 높이인 ‘17m’ 등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록 잔디로 깔린 길은 아니지만, 서울로7017은 도심 속 공중정원이라는 독특한 경관과 더불어 다양한 화분이나 조형물들이 설치돼있어 도심 속 이색 랜드마크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기자가 평일 오후에 방문했을 때에도 가족단위는 물론 연인·친구끼리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다.
주변 상권 역시 ‘중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되며, 카페나 식당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효과도 발생했다.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장사에서 서울로7017을 찾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수제맥주집·이색카페 등이 문을 열며 상권에 활력이 불어넣어진 모습이었다. 서울로7017 개통 이후 1년 만에 보행량이 주말 최대 48.6%, 주중 28.5% 늘어났고, 유동인구가 늘자 소매상이 140%, 카드 매출액이 42%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일본은 서울로7017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노후화된 도쿄고속도로를 공원화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서울로7017은 노후화된 설비를 활용한 좋은 도시재생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이처럼 보행과 교통을 살린 도시재생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 ‘강북판 코엑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한화건설 노하우 살린 시공 기대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 북부의 유휴 부지를 개발하려는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명 ‘강북판 코엑스’로도 불리는 이 사업은 서울역 북부 서울로7017과 염천교 수제화 거리 사이 유휴 철도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0층 규모로 건폐율 59.99%·용적률 793.7%·연면적 약 35만㎡의 건물 5동을 짓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연면적 2만4403㎡ 이상 규모의 컨벤션 시설이 도심·강북권 최초로 조성되며, 호텔, 판매·업무시설도 연면적 50% 이상 들어선다. 700가구에 달하는 오피스텔도 연면적 30% 이내로 조성된다.
이를 추진할 우선협상자에는 한화건설이 지난 2019년 선정된 바 있다. 한화건설은 컨소시엄에 포함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총 결집해 서울역을 국가의 관문이라는 입지와 위상에 걸맞게 완성시킬 계획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극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건설은 2022년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건설은 다양한 복합개발사업 추진 경험을 통해 전문적인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화그룹 내 이러한 복합개발에 최적화된 계열사들이 있어 컨소시엄 구성 등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재계순위 7위인 한화그룹과 모회사인 ㈜한화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한화건설의 시공능력 ▲자회사 한화역사의 상업시설 운영 경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호텔, 리조트, 아쿠아리움 운영 경험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경쟁력 ▲한화에스테이트의 종합부동산 관리 노하우 등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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