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에 반도체 초미세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배치하려는 계획이 미국 정부의 제동으로 좌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EUV 노광장비를 설치해 반도체 제조 공정 수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까지 EUV 장비 취득을 위해 4조7549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2월 공시했다.
EUV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공정이 극도로 미세화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포토 공정에 EUV 장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EUV 활용 수준이 기술 리더십의 우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월 이천공장에 EUV를 도입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중국 현지 기업을 다르게 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댄 허치슨 VLSI리서치 CEO(최고경영자)는 “EUV 설비를 중국에 설치하는 누구라도 중국에 생산력을 주는 것”이라며 “중국은 항상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압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나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경우,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공장에 들이려 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EUV 노광장비도 중국 수출 시 미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에 EUV 중국 수출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ASML은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EUV 공정이 초기 단계이다보니 SK하이닉스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기술 패권전쟁이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EUV 장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단로 당장 SK하이닉스가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SK하이닉스의 D램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EUV 공정이 표준화되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중국 기술 수출 반대가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사실상 반도체는 전기차, 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이는데, 미중 패권전쟁이 장기화되면 향후에는 이러한 산업까지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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