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 코빗이 모두 은행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확보에 성공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에 이어 4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모두 정상영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당국 신고기한인 오는 24일 이후 거래소 줄폐쇄가 현실화되면 이른바 ‘빅4’만의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 빗썸, 코인원과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하고 확인서를 발급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에 내년 3월 25일부터 의무화되는 ‘트래블 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코인 입·출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협의해 왔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부과한 의무로, 가상자산 이전 시 송신을 담당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산을 수신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농협은행은 트래블 룰과 관련해 두 거래소와 조건부로 합의를 이뤘다. 빗썸 관계자는 “현행법상 거래소 신고 수리가 되고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고객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만큼 신고 수리 이후 트래블 룰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빗썸은 코인원, 코빗과 함께 만든 트래블 룰 합작법인을 통해 내년 3월 말 전까지 트래블 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이날 코빗에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했다. 오는 24일 만료되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은 조만간 연장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단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했고 재계약 관련 세부적인 내용을 코빗과 협의한 후 결정할 것”이리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코빗은 그간 6개월 단위로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왔는데 앞으로는 1년 단위 등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계좌 개설 등의 신고요건을 갖춰 오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달 21일 가상화폐 거래소 중 처음으로 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접수했다. 빗썸과 코인원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사업자 신고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FIU는 신고서를 접수한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최대 90일간 신고요건을 면밀히 심사해 최종적으로 영업 가능 여부를 통지한다.
이에 따라 4대 거래소의 영업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이제 관심은 중소형 거래소 중 신고요건을 갖추는 곳이 나올지 여부다. 4대 거래소 외에 다른 중소형 거래소 59곳은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ISMS 인증을 받았더라도 은행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지 못한 거래소는 신고기한이 끝난 후부터 국내에서 원화로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할 수 없고 가상화폐와 가상화폐의 거래를 중개하는 시장(코인마켓)만 운영할 수 있다. ISMS 인증도 받지 못한 거래소는 미신고 상태가 돼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고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오는 17일까지 이용자에게 영업 종료를 사전 공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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