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농촌·농민과도 직결됩니다. 환경(E)은 농업과 농민을 위한 자연적 녹색 기반이고, 사회(S)는 농협 사업을 통한 가치 제고의 대상이며, 지배구조(G)는 농민이 주인인 농협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농협에게 ESG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손 회장 말처럼 농협금융에게 ESG는 다른 금융사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1961년 농업협동중앙회에 뿌리를 두고 국내 유일 100% 순수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농협금융은 2012년 3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종합 금융 체제를 구축했다. 우리나라 농업발전 60년과 세월을 함께 해온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따라 농협 고유목적사업인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자회사들이 농협중앙회에 2230억원 분담금을 납부했다.
손 회장은 올해 1월 취임사에서부터 “농협금융도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ESG 경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탈 석탄 금융 선언, 적도원칙 가입 등 친환경(E) 전략이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건전한 지배구조(G)’ 만들기에도 열심히 노력 중이다.
현재는 전국 영업점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역량을 쏟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여성 사외이사도 늘려 국내 금융권 ‘유리천장(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조금씩 깨고 있다.
◇ 금융소비자 신뢰경영 정착 위한 ‘조직 개편’
농협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손병환 회장은 재임 시절부터 직원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늘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강조해 왔다고 한다. 은행장 시절, 직원들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개편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자고 의견을 내면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가” 되묻는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러한 뜻을 가지고 금융소비자 신뢰경영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먼저 조직을 개편했다. 농협금융과 자회사 농협은행은 지난 3월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신임 사외이사를 뽑았다.
농협금융 사외이사에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함유근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남병호 전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총괄반장이, 농협은행 사외이사로는 ▲옥경영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장원창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ESG 경영과 디지털 금융 가속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었다.
특히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소비자보호 분야 최고 전문가 옥경영 전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농협은행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올해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적극 대응할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농협금융 임추위에서 이미경, 남유선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농협금융은 총 7명 사외이사 중 2명(28.6%)의 여성 사외이사가 나오며, 금융권 유리천장을 깨는데 한 발 더 다가섰다.
ESG 경영에 있어 지배구조(G) 부문인 ‘투명하고 건전하며 다양성 기반의 이사회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나 경영진이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외부 시각에서 감시하고 관리하도록 만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구조로 이사회를 꾸리지 않으면, 독선적인 경영으로 이어져 ‘갑질 논란’ 등 심각한 오너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랄프 워클링 미국 드렉셀대학교 기업지배구조센터 이사는 “이사회의 주된 임무는 대표(CEO)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라며 “이사회는 의장이 이끌어야 하는데, 대표가 의장을 겸직할 경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농협금융은 현재 이진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 “고객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손병환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중구 농협금융 본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협의회’에서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날 9개 농협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응 현황과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프로세스를 점검했다.
금융상품의 기본 구조, 자금 운용, 원금 손실 여부 등 주요 내용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투자 상품을 판매했다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사모펀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손 회장은 “금융회사는 아무리 사업 실적이 양호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더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등으로 고객 피해가 발생하면, 고객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각 계열사는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임직원들은 금융사 직원으로서 항상 고객 입장에서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금융소비자 중심 경영문화 구축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이수경 금융소비자보호 부문 부행장을 주축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출범시켜 투자 상품 심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참여 위원도 업무 집행책임자급으로 올려 협의체 위상을 격상시켰다. 마케팅전략부장, 자산관리(WM) 사업부장, 투자금융부장, 외환사업부장, 퇴직연금부장, 디지털전략부장, 자금부장, 신탁부장, 리스크관리부장, 준법감시부장이 참여한다.
상품 판매 및 영업과 관련 없는 부서 임원급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상품 선정 과정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한다. 사후 관리 차원에서는 전국 영업점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할 방침이다. 상품 가입 시 투자자가 작성해 제출하는 서류를 꼼꼼히 점검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목적이다.
NH저축은행은 올해 금융소비자보호 전담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했다.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맞춰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에서 대표이사로 격상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정기적으로 개최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금융소비자보호법 전문 강연 등 지속적으로 교육도 마련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 역시 지난 4월,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자 ‘고객권익보호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신설한 고객권익보호위원회는 위원장인 대표이사를 비롯해 변호사, 교수 등 국내 소비자보호 전문가들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마일리지 제도 ▲소비자보호 우수부서 시상 ▲소비자패널 운영 등 금융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구축에 힘쓰는 중이다.
NH투자증권도 마찬가지로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격상한 뒤 외부 자문 위원을 위촉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정보 격차 문제를 폭넓게 점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정책방향 결정 등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를 설치해 협의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 중심 경영(CCM) 인증을 최근 4회 연속 획득한 NH농협생명은 올해 고객 소리를 더 잘 경청하고자 소비자보호 부서를 확대했다.
올 1분기 기준 농협금융의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KCGS) 지배구조 등급은 A등급이다. 반면 자회사인 ▲농협은행 B등급 ▲생명보험 B+ ▲NH농협손해보험 B+ ▲NH투자증권 B+로 나타났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NH농협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각종 금융사고와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지주 전체 부서와 계열사는 내부통제 강화와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 전사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상반기(1월~6월)에만 1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농협금융, 금융 소비자 중심 신뢰 경영으로 ‘역대급’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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