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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창립 52주년 (2)] “이재용 전면 나서야 시스템 반도체도 1위”

기사입력 : 202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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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에서 출발해 30년째 글로벌 1위
“삼성 주도로 기술속국 벗어나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배경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평택 2라인.이미지 확대보기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배경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평택 2라인.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삼성전자는 자타공인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30년 넘게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 생산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반도체를 하던 회사는 아니다.

시작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TV도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 환경이 열악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도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 사업은 불가능한 게 당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든 주역인 반도체 사업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부터 시작됐다.

◇ 이건희 뚝심, 30년 앞을 내다본 투자

삼성이 처음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74년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고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인 호암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삼성 선대회장에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자고 건의했다.

호암이 한국반도체 인수를 망설이자 당시 그룹 부회장이었던 그는 개인 자금을 동원해 한국반도체 지분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전자회사가 반도체를 하지 않으면 엔진 없이 자동차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회장 뚝심은 18년 뒤 삼성을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고 10년 뒤인 1983년 2월 이병철 선대회장의 ‘동경선언’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본격 나선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이 선대회장은 동경선언을 통해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며 D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선대회장은 “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의 자원 조건에 적합하면서 부가가치가 높고 고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제2의 도약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다.

이 선대회장의 D램 진출 선언 이후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반도체 산업은 첨단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반도체는 지금과 달리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져 적자 산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삼성은 주저하지 않았다. 경기 기흥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샤프에서 반도체 기초 기술을 배웠다. 같은 해 삼성은 전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RAM)을 개발했다. 이때 개발한 64K D램은 30년 뒤인 2013년 산업 역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의미심장한 제품이었다.

19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직후 그룹 수뇌부가 이 회장에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자고 건의했다. 이 회장은 “언제까지 그들의 기술 속국이어야겠냐.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에 삼성이 나서겠다”며 반도체 사업 의지를 분명히 했다.

◇ D램 후발주자, ‘세계 최초’와 ‘점유율 1위’를 동시에 따내다

1989년에는 도시바, IBM, NEC 등 다양한 D램 제조 기업들이 D램 밀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부품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는 경쟁을 하는 것이었다. 삼성이 기술력을 고도화시키면서 1988년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 해 12월 처음으로 D램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1992년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삼성전자는 단 한 번도 메모리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낸드플래시도 2002년 점유율 1위 이후 20년간 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업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 건 2001년 120나노 기반 D램 양산이었다. 기존 200mm 대신 300mm 웨이퍼를 도입해 120나노 기반 D램을 양산한 것이다. 당시 대부분 기업들이 장비 도입 비용 부담에 느꼈지만, 오히려 삼성은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며 초격차에 나섰다.

결국 2002년 대부분 메모리 기업들이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삼성은 홀로 3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오히려 삼성은 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2010년대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1위인 인텔과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으며, 2017년 3분기 삼성은 인텔을 제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 메모리 이어 시스템으로 ‘100년 기업’ 도약

삼성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2위 기업과 큰 격차를 벌리며 명실상부한 메모리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메모리 쪽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한계도 있었다. 실제로 올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중 메모리 관련 매출이 79.8%(20조 8300억원)를 차지한다.

2019년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키우기에 나섰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 원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중 반도체에만 150조 원을 투자한다. 최근 미국·중국·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절대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는 현재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공급 차질이 생긴 차량용 반도체, 스마트폰 생산에 문제를 일으킨 모바일 칩도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한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TSMC·인텔 등이 파운드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자, 삼성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스템 1위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 삼성의 경영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취업제한 논란 등을 의식해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6개월 넘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TSMC, 인텔 등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 시사 주간지인 ‘더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역사상 ‘중요하고 새로운 시대(critical new chapter)’를 맞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려면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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