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줄이는 등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선제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농협은행은 지난 15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판매도 일시 중단했다. 대출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동시에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빌릴 수 있다. MCI·MCG 대출이 중단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서민금융,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실수요자금 지원에 집중하기 위한 대출 물량 관리 차원에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3월부터 MCI·MCG 대출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0.2%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5개 개인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0.1∼0.5%포인트 축소하기도 했다. ‘우리원(WOM)하는 직장인대출’의 최대 우대금리 폭은 0.4%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줄였고 ‘우리 스페셜론’은 각각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했던 공과금·관리비 자동이체와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우대항목을 없앴다.
‘우리 신세대플러스론’은 유일하게 있었던 급여 이체에 따라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항목을 삭제했고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은 최대 우대금리 폭을 0.3%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축소했다. ‘우리 비상금 대출’의 경우 통신사 등급에 따른 우대항목을 없애고 최대 우대금리 폭을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영향도 있지만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출을 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차주 단위 DSR 규제 적용을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업권별 주요 금융회사 여신 담당 실무자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오는 17일에는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금융협회 임원들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가진다.
금융위는 이번 회의에서 DSR 규제와 관련해 각 금융사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따라 다음달부터 모든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에 차주 단위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올해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하는 담보에 기반한 주담대 차주 등이 대상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내년 7월부터는 1단계 적용 대상과 함께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규제를 확대 적용하고 2023년 7월부터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규제를 전면 적용한다. 차주의 상환능력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되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통화·금융정책상의 국면전환에 대비해 큰 틀에서 부채총량 증가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업권별·대출유형별·연령대별 부채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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