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지는 내년 차기 대통령선거 이후 부동산제도 변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서울 내 신규 주택공급이 전년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당분간 공급 가뭄이 이어져 부동산 불안정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서울 아파트는 극심한 공급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 분양된 아파트는 3만3740가구 규모였지만, 올해 같은 시기에는 7029가구가 분양되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분양이 예고됐던 대어급 단지들이 줄줄이 분양을 연기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둔촌주공(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아파트는 단군 이래 정비사업 최대어 중 하나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단일 재건축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 단지는 전체 85개 동에 1만203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4786가구가 일반분양 예정으로 규모가 매우 크다.
올해는 HUG의 고분양가 관리기준 완화와 분양가상한제 개편 언급 등이 나오며 일반분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조합 집행부 교체 등으로 상황이 달라지며 연내 분양이 또 다시 불투명해진 상태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1구역 래미안’의 일반분양 일정 역시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39개동, 전용면적 33~114㎡, 3069가구 규모 중 938가구가 일반공급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역시 분양가 산정 문제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분양가상한제 완화 시그널, “버티면 더 오른다?”…오락가락 정책에 속타는 무주택자들
분양가 산정·설계변경 등 단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분양가’라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완화 시그널을 낸 상황에서 누가 나서서 먼저 분양을 하겠나”라며, “어차피 준공이나 입주 시점과 관련이 없다면 조합이나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간담회를 통해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고분양가 심사제·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결국 피를 보는 것은 무주택자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투기수요 및 불로소득 차단을 위해 분상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마련해놓고 이제 와서 이를 뒤집으니 시장만 자극하고 집값 안정은 전혀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둔촌주공이나 방배5 등 대단지를 포함해도 서울 내 신규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인데, 이마저도 연기되면서 공급절벽이 현실화된 상황”이라며,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정치상황 자체가 불안정해질 내년까지는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이고, 최소 2~3년은 서울 내 공급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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