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에 공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과 같이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슈퍼 앱’ 개발 지원을 약속하면서 디지털 전쟁에서 생존을 위한 월간 이용자 수(MAU) 확보가 필수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 특명 ① ‘MAU 높여라’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염두에 두고 고객 맞춤형 앱 개편에 열중하고 있다. 빅테크 등에 맞서 플랫폼을 매력적으로 바꾸기 위한 변신이다. 저마다 변신에 나선 결과는 월간 이용자 수(MAU)로 평가받는다. 결국 MAU를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기업과 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 정보를 정보 주체인 개인 승인에 따라 하나의 앱에서 통합 조회‧관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쏠(SOL)’ 역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쏠의 MAU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늘어난 800만명을 기록했다. 20대 고객 전용 플랫폼 ‘헤이영’을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을 과감히 펼친 결과다. 현재 200억원 예산을 들여 쏠을 전면 개편하는 ‘뉴 앱(NEW APP)’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비대면상품 가입 프로세스를 다시 구축하고, 고객 맞춤형 사용자인터페이스(UX‧UI) 등을 재설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행장 권광석닫기권광석기사 모아보기)도 지난 1일부터 자사의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에 세대별 특성에 맞춘 새로운 메인화면을 선보였다. 새로운 메인화면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위한 ‘펀 타입(Fun Type)’과 시니어 세대를 위한 ‘이지 타입(Easy Type)’으로 구분되며, 기본 메인화면인 ‘베이직 타입(Basic Type)’을 포함한 3가지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다음 달 중 ‘우리원(WON) 뱅킹’에서 개인 신용과 자산상태 등을 통합해 볼 수 있는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행장 박성호닫기박성호기사 모아보기)도 모바일 앱 ‘하나원큐’ 내에 자산관리 부문 서비스 개편을 앞두고 있다.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닫기권준학기사 모아보기) 역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에 한참이다. 외부 협업으로 데이터 관련 과제를 신속 추진하기 위한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은행들이 앱 개편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빅테크 등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이미 토스, 카카오뱅크, 네이버 파이낸셜 등 빅테크 플랫폼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서비스를 아우르면서 1000만명 넘는 MAU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MAU 1470만명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뒤 수십 년 전통의 금융사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으며 금융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은행권도 이에 맞서 다음 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한다. 금융당국은 슈퍼앱 지원을 통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가능하도록 은행의 디지털 신사업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겸영·부수 업무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특명 ② ‘고객의 생활 속으로’
은행들은 금융을 넘어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은행에서 택배를 보내고 펫도 관리하며 중고차를 파는 등 각종 비금융 서비스로 고객 유인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음식 배달업에 진출한다. 다음 달 22일 배달 앱 ‘땡겨요’ 정식 서비스 개시가 예정돼 있다. 강남과 서초 등 서울 5개구 1만5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n분의 1 주문 결제 등 새로운 서비스를 더 도입한 뒤 내년에 강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으로 금융위원회에서 혁신 금융 서비스에 지정된 뒤 137억7400만원 예산을 배정해 올해 6월부터 ‘O2O(Online to Offline) 추진단’을 만들어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지속적 증가에 발맞춰 생활 플랫폼 ‘쏠 펫(SOL PET)’을 선보였다. 신한 쏠을 통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프리미엄 반려동물용품 전문 브랜드 ㈜브레멘(대표 김성무) 과의 제휴를 통해 선보인 고객 참여형 반려동물 커뮤니티 ‘펫스타픽’을 시작으로 다양한 펫 관련 원스톱 상품‧서비스를 출시하려 한다. 향후 펫코노미 시장을 공략하고자 펫 미용 예약 플랫폼 ‘반짝’을 운영 중인 펫이지와 협업해 펫 관련 특화 금융 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8월 택배 플랫폼 서비스 업체 ‘파슬미디어’와 자체 앱을 통해 택배를 예약‧결제하고 조회할 수 있는 ‘우리원(WON) 뱅킹 마이(My) 택배’서비스를 출시했다. 별도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기사 방문 희망일과 장소를 직접 정하거나 가까운 편의점에서 물품을 접수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 밖에도 부동산 플랫폼 원더랜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 우리 아이 계좌 조회 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병원비 선납 서비스와 처방전 전송 서비스 등 의료 관련 생활서비스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롯데쇼핑과 협약을 맺고 디지털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금융 라이브 커머스, 빅데이터 기반 공동마케팅, 제휴상품, 온라인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협력이 계획돼 있다. 또한 자동차 경매 전문 기업 ㈜카옥션(대표 장영수)과 제휴해 국내 최초로 개인이 온라인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Z세대(1990~2000년대 출생)를 위한 체험형 금융 플랫폼 ‘아이부자 앱’ 서비스도 확대 중이다.
국민은행은 앞서 언급한 ‘KB스타뱅킹’을 토대로 생활금융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2일 비대면으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의 금융은 고객 일상에 녹아들어 간 개인화된 생활금융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새롭게 재구축한 KB스타뱅킹과 젊은 세대에 특화된 리브 넥스트가 경쟁력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헬스케어, 자동차, 전자상거래 등 고객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KB의 플랫폼 생태계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생활금융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통해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꽃배달, 축산몰 새벽 배송, 농축산물 공동구매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특명 ③ ‘비대면으로 기업 고객 잡아라’
은행들은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비대면 기업 금융 서비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속 기업 대출이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시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는 비중은 2015년 46.5%에서 2020년 62%까지 확대됐다. 또한 최근 채권금리가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아지면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을 위해 국내 대표 전사적 자원관리(ERP) 전문 업체인 ‘더존비즈온’과 협약을 맺고 3개월 뒤 매입을 결정했다. 총 723억원을 들여 더존비즈온의 자사주 1.97% 지분을 끌어안았다.
양 사는 신한은행의 기업금융 전용 모바일 앱인 ‘신한 쏠 비즈(SOL Biz)’를 통해 더존비즈온이 관리하는 약 20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을 상대로 중‧저금리 대출 확대에 나선다. 이를 위해 기업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 임직원 대상 소매금융 서비스도 시행하려 한다.
현재 더존비즈온 ERP 거래 법인 고객의 경우 신한 ‘쏠비즈’에서 비대면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자에게는 ▲기업 인터넷·모바일·폰뱅킹(ARS에 한함)을 통한 타행 이체 수수료 월 100회 면제 ▲신한은행 자동화기기 이용 현금 인출 수수료 면제 ▲현금카드 발급 수수료 1회 면제의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을 위해 역량을 쏟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통합자금 관리 프로그램인 ‘스타(Star) CMS’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부터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정책 자금을 추천하는 ‘KB브릿지(bridge)’를 개편해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도 세무‧그룹웨어 솔루션 업체 등 다양한 업권의 기업과 제휴를 맺어 기업금융 디지털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으며, 우리은행 역시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기업고객 전담 조직인 ‘기업디지털금융셀(CELL)’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의 플랫폼 혁신에는 아직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다만, 금융당국이 최근 빅테크와의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제도 여건 개선을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우리금융연구소 기고글을 통해 “금융그룹은 생존을 위해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나, 변화한 금융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지주 제도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겸업 고도화가 제약적이고 현행 금융지주 제도에 따르면 금융그룹이 직접 ICT‧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5대 은행과의 간담회에서 “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하나의 슈퍼앱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 수요에 맞춰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Digital Universal Bank)’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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