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8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금융동향과 2022년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에는 더 큰 지각변동이 전망된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 시행되고, 코로나 출구전략과 함께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데다가 최근 빠르게 증가한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른 리스크도 관리해야 한다. 여전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국제적 흐름을 놓치면 안 되고, 금융소비자 보호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 “코로나 지원 종료 따른 건전성 정책 필요”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은행산업 환경변화와 전망’ 발표를 통해 내년 3월 소상공인 등에 대한 ‘코로나19 대출’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완전히 종료되면 하반기부터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7월 말 기준 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적용 중인 대출 잔액은 은행 총 여신(대출) 대비 각각 0.58%, 0.25%로 상당한 수준에 달한다. 더군다나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가계신용대출은 1800조원을 넘어서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 상승폭은 8.6%포인트(p)로 국제결제은행 기준 세계 주요 20개국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국내은행의 내년 당기순이익 규모는 16조8000억원으로 올해의 17조9000억원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바라봤다. 은행권 이자이익을 전반적인 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 등에 힘입어 48조원으로 예상했다. 올해에 비해 7.6% 늘어난 수준이다. 충당금 전입 전 영업이익은 29조4000억원으로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특히 국내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올해 8.3%에서 내년에는 5.2%로 둔화한다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차주 단위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의 조기 확대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조치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리 상승 영향도 더해져 가계대출 증가율은 5% 내외로 억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실장은 “내년 이후 거시·금융정책 정상화로 정책적·시장적·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국내은행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의 금리 정상화 지속으로 금리 상승 압력 증가가 예상되고,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내은행의 전반적인 경영 기조를 수익 효율성 제고와 효과적인 비용 관리 강화로 설정함으로써 경영 성과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의 사회적 역할분담을 통해 신뢰도 제고와 책임 금융 기조를 정착·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영후 금융감독원 건전경영팀장은 발표 뒤 토론에서 “현재 은행 산업의 양호한 지표에는 정책 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부실이 일부 감춰졌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피해 지원 종류에 따라 한계 기업이나 취약 기업, 경쟁력 약화 기업의 부실이 현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금리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영업비용이 증가해 취약기업 중심의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는 데다 그동안의 자산 가격 상승 폭이 큰 만큼 불확실성도 그에 상응하게 증가한 상태라 관련 업종 차주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 은행과 긴밀이 소통하면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플랫폼 서비스 역량 강화해야”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 확장세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분석을 내놨다.
김 실장은 “네이버 파이낸셜과 카카오 페이는 커머스 및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금융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빅테크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플랫폼 서비스 역량과 보안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 2분기 기준 네이버 파이낸셜의 거래액은 9조1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52% 급성장했다. 후불결제 서비스를 개시하고 오프라인 사용처를 확대하는 등 간편결제 부문 경쟁력이 더욱 증대되는 모습이다. 이어 카카오페이 역시 올 1분기 기준 연간 결제거래액(송금+결제)은 총 2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기존 은행들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픈뱅킹과 서비스형 뱅킹(Baas·Banking-as-a-Service) 등 내부환경에서 새로운 은행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중이다. 오픈뱅킹은 조회나 이체 등 은행의 핵심 금융기능을 표준화해 다른 사업자에 개방하는 은행권 공동 인프라를 말한다. 아울러 지난달 45개 금융사가 본인 신용 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에 본 허가를 받고 13개사가 예비허가를 받는 등 소비자 맞춤형 금융 서비스도 계획 중에 있다.
김 실장은 “핀테크와 은행이 서로 보완적 발전을 할 수 있는 업무 모형인 Baas와 같이 은행이 주도할 수 있는 업무 모형 개발과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며 “더불어 은행의 전자금융에 대한 보안 역량 강화를 통해 은행의 신뢰성도 높이고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규제 개선에 대한 요청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기업고객이 대출, 자금 관리 등 모든 금융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종합기업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익모델화를 추진하는 것과 데이터 기반의 초 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WM) 체계를 만드는 등 수익원 다변화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아울러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와 ESG 경영을 위한 체계를 신속히 마련할 필요성에 관해서도 역설했다.
김영도 실장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를 맡고 김연준 금융위원회 은행과장과 노영후 금융감독원 건전경영팀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전상욱 우리은행 부행장보,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 파트장이 참여해 ‘은행산업 환경변화와 전망’에 관해 토론을 펼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 파트장은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장한 뒤 분석하는 저희도 당황스러울 만큼 시가총액이 계속 올라갔다”며 “미국 투자자들과 이에 관해 얘기를 해보자 가장 큰 이유는 레거시(Legacy·낡은)에 속하는 기존 4대 금융지주를 못 믿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파트장은 “아직도 기존 금융사들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며 “기술에만 계속 치우쳐서 전략을 짜는데 경쟁사라 부르는 빅테크를 보면 기술보다는 고객 행동심리학적인 부분을 훨씬 많이 본다”고 피력했다. 이어 “맥락이 있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은 개인 고객 대상 지급 결제 시장부터 SOHO(자영업자), 자산관리(WM), 기업금융 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금융의 디지털 가속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준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디지털 혁신 부문은 7~8년 전부터 시급하다고 인식했지만, 올해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뒤 전통 지주사들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은행권 지주들이 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크게 자각하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며 “기존 은행들이 영업방식과 조직, 사업모델에 있어 전반적 변화를 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진행하고 빅테크 협업 구조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는 ‘은행산업 환경 변화와 전망’ 이외에도 ▲2022년 경제전망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전망 ▲보험·비은행 산업 환경 변화와 전망 등 4개 주제에 걸쳐 진행됐다.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금융연구원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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